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리그 팀 전남 드래곤즈가 믿기 힘든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토요일 낮 DGB 대구은행파크에는 9016명의 대관중이 몰려들었고 무려 7골이 터지는 보기 드문 결승전이 엎치락뒤치락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다 끝날 무렵 대구 FC가 페널티킥을 얻어낼 것 같았지만 냉정한 VAR 영상은 전남 드래곤즈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동안 아무도 이루지 못한 하위 리그 팀의 우승 역사를 K리그 2 전남 드래곤즈가 새로 만들었다.

전경준 감독이 이끌고 있는 K리그 2 전남 드래곤즈가 11일 낮 12시 30분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2021 FA(축구협회)컵 결승 2차전 K리그 1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을 4-3으로 이겨 결승 1, 2차전 합계 점수 4-4를 만들어냈고, 어웨이 골 우대 규정(대구 FC 1골, 전남 드래곤즈 4골)에 따라 1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놀라운 결승전 '7골'
 
 11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전남 드래곤즈와 대구FC 경기에서 전남이 4:3으로 승리하며 대회 우승을 차지한 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11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전남 드래곤즈와 대구FC 경기에서 전남이 4:3으로 승리하며 대회 우승을 차지한 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달 24일 광양에서 열린 결승 1차전을 1-0으로 이기고 돌아온 2차전 홈 팀 대구 FC는 근래에 보기 드문 9016명 홈팬들 앞에서 우승을 자신하고 나왔다. 그런데 게임 시작 후 24분 만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핵심 수비수 홍정운이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자리 싸움을 하다가 홍정운이 상대 미드필더 황기욱을 팔꿈치로 가격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렇게 뜨거워진 결승전은 38분부터 무려 7골을 주고받는 흥미진진한 골잔치가 이어졌다. 어웨이 팀 전남 드래곤즈는 김천 상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멀티 플레이어 정재희가 대역전 우승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38분에 오른쪽 끝줄 바로 앞에서 정재희가 내준 컷 백 크로스를 박찬용이 오른발로 깔끔하게 방향 바꿔 성공시킨 순간부터 DGB 대구은행파크에는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곧바로 3분 뒤 대구 FC의 상징 세징야의 오른발 슈퍼 골이 반대쪽 골문 왼쪽 구석에 꽂혔다. 이렇게 FA컵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에 전남 드래곤즈의 믿기 힘든 추가골이 나왔다. 장성재가 왼쪽 코너킥을 낮게 감아찼는데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공을 대구 FC 최영은 골키퍼가 바로 잡지 못하고 떨어뜨리는 바람에 전남 드래곤즈 수비수 고태원의 밀어넣기 골이 나왔다.

전반전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어웨이 팀 전남 드래곤즈가 우승 트로피에 더 가깝게 올라선 것이다. 이에 10명이 뛰고 있는 홈 팀 대구 FC 이병근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베테랑 멀티 플레이어 이용래와 일본인 미드필더 츠바사를 들여보내 보다 공격적인 게임 운영을 펼쳤다. 51분에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를 변칙적으로 처리한 대구 FC가 에드가의 헤더 동점골을 이끌어냈다. 센터백 정태욱에게 오른쪽 끝줄 앞 발리 크로스를 주문한 것이 놀라운 선택이었다.

후반전에도 이어진 골 잔치 덕분에 입을 다물 수 없는 게임 흐름이 계속됐다. 55분에 전남 드래곤즈 왼쪽 풀백 올렉의 오른발 발리슛이 대구 FC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대구 FC 쪽으로 이동하던 우승 트로피 테이블을 다시 전남 드래곤즈쪽으로 옮겨놓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도 대구 FC는 포기할 수 없었다. 67분에 전남 드래곤즈 베테랑 골키퍼 박준혁의 실수가 나온 순간을 놓치지 않고 후반전 교체 선수 츠바사가 몸을 날려 왼쪽 무릎으로 3-3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유능한 작가가 쓴 축구 드라마처럼 보였다. 하지만 믿기 힘든 반전 포인트들이 계속 터져나왔다. 전남 드래곤즈 전경준 감독은 71분에 주장 이종호를 빼고 듬직한 공격수 사무엘을 들여보냈지만 그로부터 4분 뒤 정호진이 퇴장당하는 악재를 만났다. 54분에 장성재 대신 들어간 교체 선수 정호진은 2분만에 첫 번째 경고 카드를 받은 것도 모자라 75분에 대구 FC 세징야와 불필요한 몸싸움을 벌이다가 두 번째 경고를 받은 것이다. 교체로 들어와 21분만에 쫓겨나는 바람에 전남 드래곤즈가 궁지에 몰린 것이다.

그 때부터 양 팀 선수 숫자가 모두 10명씩으로 변했지만 절정의 반전 포인트는 83분에 나왔다. 전남 드래곤즈로 컴백한 보물 정재희가 기막힌 왼발 감아차기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교체 선수 사무엘이 대구 FC 골문을 등지고 내준 공을 받아 침착하게 구석을 노린 것이 적중했다. 첫 골 어시스트부터 네 번째 골 직접 득점까지 예비역 정재희는 전남 드래곤즈의 보물 그 자체였다.

이 순간 대구 FC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이병근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 1장을 이근호에게 내밀었다. 수비수 김재우를 빼고 공격수 이근호를 들여보내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90분에 에드가의 헤더 슛이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갈 것처럼 보였지만 전남 드래곤즈 베테랑 골키퍼 박준혁이 놀라운 순발력을 자랑하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그 공을 잡아냈고,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에 마지막 반전 포인트가 이어지는 듯 보였다. 대구 FC 세징야의 왼발 크로스가 에드가 앞 공간으로 떨어지는 순간 김종혁 주심의 페널티킥 휘슬 소리가 울린 것이다. 

이 판정이 사실이라면 대구 FC가 마지막 순간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기적의 드라마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VAR 영상은 전남 드래곤즈 수비수 고태원의 잡기 반칙이 아니라는 것을 말했고 페널티킥 선언은 허무하게 취소됐다. 전남 드래곤즈가 FA컵 역사상 처음으로 하위 리그 팀 우승이라는 놀라운 역사를 쓴 것이다.

2005년에 울산현대미포조선이 처음으로 하위 리그 팀 우승에 도전했지만 1부리그 전북 현대의 벽을 넘지 못했고, 2017년에도 부산 아이파크가 울산 현대를 만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9년에도 대전 코레일이 위대한 도전에 나섰지만 K리그 1 수원 블루윙즈 다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봐야 했다.

이 어려운 일을 전남 드래곤즈가 드디어 해냈다. 1997년, 2006년, 2007년에는 1부리그 팀으로 우승했지만 이번에는 K리그 2 소속으로 구단 역사상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전남 드래곤즈의 보물 정재희가 대회 최우수선수(MVP) 상을 받았고 박희성이 득점왕(4골)에 오르는 겹경사를 누렸다.

극적인 반전 드라마의 실제 결말은 다른 팀에게도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대구 FC의 우승을 노골적으로 응원하던 2021 K리그1 4위 팀 제주 유나이티드의 2022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 꿈이 날아갔으며 K리그1 챔피언 전북 현대와 FA컵 우승 팀 전남 드래곤즈가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직행 티켓을, K리그1 준우승 팀 울산 현대와 3위 팀 대구 FC가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티켓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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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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