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튀긴 춘장과 야채, 고기 등을 식용유에 볶아서 만든 양념을 국수에 비벼 먹는 대표적인 한국식 중화요리다. 치킨과 더불어 대한민국 배달음식의 양대 산맥이기도 한 짜장면은 졸업식이나 이삿날 등 특정 기념일(?)에 먹는 음식으로 굳어지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짜장면에 관한 추억이나 맛있게 먹었던 중식당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만큼 짜장면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음식이다.

워낙 서민과 가까운 음식이다 보니 짜장면은 대중문화 속에도 자주 등장한다. 1999년에는 GOD의 데뷔곡 <어머님께>에서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가사가 노래 전체를 상징하는 문구가 됐다. 2001년 손예진, 소유진, 소지섭, 권상우, 지성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던 <맛있는 청혼> 역시 중식당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다(드라마의 배경이 된 중식당은 20년이 지난 현재도 서울 신촌에서 성업 중이다).

1999년에도 중식당을 배경으로 한 두 편의 영화가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했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김석훈과 명세빈 주연의 <북경반점>은 잔잔한 스토리로 승부를 걸었지만 서울관객 1만5000명에 그치며 쓸쓸하게 퇴장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일주일 늦게 개봉한 김승우 주연의 코믹 호러 스릴러 <신장개업>은 독특한 웃음코드와 사회비판적인 요소들을 두루 담아낸 이야기로 서울관객 10만을 돌파하며 선전했다.
 
 <신장개업>은 쉽지 않은 소재를 코미디로 적절히 버무리면서 서울에서만 10만 관객을 동원했다.

<신장개업>은 쉽지 않은 소재를 코미디로 적절히 버무리면서 서울에서만 10만 관객을 동원했다. ⓒ 황기성 사단

 
시골 중식당 사장으로 변신한 연예계의 귀공자

김승우는 1990년 신인 배우들을 위주로 주요 출연진을 꾸린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 오디션을 통해 쌍칼 역에 캐스팅되며 데뷔했다. 쌍칼은 길거리를 배회하던 김두한(박상민 분)이 속한 첫 조직의 두목이었는데 무사시(손호균 분)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만주로 떠나며 퇴장한다. 2편에서 출연 분량이 없어 이대로 영화에서 하차하는 듯 했던 김승우는 3편에서 김두한이 만주로 도주하는 스토리가 나오면서 재등장했다.

<장군의 아들> 이후 여러 작품에서 조·단역을 전전하다가 단기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김승우는 1995년 톱스타 이미연과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았다(이들은 2000년 이혼했다). 김승우는 1995년 연말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 신입킬러 뱁새 역으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면서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물론 김승우의 진정한 출세작은 고 최진실과 함께 출연해 서울에서만 25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고스트 맘마>였다.

김승우는 <고스트 맘마> 이후 드라마 <실데렐라>와 <추억>, 영화 <꽃을 든 남자>와 <깊은 슬픔>에 출연하며 <편지>의 박신양과 함께 1990년대 중·후반 연예계를 대표하는 '멜로왕자'로 떠올랐다. 그런 김승우에게 걸걸한 말투와 촌스런 복장으로 시종일관 "니들 짜장면 되고 싶어?"를 외치는 시골 중식당의 왕사장을 연기했던 <신장개업>은 귀공자 스타일이었던 김승우의 평소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다.

하지만 김승우의 과감한 연기변신은 멀티 플렉스가 흔치 않던 1990년대 후반 서울관객 10만이라는 쏠쏠한 수확으로 돌아왔다. 김승우는 2000년대에도 드라마에서는 <신귀공자> <호텔리어> 같은 젠틀한 캐릭터를, 영화에서는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처럼 비교적 과감한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물론 한국군 대위 강석대를 연기했던 <포화 속으로>, 북한 호위총국 호위팀장 박철영 역을 맡았던 <아이리스>같은 작품도 있었다.

2005년 배우 김남주와 재혼한 김승우는 2010년부터 약 3년 간 <김승우의 승승장구>라는 토크쇼를 진행하며 예능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 1박2일 > 시즌2의 고정멤버로 합류해 약 1년 동안 야외예능에 도전하기도 했다. 김승우는 작년 예지원과 이태란 등이 출연한 독립영화 <포가튼 러브>에서 각본과 감독,주연 등 1인3역을 소화했다(<포가튼 러브>는 극장개봉은 하지 못하고 작년 연말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인육 사용해 대박 난 경쟁업체를 이기려면?
 
 여러 드라마에서 주로 젠틀한 귀공자 연기를 주로 했던 김승우는 <신장개업>으로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여러 드라마에서 주로 젠틀한 귀공자 연기를 주로 했던 김승우는 <신장개업>으로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 황기성 사단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동네 유일의 중식당 '중화루'를 운영하던 왕사장(김승우 분)은 앞집에 '아방궁'이라는 중식당이 개업하면서 긴장을 한다. 그리고 아방궁의 첫 손님이 된 채소장수(김세준 분)는 아방궁의 짜장면을 먹고 그 맛에 감동을 받아 앉은 자리에서 6그릇을 해치운다. 아방궁의 놀라운 맛은 곧 동네 전체로 퍼져 나갔고 염탐차원에서 아방궁 짜장면을 먹고 돌아온 중화루의 주방장(박상면 분)마저 감탄을 금치 못한다.

위기감을 느낀 왕사장은 직접 아방궁의 짜장면을 맛보지만 아방궁의 짜장면 속에서 사람의 손가락이 발견된다. 왕사장은 아방궁의 인육 사용을 의심하지만 경찰과 동네 사람들은 아방궁의 등장으로 손님을 빼앗긴 왕사장의 음해로 여기며 그의 말을 묵살한다. 왕사장은 아방궁에 맞서기 위해 주방장과 팔봉(이범수 분)을 데리고 직접 인육을 구하기 위해 공동묘지를 찾고 취객을 두들겨 패는 소동을 벌이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경찰은 아방궁이 인육을 쓸지 모른다는 복수의 증언을 듣고 아방궁을 급습하지만 그곳엔 사람이 아닌 돼지를 때려 잡는 아방궁 직원들이 있었다. 아방궁은 그렇게 혐의에서 벗어났지만 복수심에 불탄 왕사장은 "다같이 짜장면 되자구!!"라고 외치며 아방궁의 홍사장(김영호 분)과 직원들이 탄 차를 전속력으로 받아 버린다. 두 달 후 아방궁의 인육 사용이 밝혀지고 행방불명된 줄 알았던 왕사장은 서울에서 똑같이 아방궁이라는 중식당을 개업한다.

<신장개업>은 '식인'이라는 반인륜적이고 자칫 관객들에게 외면 받기 좋은 매우 위험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신장개업>은 무겁고 공포스런 분위기 대신 김승우, 박상면, 이범수 등의 코믹한 연기를 통해 영화의 분위기를 가볍게 끌고 갔다. 물론 경쟁식당 때문에 난처해진 주인공이 정의로윤 방법으로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비윤리적인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은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이다.

<신장개업>에서 인육을 쓰는 짜장면을 만들어 팔았던 '아방궁'은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이 중국 통일 후 짓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궁궐에서 따온 이름이다. 공사 시작 후 진나라가 무너지고 항우가 곧바로 불태워버린 궁궐로도 알려졌다. 동아시아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건설비를 들여 크고 화려하게 지어지는 관청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성남, 용인, 서울시청 등이 청사 완공 당시 '아방궁'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야인시대> 이정재-와싱톤-털보가 <신장개업>에?
 
 개성 있는 감초연기를 선보인 김세준은 <신장개업>에서 심각한 선택장애를 가진 채소장수 역을 맡았다.

개성 있는 감초연기를 선보인 김세준은 <신장개업>에서 심각한 선택장애를 가진 채소장수 역을 맡았다. ⓒ 황기성 사단


<신장개업>의 주인공 김승우가 <장군의 아들> 쌍칼 출신인 것처럼 <신장개업>에는 3년 후 방송된 전설의 드라마 <야인시대> 출연진이 3명이나 등장한다. 물론 <야인시대>의 장형일 PD나 이환경 작가가 <신장개업>을 인상 깊게 봤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배우의 인재풀이 좁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1990년대 후반에 개봉했던 영화에서 3년 후 같은 드라마 출연진이 3명이나 겹치는 것은 대단히 재미 있는 우연이다.

<신장개업>에서 아방궁을 운영하는 홍사장을 연기했던 배우 김영호는 영화 <유령>과 <클럽 버터플라이>,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을 거쳐 <야인시대>에서 중년 이정재 역을 맡았다. <신장개업>은 <태양은 없다>의 트레이너 역 이후 김영호의 영화 데뷔 두 번째 작품이었다. 물론 홍사장을 비롯한 아방궁 사람들이 대부분 말이 없는 음침한 캐릭터로 나오기 때문에 김영호 뇯가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배우 김세준은 <야인시대>에서 허세 가득한 와싱톤 역으로 우미관패에서 그나마 영어 몇 마디를 쓸 줄 알고 상식도 비교적 풍부한 지식인(?)으로 나온다. <신장개업>에서는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중화루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채소장수로 아방궁의 짜장면을 처음 먹고 동네 사람들에게 아방궁 짜장면의 맛을 전파하는 역할로 출연했다. <신장개업>에서 약국 주인으로 출연한 서동수 역시 <야인시대>에서 쌍칼(박준규 분)의 부하 털보를 연기한 배우다.

김승우의 전작 <남자의 향기>에서 김승우에게 한 주먹에 나가 떨어지는 선글라스 사내를 연기했던 이범수는 <신장개업>에서 중화루에서 배달을 전담하는 팔봉을 연기했다. 팔봉은 선천적으로 겁이 많고 심성이 착해 인육을 구하러 간다는 왕사장의 폭주를 강하게 반대했지만 주방 일을 맡게 해준다는 유혹에 넘어가 왕사장에게 협조한다. 이범수는 <신장개업> 이후 2000년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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