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언니들의 경기다.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아래 골때녀)이 한층 강렬하고 수준높아진 경기력으로 여자축구의 매력을 보여줬다. 8일 오후 방송된 <골때녀>에서는 드디어 정규리그 시즌2가 개막한 가운데 FC개벤져스-FC액셔니스타의 첫 경기가 펼쳐졌다.
 
겨울 시즌을 맞이하여 파주에 있는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촬영장을 실내 축구장으로 개조하여 만든 골때녀 전용 스타디움에서 1차리그를 치를 FC 구척장신, 개벤져스, 액셔니스타, 아나콘다, 원더우먼, 탑걸 6팀이 모였다.
 
모델팀 구척장신은 은퇴한 한혜진의 공백을 메울 6번째 멤버로 슈퍼모델 출신 차서린을 영입했다. 액셔니스타는 모델 출신 배우 이영진-농구선수 출신 모델 이혜정이 새로운 멤버로 가세했다.
 
여섯 팀의 감독들은 대기실에서의 첫 만남부터 은근한 신경전을 펼쳤다. 현영민 감독이 이끄는 아나운서 팀 아나콘다는 평가전에서의 부진으로 일찌감치 최약체 취급을 받았다. 백지훈 구척장신 감독과 이영표 액셔니스타 감독 모두 가장 먼저 1승 제물로 아나콘다를 지목했다. 반면 김병지 개벤져스 감독은 다크호스로 꼽힌 이천수의 원더우먼을 지목하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시즌2 리그전은 6팀이 모두 돌아가면서 한 번씩 상대하는 풀리그 방식을 도입했다. 상위 3팀은 지난 시즌의 1~3위팀인 불나방-국대패밀리-월드클라쓰가 기다리는 2차 슈퍼리그에 진출한다. 아나콘다는 선수들이 직접 지목한 탈락 후보에서 자신을 제외한 상대 5팀에게 몰표를 받는 굴욕을 당했다. 현영민은 명언 중독자답게 "한계란 한 게 없는 사람들의 핑계다. 산에 올라가면 정상을 봐야 한다. 일단은 첫 골이 목표다"는 어록 릴레이를 이어가며 반전을 다짐했다.
 
몸싸움 마다하지 않은 팽팽한 공방전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첫 경기는 기존팀인 개벤져스와 액셔니스타의 대결이었다. 지난 시즌 최하위권인 5, 6위에 그쳤던 동병상련의 두 팀은 나란히 비시즌간 명예회복을 위하여 절치부심했다. 원래 시즌1 정규리그에서는 5, 6위 결정전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개벤져스의 기권패로 무산되었던 양팀의 첫 대결이 시즌2 개막전부터 성사됐다.
 
개벤져스는 조혜련이 골문을 지키고 수비에 김승혜-김혜선, 공격에 김민경-오나미를 배치하는 2-2 전형을 들고 나왔다. 액셔니스타는 장진희가 골문을 지키고 김재화가 수비, 정혜인-이혜정이 미드필더, 최여진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1-2-1 전형이었다.
 
두 팀은 초반부터 치열하게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팽팽한 공방전을 펼쳤다. 최여진과 김혜선이 서로 슈팅 한 차례씩 날리며 장군멍군을 주고받았다. 기대 이상의 경기력에 지켜보던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상대팀 선수와 감독들도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액셔니스타에게 먼저 득점찬스가 찾아왔다. 액셔니스타의 킥인 상황에서 정혜인의 프리킥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김승혜의 팔에 맞으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최여진이 키커로 나섰지만 긴장한 탓인지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며 첫 득점이 무산됐다. 최여진은 조혜련의 골킥을 차단하며 그대로 발리 슈팅을 날린 것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기도 했다.
 
이어 개벤져스의 공격에서 김민경의 프리킥이 김재화의 팔에 맞으며 이번엔 개벤져스에게 페널티킥 찬스가 돌아갔다. 키커로 나선 김민경의 슈팅이 골키퍼 장진희의 발에 맞고 굴절되어 골망을 가르며 개벤져스가 팀 첫 골이자 리그 개막전 첫 득점에 성공했다.
 
설상가상 액셔니스타는 김민경의 프리킥을 저지하려던 김재화가 슈팅을 맞고 쓰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는 악재까지 발생했다. 예비멤버인 이영진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날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태라 교체선수도 없었던 상황.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던 김재화가 응급조치 이후 컨디션을 회복하며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만회골을 넣기 위한 액셔니스타의 파상공세가 이어졌지만 개벤져스는 골키퍼 조혜련의 눈부신 선방이 이어지며 위기를 넘겼다. 액셔니스타는 정혜인을 활용한 세트피스 공격이 위협적이었지만 골대를 여러 차례 맞히는 등 마무리 능력이 아쉬웠다. 전반은 1-0 개벤져스의 리드로 끝난 가운데 양팀 모두 하프타임에 서로의 실력 향상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액셔니스타는 정혜인이 공격을 주도했지만 최전방을 책임진 최여진이 김혜선의 끈질한 맨투맨 전담수비에 막히며 고전했다. 역습에 나선 개벤져스는 혼전 상황에서 김혜선이 날린 기습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으나 쇄도한 오나미가 2차 슈팅을 성공시키며 다시 한 골을 추가했다. 파일럿 시즌부터 참여했던 오나미의 첫 마수걸이 골이었다.
 
두 골차로 끌려가는 액셔니스타는 에이스 정혜인마저 무릎에 이상을 느끼며 위기를 맞이했다. 액셔니스타는 세트피스로 승부수를 걸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정혜인이 가볍게 밀어준 볼을 최여진이 왼발 크로스로 연결했고 골문에 버티고 있던 이혜정이 180cm의 장신을 살려 정확한 타점의 헤딩슛을 연결시키며 골망을 갈랐다. <골때녀> 역대 시즌을 통틀어 정규리그 경기에서 나온 첫 헤딩골이었다. 지켜보던 이들도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감탄했다.
 
단신팀인 개벤져스는 그나마 이혜정을 마크할 수 있었던 팀내 최장신 이은형이 체력고갈로 교체되며 위기를 맞이했다. 이은형이 빠진 상황에서 다시 코너킥 찬스를 맞이한 액셔니스타는 정혜인-최여진-이혜정으로 이어지는 동일한 위치-동일한 패턴으로 다시 한번 헤딩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팽팽한 승부의 운명은 경기 막판에 갈렸다. 김민경의 킥인에 이어 중원에서 치열한 볼경합을 벌이던 양팀은, 김혜선이 중앙에서 찔러준 스루패스가 오나미에게 연결되며 완벽한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다. 오나미가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가르며 멀티골을 뽑아냈다.
 
개벤져스는 오나미의 극장골에 힘입어 3-2로 짜릿한 개막 첫 승을 신고했다. 뜨거웠던 경기를 마친후 두 팀은 서로를 포옹하여 격려했다. 상대팀들도 명승부를 펼친 두 팀 모두에게 "이게 바로 언니들의 경기다"라고 감탄하며 응원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골때녀>의 업그레이드 보여준 명승부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개벤져스와 액셔니스타의 명승부는 어느덧 파일럿과 시즌1을 거쳐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골때녀>의 업그레이드를 보여줬다. 시즌1에서 나란히 하위권에 그쳤지만 내용상으로는 강팀들을 상대로도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두 팀은 기존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동기부여, 새로운 멤버들의 영입까지 더해지며 한층 수준높은 경기를 펼쳤다.
 
축구선수 경력이 있는 오나미는 개벤져스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 두 번의 시즌에서 계속된 부상 불운으로 좀처럼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오나미는 그동안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고백하며, 오랜 치료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액셔니스타의 첫 경기에서 화려한 드리블 돌파와 멀티골을 선보이며 모처럼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신입멤버로 가세한 김승혜와 김혜선 역시 각각 예리한 패스와 활동량을 바탕으로 팀의 전력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시즌2의 액셔니스타 새 멤버로 합류한 이혜정은 농구선수 출신다운 정확한 위치선정과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 집중력이 보였다. 아마추어 여성 선수들에게는 보기 힘든 헤딩으로만 두 골을 작렬하며 <골때녀>에서도 고공축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제작진은 자막으로 이혜정에게 영국의 장신공격수 피터 크라우치를 연상시키는 '혜정 크라우치'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시즌 1부터 3연패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한 액셔니스타는 멤버 개개인의 실력에 비하여 골결정력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었지만 이혜정의 가세로 세트피스에서의 확실한 공격루트를 확보한 것은 앞으로의 희망을 남겼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또다른 신입멤버인 이영진의 부상으로 교체선수 없이 5명만으로 경기를 치러야했던 것은, 체력적인 면에서 개벤져스보다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김재화가 경기에 복귀하지 않았다면 수적열세를 안고 싸워야할 뻔했다.

이번 시즌은 풀리그전 방식으로 1차리그만 치러야하는 경기수가 팀당 무조건 최소 5경기(전체 15경기)로 늘어났고, 슈퍼리그까지 진출하는 팀은 더 많은 경기수를 소화해야 한다. 각 팀들이 과연 지금의 선수층으로 모든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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