한동안 잠잠했던 KBO리그 스토브리그에서 하루 동안 4건의 대형계약이 터졌다.

LG 트윈스 구단은 14일 외야수 박해민과 계약기간 4년 총액 60억 원(계약금 32억, 연봉 6억, 인센티브 4억)에 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올해까지 1144안타 318도루를 기록한 박해민은 내년부터 잠실야구장의 외야를 지킬 예정이다. NC 다이노스 역시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했던 FA 외야수 박건우와 계약기간 6년 총액 100억 원(계약금 40억, 연봉 54억, 인센티브 6억)에 계약했다.

지난 11월 27일 한화 이글스가 포수 최재훈과 5년 최대 54억 원으로 FA 1호 계약을 체결한 후 보름 넘게 소문만 무성했던 FA 시장은 14일 하루 동안에만 2명의 선수가 팀을 이적하며 뜨겁게 달궈졌다. 여기에 SSG랜더스 구단은 FA까지 1년이 남은 박종훈에게 5년 총액 65억 원, 문승원에게 5년 총액 55억 원의 장기계약을 안겼다. 14일 하루 동안 4건의 계약으로 무려 28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한적인 거액이 오간 셈이다.

하루 280억 원 풀린 역대급 돈잔치의 서막
 
 LG와 계약한 박해민

LG와 계약한 박해민 ⓒ LG 트윈스

 
2014년 삼성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한 박해민은 올해까지 8년 동안 붙박이 중견수로 활약했다. 전 경기에 출전했던 시즌만 4번(2015, 2017~2019)에 달하고 연평균 137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강철체력을 과시했다. 통산 .286의 준수한 타율을 기록한 박해민은 통산 실책이 14개에 불과할 정도로 탁월한 수비를 자랑하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에 등극했다. 한 마디로 공수주를 겸비한 리그 정상급 외야수라고 할 수 있다.

'출루율왕' 홍창기를 보유한 LG는 출루머신 홍창기와 도루왕 박해민을 테이블 세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홍창기를 1번에 두고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박해민에게 2번 역할을 맡겨도 되고, 발이 빠른 박해민에게 1번을 맡기고 홍창기가 '강한 2번'으로 나서는 것도 좋은 작전이다. 박해민의 합류로 인해 오지환과 서건창이 2번을 맡아야 하는 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위타선도 강해질 수 있다.

FA를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NC가 '무조건 잡는다'고 호언장담했던 창단 멤버이자 간판타자 나성범은 KIA 타이거즈의 참전으로 상황이 다소 복잡해졌다. 만약 나성범과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가 모두 팀을 떠나고 아무런 보강도 하지 못한다면 내년 시즌 NC의 외야는 올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황량해진다. NC가 '오버페이'라는 일부 야구 팬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건우에게 100억 원을 투자한 이유다.

물론 '박건우가 100억 원의 가치가 있는 선수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올 시즌 .320 이상의 타율과 140개 이상의 안타, 80개 이상의 득점, 6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한 우타 외야수는 리그 전체에서 박건우 한 명뿐이다. 또한 박건우는 6년 연속 규정타석을 채운 3할타자인 데다가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던 선수다. 박건우가 작년 첫 우승 후 올해 주춤했던 NC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적임자인 것은 분명하다.

올해 팀 내 FA가 한 명도 없었던 SSG는 지난 11월 16일 일찌감치 추신수와 연봉 27억 원에 내년 시즌 재계약을 맺었고 14일 나란히 토종 원투펀치에게 5년짜리 장기계약을 안겼다. 물론 올해 나란히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던 박종훈과 문승원이 내년 시즌 어떤 활약을 할 지는 알 수 없지만 SSG는 이들에게 최대한의 정성을 쏟았다. 이제 선수들이 하루 빨리 재활을 마치고 마운드로 돌아와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차례다.

두산-삼성 외야 비상, 대어들 한참 남았다
 
 NC 다이노스와 계약한 박건우

NC 다이노스와 계약한 박건우 ⓒ NC 다이노스

 
거액을 주고 FA를 영입한 LG와 NC는 말할 것도 없고 기존의 핵심 투수들에게 FA 계약이나 다름 없는 장기계약을 안겨준 SSG도 내년 시즌 성적향상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반면에 잔류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FA 선수들을 내준 두산과 삼성의 분위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거나 암흑기를 끝내며 많은 정이 들었던 핵심 자원들이 내년 시즌부터 다른 팀을 위해 치고 달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박건우의 이적으로 '1990년생 트리오'가 해체된 두산은 당장 내년 시즌 주전 우익수를 새로 구해야 한다. 올 시즌 타율 .259 8홈런 46타점 51득점을 기록했던 김인태에게 먼저 기회가 올 확률이 높지만 김인태는 프로 데뷔 후 아직 풀타임 주전 경험이 없다. 이는 수비가 좋고 발이 빠른 멀티 외야수 조수행이나 재일교포 안권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검증된 외국인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를 포기하고 외국인 외야수를 데려 오기도 여의치 않다.

붙박이 1번 타자에 외야수비를 진두지휘하던 주전 중견수 박해민을 잃은 삼성의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 당장 박해민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중견수 후보는 현재 삼성에 없다. 물론 통산타율 .278의 김헌곤을 중견수로 투입하고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짝수 해 활약이 좋았던 김동엽을 좌익수에 배치해 부활을 기다리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박해민이 있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외야의 전력이 약해질 확률이 높다.

물론 FA를 잃은 두산과 삼성에게도 아직 'FA 보상선수'라는 전력보강의 길이 열려 있다. 두산은 작년에도 오재일과 최주환의 보상선수로 내야수 박계범과 강승호를 지명해 쏠쏠하게 활용한 바 있어 이번에도 NC로부터 어떤 선수를 데려 올지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 역시 기존의 주전들 외에도 이형종, 이천웅, 이재원, 문성주 등 즉시 전력감과 유망주군이 적절히 섞여 있어 삼성이 충분히 박해민의 대안이 될 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14일 하루 동안 280억 원의 거액이 쓰였지만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는 이제 막 스타트를 끊었을 뿐이다. 아직 FA시장에는 '최대어' 나성범을 비롯해 김재환, 김현수, 황재균, 장성우, 강민호, 백정현, 양현종, 박병호, 손아섭, 정훈 등 빅네임들부터 알짜배기 선수들까지 여러 유형의 선수들이 대거 남아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KBO리그 스토브리그는 이제 본격적인 출발신호가 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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