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공개 후 28일 만에 무려 16억5000만 시간의 누적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넥플릭스 TV프로그램 역대 1위 기록을 세웠다. <오징어게임> 속 이정재와 박해수, 정호연, 허성태 등 주요 배우들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오징어게임>의 각본과 제작, 연출을 모두 맡으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의 드라마를 진두지휘한 황동혁 감독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최근 많은 영화나 드라마들이 기존에 있었던 원작을 재구성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오징어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10년이 넘는 준비 끝에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황동혁 감독은 연출가로서도 뛰어나지만 '이야기꾼'으로서도 상당한 재능이 있다. 실제로 황동혁 감독은 그가 연출한 모든 작품에서 각본 또는 각색 작업에 참여하는 역량을 발휘했다.

황동혁 감독의 필모그라피에는 2014년 <수상한 그녀> 같은 유쾌한 코미디 영화도 있지만 관객들이 125분의 러닝타임을 견디기 힘들어했을 정도로 아주 불편했던 영화도 한 편 포함돼 있다. 청각장애인 교육시설이었던 광주인화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비인간적인 악행들을 소재로 한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었다. 바로 2011년 개봉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정유미와 공유 주연의 <도가니>였다.
 
 <도가니>는 편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의 영화가 아님에도 전국 460만 관객을 동원했다.

<도가니>는 편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의 영화가 아님에도 전국 460만 관객을 동원했다. ⓒ CJ ENM

 
장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 출연하는 배우

서울예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2003년 단편영화를 통해 데뷔한 정유미는 2005년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에서 김정은이 맡은 인영의 17세 시절을 연기하며 주목 받았다. 비록 <사랑니>는 전국 15만 관객(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에 그치며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인영의 어린 시절 감정을 잘 표현한 정유미는 <사랑니>를 통해 백상예술대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상을 휩쓸었다.

정유미는 2006년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엄마들(?) 손에서 자란 착하고 순수한 채현 역을 통해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07년 본격적으로 TV활동을 시작한 정유미는 <케세라세라>에서 사랑스럽고 당찬 여주인공 한은수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케세라세라>는 '아는 사람만 알던' 정유미라는 젊은 배우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작품이다.

정유미는 <케세라세라> 이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선1318>, <차우>, <10억>,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다. 2010년에는 대선배 박중훈과 함께 <내 깡패 같은 애인>에 출연하며 사회 초년생들의 아픔을 실감나게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정유미는 같은 해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에서 이선균, 문성근 등과 호흡을 맞추며 부일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 개봉한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는 대중들과 점점 가까워지던 정유미에게는 다소 모험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도가니>는 개봉 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데다가 전국 460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정유미는 <도가니> 이후 <로맨스가 필요해2>와 <직장의 신>에 출연하며 시청자들과 더욱 친숙해졌고 2016년 <부산행>을 통해 '천 만 배우'에 등극했다. 

2017년과 2018년 예능프로그램 tvN <윤식당>에 출연하며 또 한 번 대중적 호감도를 크게 높인 정유미는 2019년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을 연기했다. 하지만 작품의 호불호와 별개로 정유미는 대종상을 비롯해 3개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달렸다. 작년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 출연했던 정유미는 최근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의 촬영을 마쳤다.

"흥행 위해 자극적 장면 넣지 않았다"
 
 정유미(오른쪽)와 공유는 <도가니>를 시작으로 지난 10년 간 5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정유미(오른쪽)와 공유는 <도가니>를 시작으로 지난 10년 간 5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 CJ ENM

 
황동혁 감독은 영화 개봉에 앞서 "소설 <도가니>는 실화의 충격을 반으로 줄인 것이고 영화는 그 소설의 수위를 다시 반으로 줄인 작품이다"라며 영화의 흥행을 위해 자극적인 장면을 넣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도가니>를 본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끔찍한 장면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영화 속 수위가 실제의 1/4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가니>는 개봉 후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영화의 배경이 된 광주인화학교에 대한 처벌 여론이 높아졌고 2011년 9월 재수사가 결정됐다. 결국 2012년 2월 법인허가가 취소되면서 광주인화학교는 최종적으로 폐교됐다. 황동혁 감독과 제작사에서는 사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청소년들도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내용을 일부 수정해 재심의를 신청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도가니>의 등급 변경을 허가하지 않았다.

<도가니>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자 상업영화의 형식을 등에 업은 사회고발 영화들이 속속 제작·개봉됐다. 2003년 아동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2012년 <공정사회>와 장자연 자살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2013년 <노리개>,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준익 감독의 <소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들 모두 개봉 당시 크고 작은 화제가 되긴 했지만 <도가니> 만큼 사회적으로 큰 울림을 주거나 파장을 일으키진 못했다.

<도가니>의 두 주인공 정유미와 공유는 같은 소속사에 있는 배우들로 <도가니>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 함께 출연했다. <도가니>로 처음 호흡을 맞춘 정유미와 공유는 2013년 드라마 <연애조작단;시라노>(카메오 출연), 2016년<부산행>, 2019년<82년생 김지영>, 아직 개봉하지 않은 <원더랜드>까지 5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실제 아내마저 등 돌리게 만든 장광의 열연
 
 <도가니>로 데뷔한 아역배우 김현수는 <펜트하우스>에서 소프라노 성악가로 성장하는 배로나를 연기했다.

<도가니>로 데뷔한 아역배우 김현수는 <펜트하우스>에서 소프라노 성악가로 성장하는 배로나를 연기했다. ⓒ CJ ENM

 
<도가니>에서 인화학교의 교장과 행정실장 이강석, 이강복 쌍둥이 형제를 연기한 배우 장광의 아내는 (영화를 본 이후) 3일 동안 장광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엄청난 몰입을 보여준 셈이다.

사실 장광의 본업은 연기가 아닌 성우다. 1978년 성우로 데뷔한 장광은 <레옹>의 노먼 스탠스필드 형사를 비롯해 게리 올드먼과 리암 니슨의 전담 성우로 유명하다. 게다가 모든 배트맨 애니메이션의 조커 역할도 도맡아 연기했고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장군의 아들> 2편과 3편에서는 신인배우 박상민 대신 김두한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그 밖에도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은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성우이자 배우다.

영화 속에서 유진(정유미 분)과 인호(공유 분)는 CCTV 영상을 통해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해 검사(최진호 분)에게 넘긴다. 하지만 검사는 변호사와의 추악한 거래를 통해 로펌에 들어가기로 약속을 받아내고 유진과 인호, 그리고 아이들을 배신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결정적인 증거를 묵살해 버린 비리검사를 연기한 배우 최진호는 <상속자들>에서 김우빈 아버지, <낭만닥터 김사부>에 도윤완 원장으로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배우다.

<도가니>의 아역 3인방(김현수, 정인서, 백승환) 중 현재까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는 단연 연두 역의 김현수다. 연두는 <도가니>에서 교장과 행정실장의 얼굴을 정확하게 구분해내고 조성모의 '가시나무'가 들리는 순간을 인지하는 활약을 펼쳤다.

데뷔 초기부터 신세경, 진세연, 전지현, 이보영 등의 아역을 도맡아오던 김현수는 작년과 올해 인기리에 방영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유진이 맡았던 오윤희의 딸 배로나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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