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프로축구 FA컵(대한축구협회컵)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2부 리그팀의 사상 첫 우승이라는 기록에서부터 여러 팀들의 희비가 동시에 엇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결승전에서 7골이나 터진 대혼전의 역대급 난타전의 이면에, 양팀 선수들의 어리석은 감정조절 실패가 불러온 나비효과도 눈길을 끌었다.
 
11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전남 드래곤즈는 대구FC에 4-3으로 승리했다. 전남은 1차전을 0-1 패했으나 원정 2차전 승리로 종합스코어 4-4 동률을 이뤄내며 원정다득점 원칙에 의해 FA컵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전남은 이번 시즌 대진 추첨 결과 2라운드부터 시작했다. K5리그의 대구청솔FC를 무려 11-0으로 대파한 것을 시작으로 3라운드 수원FC, 16강 부산교통공사를 잇달아 승부차기로 제쳤다. 8강에서는 포항 스틸러스-4강에서는 울산 현대 등 강팀들의 덜미를 잡는 이변을 일으켰고, 결승에서는 대구에 1차전 패배를 딛고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까지 달성했다.
 
전남이 FA컵에서 만난 6팀중 4팀이 전남보다 전력에서 앞선 K리그1 소속이었고, 그중에서도 울산과 대구는 상위스플릿 소속인 2, 3위이고 포항은 올해 ACL 결승까지 오른 팀이었다. 더구나 전남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된 FA컵 결승전 사상 최초로 1차전 패배를 뒤집고 우승한 팀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할만한 결과다.
 
이로서 전남은 1997년, 2006-07년에 이어 통산 4번째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최다우승팀 수원 삼성(5회)에 이어 역대 2위다. 여기에 현재 K리그2 소속인 전남은 역사상 최초로 2부리그팀으로 FA컵 우승을 달성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2005년 울산현대미포조선, 2017년 부산아이파크, 2019년 대전코레일 등이 1부에 속하지않은 팀으로 전남보다 앞서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머물며 1부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전남은 올시즌 K리그2에서 4위에 그쳐 1부리그 승격에는 실패했으나,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자격을 획득하게 됐다.
 
K리그에 부여된 ACL 출전권은 총 4장이다. K리그 1-3위팀까지 3장의 출전권을 획득하고, 남은 1장은 FA컵 우승팀에게 주어진다. K리그1 상위 3팀에서 FA컵 우승팀까지 나오면 ACL 티켓은 정규리그 4위팀에게 승계된다. 2부리그팀이 ACL에 나설 수 있는 기회는 오직 FA컵 우승뿐이었다. 전남은 다음 시즌도 2부리그에서 속하면서 ACL에 나서는 첫 K리그2 구단이 되면서 내년의 행보에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반면 대구와 제주는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대구는 이미 K리그1 3위로 ACL 진출권을 손에 넣은 상황이지만 2018년 이후 3년만의 우승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만일 대구가 FA컵 우승을 거머쥐었다면 ACL 남은 한 자리는 K리그1 4위 제주에게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올시즌 22골을 터트리며 토종 득점왕에 오른 제주 주민규는 K리그1 시상식장에서 만난 대구 에이스 세징야에게 FA컵 우승을 응원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가 결승에서 무릎을 꿇으며 제주의 간절했던 ACL 드림도 물거품이 됐다.

홍정운의 퇴장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너무 컸다. 양팀이 0-0으로 맞선 2차전 전반 24분경 대구의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대구 수비수 홍정운이 자리 싸움을 벌이던 전남 황기욱에게 고의로 팔꿈치 가격을 했고, 심판은 VAR(비디오 판독)로 확인한 결과 홍정운에게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졸지에 수적 열세를 안게된 대구는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홍정운의 행동은 불필요했던 것은 물론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을만큼 감정적이고 비신사적이었다. 경기흐름상 이미 1차전 승리를 거머쥔데다 홈팀이었던 대구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다. 홍정운이 굳이 상대 선수와 기싸움까지 벌여가며 무리한 행동을 해야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본인이 명백히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해놓고서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웃음을 짓거나, 심판 판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태도도 매우 좋지 않았다.
 
대구의 핵심 수비수인 홍정운은 이미 올시즌 ACL 나고야 그램퍼스와의 16강전에서도 치명적인 실수로 실점을 헌납하며 패배의 원흉이 된 바 있으며, 잦은 잔부상으로 경기에 결장하는 경우도 잦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병근 감독은 팀내에 마땅 그 자리를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홍정운을 꾸준히 중용했다.
 
하지만 홍정운은 가장 중요한 순간 감독과 팀이 걸었던 기대를 무참히 배신하며 대구의 한 시즌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대구가 홍정운의 공백에도 상당히 선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필요했던 퇴장이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이병근 감독도 경기후 인터뷰에서 "홍정운의 퇴장으로 다른 선수들도 영향을 받으며 조직력이 무너졌다."고 퇴장이 큰 타격이었음을 인정했다.

전남 역시 퇴장으로 인해 다잡은 우승을 놓칠뻔 했다. 후반 30분 전남 정호진이 세징야에게 백태클을 해 옐로카드를 받으며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며, 양팀은 숫자적으로 다시 동등한 입장이 됐다. 정호진 역시 감정적인 행동으로 불필요한 플레이를 저질렀다는 점은 홍정운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남은 정재희가 후반 37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기사회생했다.

총 7골이 터진 이날 경기는 역대 FA컵 결승전 최다 득점 경기 기록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2007년 결승 1차전에서 전남이 포항을 3-2로 제압하고 기록한 5골이었다. 재미있게도 전남은 올시즌 K리그2에서 3골 이상 기록한 경기가 1경기에 불과할만큼 다득점과 인연이 없는 팀이었다. FA컵 2라운드에서 11골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상대는 아마추어 팀인 청솔FC였다. 대구와의 결승전 2차전은 올시즌 전남이 3골 이상을 터뜨린 3번째 경기였다.
 
양팀 선수들 퇴장이라는 변수가 아니었다면 결승전에서 이런 다득점 경기가 나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90분간 축구에서 볼수 있는 거의 모든 돌발상황이 잇달아 터져나오며 양팀 선수단과 팬들의 희노애락이 시시각각 교차했다. 감정과 열정을 지닌 인간들이 하는 스포츠이기에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지만, 한편으로 스포츠에서 '냉정한 멘탈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큰 영향을 미치는지 큰 교훈을 남긴 경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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