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역대급 경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 영입에 성공했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LA다저스를 비롯해 7년 동안 3개 팀에서 활약했던 쿠바 출신의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와 총액 100만 달러에 입단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작년과 올 시즌 외국인 타자 문제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히어로즈가 빅리그 통산 7년 동안 타율 .277 132홈런415타점441득점을 기록한 거물 외국인타자 푸이그를 통해 내년 시즌 반등에 나선다.

지난 2013년 다저스에서 데뷔한 푸이그는 2018년까지 6년 동안 다저스에서 활약하며 뛰어난 장타력과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코리안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는 빅리그 데뷔 동기로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키움의 고형욱 단장은 "현지에서 푸이그의 경기를 보며 역시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우리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타점왕' 샌즈 보낸 후 방황했던 지난 2년

2019 시즌이 끝나고 타점왕(113개)과 함께 외야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제리 샌즈가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키움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테일러 모터를 영입했다. 하지만 키움의 내·외야 빈 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모터는 10경기에서 타율 .114 1홈런3타점4득점의 기록을 남긴 채 일찌감치 퇴출됐다. 재주 많은 멀티 플레이어라던 모터는 '션 오설리반의 타자버전'이었던 셈이다.

모터에게 크게 실망한 키움은 발 빠른 움직임을 통해 그 해 6월 빅네임 영입에 성공했다. 모터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2016년 내셔널리그 올스타이자 시카고 컵스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던 에디슨 러셀을 53만 달러에 영입한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미 빅리그 누적 연봉이 1000만 달러가 넘은 만26세의 올스타 출신 내야수를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키움과 러셀의 만남은 서로에게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65경기에 출전한 러셀은 타율 .254 2홈런31타점22득점12실책으로 공수에서 모두 빅리거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가 전면중단 되면서 한국에 들어오기 전 실전감각을 유지할 무대가 없었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러셀로서는 제대로 된 캠프도 치르지 못한 채 곧바로 치열한 순위경쟁 속으로 뛰어든 셈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이름값을 가진 러셀을 허무하게 떠나 보낸 키움은 올 시즌 1루수와 지명타자, 경우에 따라 포수도 겸할 수 있는 또 다른 유형의 멀티 플레이어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를 영입했다. 하지만 2019년 마이너리그 타격왕에 빛나는 프레이타스는 KBO리그에서 타율 .259 2홈런14타점13득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다. 타율 .248 6홈런30타점에 그친 프레이타스의 대체선수 윌 크레익도 실망스러운 건 마찬가지.

결과적으로 키움은 샌즈를 놓친 후 최근 2년 동안 외국인 타자 농사가 실패로 귀결됐다. 샌즈가 활약하던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키움은 작년과 올해 나란히 최종순위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외국인 타자의 화력이 약해진 것도 히어로즈의 성적이 떨어졌던 큰 원인 중 하나였다. 그렇게 키움은 또 한 번 외국인 타자 영입에 열의를 불태웠고 작년의 러셀을 능가하는 거물 외국인 타자 푸이그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다저스의 야생마는 고척돔에서도 질주할까

2013년 만22세의 나이에 빅리그에 데뷔한 푸이그는 타율 .319 19홈런42타점66득점11도루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2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등장했다(1위는 고 호세 페르난데스). 148경기에 출전했던 2014년에는 타율 .296 16홈런69타점92득점으로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빅리그 데뷔 2년 만에 올스타가 된 푸이그에 대한 기대치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의 유망주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루키 시절부터 절친하게 지내던 류현진이 어깨수술로 안식년을 보낸 2015년과 2016년 푸이그 역시 낮은 집중력과 사생활 문제 등이 겹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푸이그는 크고 작은 논란 속에서도 2017년 28홈런, 2018년23홈런을 기록하며 건재한 기량을 과시했다. 푸이그는 신시내티 레즈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오가며 활약한 2019년에도 도합 24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푸이그는 작년 시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FA 계약을 맺는 듯 했지만 코로나19 양성반응으로 계약이 취소됐고 작년 월드시리즈가 끝난 후에는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 사이에서도 문제아로 낙인 찍히며 올 시즌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한 푸이그는 멕시칸리그에서 활약하다가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결국 9일 키움과 계약을 마무리한 푸이그는 내년 시즌 KBO리그에서 활약하게 됐다.

사실 2019년까지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제하면 푸이그는 KBO리그에서 활약하기엔 과분한 기량을 가진 선수다. 이정후와 이용규, 김혜성 같은 정확하고 발 빠른 교타자들이 즐비한 키움에 푸이그의 장타력과 수비가 더해진다면 히어로즈의 전력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제 만31세가 된 1990년생 푸이그가 벌써부터 기량 하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노장 선수가 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작년 시즌 러셀과 올해 LG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던 저스틴 보어 등의 사례에서 보듯 화려한 빅리그 경력과 높은 이름값이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푸이그가 진지하고 겸손한 자세로 KBO리그에 임하지 않는다면 푸이그 역시 여러 스타선수들의 실패 사례 중 하나로 남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과연 키움은 역대급 경력을 가진 야생마를 잘 조련해 내년 시즌 맹활약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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