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오랫동안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다. 그러나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마약범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지난 5월,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마약'에 중독된 10대 청소년 40여 명이 적발됐다.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마약류 의약품 때문이었다. 마약류 의약품이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지난 3일 KBS 1TV <시사직격>에서는 '마약을 처방해 드립니다'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모르핀 수십 배의 진통 효과를 낸다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중심으로 마약류 의약품의 유통과정의 허점과 오남용 실태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마약을 처방해 드립니다' 편을 취재한 김승현 PD와 지난 9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펜타닐, 영미권에서 배워온 친구한테 배우는 식"
 
 KBS 1TV <시사직격> '마약을 처방해 드립니다' 편의 한 장면.

KBS 1TV <시사직격> '마약을 처방해 드립니다' 편의 한 장면. ⓒ KBS 1TV

   
- 지난 3일 방송된 KBS 1TV <시사직격> '마약을 처방해 드립니다' 편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일단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조금 얼떨떨한 기분입니다. 그간 선배들 작업을 보조하는 역할만 하다가 이번엔 메인 PD라는 과분한 직함을 달고 방송했어요. 정범수 팀장님이나 함께 취재한 박병길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신 덕분이지만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 섭외하고 구조 짜는 것까지 조정화 작가님과 하나하나 함께한 방송이 반응이 좋아서 기쁘고 뜻깊었습니다."

-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처방 문제를 다룬 거잖아요.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어요?
"예전부터 마약류 의약품 처방이 쉽다는 문제 제기를 했던 기사를 여러 개 봤습니다. 사실 기사를 보면서도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으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근데 그러다 우연히 펜타닐 관련 기사를 쓰셨던 기자님 한 분을 뵙게 되어서, 이야기 듣게 됐었는데 기사 이면에 숨겨진 얘기들이 좀 많이 있더라고요.

이게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되었던 흔적도 있었고 그 약을 처방받는 친구들 사이에서 '성지'로 통하는, 처방이 쉽다고 소문난 병원도 있었고요. 그런 성지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어서 펜타닐 남용에 대해 잘 모르는 의사들이 있는, 서울 바깥 지역으로 투어를 다닌다는 얘기를 들으니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템으로 해야겠다 싶어 취재하게 됐습니다."

- 마약류 의약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나요?
"아니요. 사실 저도 잘 몰랐어요. 예전에 다른 방송에서 다이어트 약품 나오고 이런 것을 보면서 무섭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다이어트 약물은 펜타닐과는 또 다른 주제라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 처음에 어떤 것부터 취재를 시작했나요?
"전문가 선생님들을 뵈러 다니면서, 최근의 경향성이 어떠한지, 펜타닐이 정말 유행했다면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를 여쭤보는 사전취재부터 했습니다."

- 사전에 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중에 <죽음의 진통제>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어요. 그리고 국내 방송사에서도 의료용 마약 중독을 다룬 좋은 다큐멘터리가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 다큐멘터리들을 보며 어떻게 다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또 대검찰청에서 매년 나오는 마약 백서 같은 것도 참고했습니다."

- 경남 일대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에 빠진 10대가 많은가 본데 어느 정도인가요?
"창원 인구가 100만 명 정도 되는데 그중 55명 정도라면 많다고 할 수는 없어요. 창원이라는 지리적 배경이나 아이들 개개인의 성향과도 관계가 크게 없다고 생각해요. 아편계 진통제는 특성상 집단으로 중독되기가 굉장히 쉽거든요. 구하는 것도 합법적이고, 투약하는 방식도 어렵지 않아서 청소년들이 호기심에 한 번 해볼 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연히 함께 처방받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하게 되는 특성이 있고, 모여서 하다 보면 옆 사람도 한 번 해보게 되고요. 한마디로 전염이 쉽습니다."

- 10대가 어떻게 펜타닐을 알았다고 하나요?
"주로 영미권에서 배워온 친구 한 명이 자기가 하는 방식을 친구들 앞에서 보여주고, 그걸 친구들도 배우는 식입니다. 이 약이 마약으로 유통되고 유행한 게 한 3년 정도 됐다고 봅니다. 저희가 방송에는 못 내보냈는데, 저희가 최근 5년간 있었던 펜타닐 관련 사건 판결문을 모두 다 읽었거든요. 그 판결문을 보면, 3년 전에는 펜타닐 판결문들이 주로 의료소송에 등장하다가 3년 전부터 마약류 관리법 위반 재판에 주로 등장하는 흐름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 3년이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아편계 진통제 위기가 선언된 시점과 비슷합니다. 아마 미국에서 처방을 받거나 미국에서 이 문제를 알고 있던, 영미권 거주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미국에서 처방이 어려워지자 한국에서 처방을 시도했다가, 쉽게 뚫리니 한국에서 이 약을 투약하기 시작한 게 발단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친구 집단에 퍼졌고요."

- 펜타닐에 대해 마약이란 생각은 못 하고 하는 거죠?
"마약으로 투약하는 친구들마다 좀 생각이 다를 거라서 확답은 못 드리겠어요. 다만 그런 얘기들은 공통적으로 해요. 의료용으로 의사한테 처방을 받는 약이라서 코카인이나 엑스터시 등 길거리 불법 약물보다는 좀 경각심 없이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처방 엄격히 하면 해결 쉬워"
 
 KBS 1TV <시사직격> '마약을 처방해 드립니다' 편의 한 장면.

KBS 1TV <시사직격> '마약을 처방해 드립니다' 편의 한 장면. ⓒ KBS 1TV

 
- 펜타닐에 빠졌던 래퍼 불리 다 바스타드를 인터뷰하셨잖아요. 섭외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맞아요. 예전에 그 친구가 자신이 마약을 했다는 걸 자수하고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 찍은 유튜브 클립을 본 적이 있었어요. 그땐 그 약이 펜타닐인지는 모르고 지나쳤었는데, 멋진 친구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친구라면 저희가 하려는 방송의 취지에 공감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그 친구와 연락이 닿아 그 친구 집 앞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도 학창 시절에 MC스나이퍼나 TBNY, 이센스 같은 힙합 아티스트들을 굉장히 좋아했었고 제 친구 중에도 사운드 클라우드라는 사이트에 자기 음악 올리던 친구들이 좀 있었거든요.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과거 우리가 힙합을 좋아하던 때와는 다르게 현재의 힙합이 마약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장르가 된 듯 취급받는 게 속상하다고 얘기하며 서로 공감대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 얘기를 좀 함께해보면 좋겠다는 데 의견이 모였어요. 그래서 불리가 흔쾌히 출연을 수락해줬습니다."

- 지금 펜타닐 투약할 경우 법에 걸리나요? 의약품이라고 애매할 것도 같은데.
"마약류 특별관리법에 걸립니다.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일단은 처방에 대한 근거가 없는데 이상하게 다량 처방받았던 사실은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들에 감안을 해서 처벌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부분은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도 하고, 모방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팁을 전하는 게 될 수도 있어서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 펜타닐이 굉장히 위험한데 처방받기 쉬운 게 문제 같아요.
"펜타닐 같은 경우에는 올해 하반기에 뉴스를 통해서 좀 알려진 덕분에 조심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시점이기는 했어요. 특히 창원 지역에서는 저희가 병원이나 약국을 돌아다니며 처방받은 사람을 본 적이 있냐고 할 때 다들 문전 박대할 정도로 쉬쉬하는 분위기가 심했고요. 하지만 여전히 펜타닐에 대해서 잘 모르는 병원들이 있고 그런 병원에 가면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저희 박병길 선배가 취재를 통해서 확인한 거고요.

저희 방송의 목적은 펜타닐을 막는 것만이 아니라, 펜타닐을 포함한 수많은 마약류 의약품의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거였거든요. '펜타닐 유행'이 남기고 간 경고랄까요. 그래서 펜타닐 같은 경우에는 워낙 조심하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니까 지금은 처방을 안 하더라도 다른, 비슷한 약물들 같은 경우 여전히 좀 처방을 받기 쉬운 걸 문제 삼고 싶었어요."

- 그런 것에 대한 규제가 없나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게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처방할 때 진단서를 꼭 첨부하게 하는 시스템이 안 되어 있고요. 그리고 일단 처방이 나간 다음에도 식약처에서 모니터링한다지만, 의사들에게 경고를 주는 건 쉽지 않은 듯했어요. 의사의 재량권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요. 그래서 보통은 투약자가 걸리고 나서야, 그 투약자가 다량 처방받은 병원들이 수사 의뢰를 받는 식으로 병원들이 잡혔던 듯해요. 사전에 막는 조치가 필요할 듯해요."

- 근데 방송 보니까 마약류 의약품 하루에도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잖아요. 그러나 요즘엔 인터넷이 있어서 환자의 기록이 뜰 거 아니에요?
"기록이 남고 그리고 그거를 조회할 수 있는데 그 조회하는 시스템에 들어가는 게 되게 어려워요. 그리고 조회를 하는 게 의무가 지금 아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진료 시간도 짧아요. 몇몇 의사들이 그걸 조회하고 '받았으니까 안 돼요'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 해도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에 주는 병원은 계속 주는 거예요."

- 펜타닐 처방 의사는 펜타닐의 위험성에 대해 몰랐다고 하던데 정말 몰랐을까요?
"PD는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판단할 근거를 보여드리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판단을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전경찰청 같은 경우에는 이 처방을 해주던 의사 중에 9명을 입건했어요. 그 9명 같은 경우에는 한 병원에서 만 매 넘는 처방이 한 사람한테 나간 경우 등이 있었고요. 어느 정도 고의성이 있다고 봐야 되지 않나 하면서 입건을 시키셨거든요.

S병원 같은 경우에는 경찰에서 입건 전에 서울시의사회에 자문했어요. 같은 의사들이 보기에 적절한 판단처럼 보이는지 자문을 해달라고요. 그리고 서울시의사회에서, 이 병원이 펜타닐 처방을 워낙 다량으로 지속적으로 해왔으니까 이거는 고의가 의심된다고 자문을 했어요. 그래서 입건이 된 상황이고요. 이런 정황들로 봤을 때 전문가 집단이나 수사기관에서 고의로 어느 정도 의심을 하는 사례들은 있다고 보입니다."

- 10~30대 마약 중독자가 전체 마약 중독자들 가운데 55%던데 이유는 뭘까요?
"일단 예전에는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라고 해서 마약을 하는 사람에 대한 인식도 굉장히 나빴어요. 40대 이상부터는 조금 어느 정도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체화했고요. 그런데 10대에서 30대는 어느 정도 미국 문화에 대해서 대중문화 영향도 많이 받고 약에 대해서 조금 거부감이 좀 덜한 세대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아무래도 그러다 보니까 좀 호기심에 시작하는 비율도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신 게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저희가 자문을 얻었던 그리고 인터뷰를 했던 전문가 선생님들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계속 말씀을 하세요. 우리가 마약에 대해서 아예 모르기 때문에 안 할 수 있었던 시절에는 아예 이야기를 안 하고 쉬쉬하고 하다 보면 아예 그쪽으로 눈도 안 돌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유튜브라든가 워낙 마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들이 너무 가까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오히려 불필요한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생각으로 교육을 아예 안 하기보다는 유튜브 같은 데 나와 있는 환상만 자극하는 잘못된 정보들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예를 들면 코카인을 하면 어떤 부작용이 있고 코카인은 어떤 약이고 이런 얘기를 정확하게 하는 게 왜냐하면 그걸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았을 때 어른들이 그냥 코카인 무서운 거야 하면 뭐지 생각보다 안 무서운데 이러면서 할 수 있지만 저희가 정확하게 그걸 안다면 안 무서워 보이지만 나중에는 저렇게 돼 이러면서 안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그렇고 이제 학부모들한테도 그렇고 마약에 대한 교육이 좀 전반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지 않나 이런 의견들이 많으셨고 저도 거기에 공감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는 생각보다 해결하기 쉬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꼭 필요한 약이어서 처방을 받으셔야 되는 분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처방에 대한 근거를 정확하게 기록을 하고 그 외에 환자들한테는 처방을 못 하게 하는 식으로 엄격하게 관리를 하면 사실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거든요. 근데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오래 방치되고 있는 데에는 약간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좀 덜 모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앞으로 저희 방송 외에도 다른 분들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힘써주셔서 얼른 이게 개선이 돼 잠재적인 중독자들이 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승현 시사직격 마약류 의료품 펜타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