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시즌 첫 패의 아픔을 극복하고 승수 쌓기를 재개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0, 22-25, 25-23, 25-17)로 승리했다. 지난 7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2-3으로 패하며 연승 행진이 12에서 멈춘 현대건설은 3일 휴식 후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며 연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13승 1패, 승점 39점).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45.95%의 성공률로 18득점을 기록했고 정지윤이 공격으로만 12득점, 이다현은 블로킹 5개를 곁들이며 12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날 현대건설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야스민(28.03%)과 정지윤(21.97)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공격점유율(20.45)을 기록했지만 4개의 블로킹과 함께 66.67%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23득점을 올린 양효진이었다.

12시즌 만에 '블로킹 여왕' 자리에서 하차
 
 양효진은 네트를 맞고 넘어오거나 짧게 날아오는 목적타 서브도 무난히 받아낼 정도의 수비실력까지 갖췄다.

양효진은 네트를 맞고 넘어오거나 짧게 날아오는 목적타 서브도 무난히 받아낼 정도의 수비실력까지 갖췄다. ⓒ 한국배구연맹

 
'국보투수' 선동열은 KBO리그에 입단한 1985년부터 1991년까지 무려 7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평균자책점 부문 7연패를 차지하는 동안 단 한 번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리그가 거듭되면서 여러 기록들이 새로 쓰여지고 있지만 선동열의 7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 기록은 3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비슷하게 따라가는 선수조차 나오지 않았다.

최근 2년 동안 21홈런, 20홈런에 그치며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저하)가 찾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박병호(키움 히어로즈)가 세운 4년 연속 홈런왕 기록도 대단히 눈부시다. 특히 2014년과 2015년은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화로 리그에 외국인 타자가 본격적으로 활약하던 시기였음에도 박병호는 2년 연속 5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토종거포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야구의 선동열과 박병호도 V리그 여자부 최고의 센터이자 10년 넘게 국가대표 부동의 주전센터로 활약했던 양효진처럼 10년 이상 한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진 못했다. 남성여고를 졸업하고 2007년부터 현대건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양효진은 프로 3년 차가 되던 2009-2010 시즌부터 2019-2020 시즌까지 무려 11시즌 연속으로 블로킹 부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실제로 양효진은 세트당 최소 0.74개(2015-2016 시즌)에서 최대 1.04개(2013-2014 시즌)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매 시즌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과 김세영,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같은 국내 선수들은 물론이고 캣 벨(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카리나 오카시오, 알레시아 리귤릭 등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도 양효진이 쌓아 올린 아성을 넘보지 못했다.

그렇게 블로킹 부문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던 양효진은 지난 시즌 4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블로킹 10위권 언저리를 맴돌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양효진은 5라운드 이후 상승세를 타며 세트당 0.54개를 기록했고 결국 블로킹 부문 5위로 시즌을 마쳤다. 루키 시즌에도 블로킹 3위(세트당 0.57개)를 기록했던 양효진이 블로킹 부문에서 5위까지 밀려난 것은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성기 지났다는 평가 비웃는 양효진의 대활약
 
 양효진은 '중앙공격수는 팀의 주공격수가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깬 선수다.

양효진은 '중앙공격수는 팀의 주공격수가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깬 선수다. ⓒ 한국배구연맹

 
양효진은 2019-2020 시즌 득점 6위(429점)와 공격성공률 1위(43.70%)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첫 청규리그 MVP에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블로킹 부문 12시즌 연속 1위가 좌절됐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득점 9위(441점)로 밀려나며 주춤했다. 일부 배구팬들은 만으로 서른을 넘긴 양효진이 최전성기를 지나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양효진의 대안이 마땅치 않았던 한국 여자배구에도 분명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양효진은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김수지(기업은행) 등 절친한 언니들과 함께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무대로 삼았던 2020도쿄올림픽에서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며 한국의 4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올림픽 직후에 열렸던 컵대회에서는 이다현, 정시영 등 후배들에게 기회를 줬고 준결승과 결승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현대건설의 컵대회 통산 4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그리고 양효진은 2021-2022 시즌 개막 후 자신의 기량 하락을 예상했던 일부 배구팬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있다. 현대건설이 치른 14경기에 모두 출전한 양효진은 무려 55.42%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233득점으로 득점 부문 7위(국내 선수 1위)에 올라 있다. 양효진은 블로킹 부문에서도 세트당 0.74개(3위)를 기록하며 옐레나 므라제노비치(KGC인삼공사, 0.77개), 이주아(흥국생명, 0.76개), 정대영(0.73개)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효진은 11일 GS칼텍스와의 세 번째 맞대결에서도 효율 높은 경기를 통해 현대건설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신장 190cm로 GS칼텍스의 한수지(183cm), 권민지(178cm)에 비해 높이의 우위를 자랑하는 양효진은 코트 빈 곳을 발견해 강약을 조절하는 공격으로 차곡차곡 득점을 쌓아 나갔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마다 4개의 블로킹을 곁들이며 블로킹 5개의 이다현과 함께 GS칼텍스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이번 시즌 득점(1255점)과 공격성공률(43.18%), 서브(세트당 1.47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는 현대건설은 리시브효율(32.13%)과 블로킹(세트당 2.38개) 2위, 디그 3위(세트당19.92개)로 절묘한 공수 균형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건설이 이번 시즌 14경기에서 40점에 육박하는 승점을 따내며 질주할 수 있는 큰 비결 중 하나는 여전히 리그 최고의 센터로서 건재한 기량을 자랑하는 양효진의 존재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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