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대 중반 MBC의 <아빠! 어디가?>와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대표되는 스타 자녀들의 육아 관찰예능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 두 프로그램을 통해 윤민수의 아들 윤후와 이종혁의 아들 준수, 추성훈의 딸 추사랑, 송일국의 세 쌍둥이 대한·민국·만세, '대박이'란 태명으로 더 유명한 막내아들을 비롯한 이동국의 다섯 아이들 등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대표되는 육아 관찰예능 프로그램들은 높은 인기만큼 한편에서는 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확실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영유아들이 자신의 의사가 아닌 부모들에 의해 온갖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방송포맷은 그리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2010년대가 돼서야 스타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육아 관찰예능 프로그램들의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지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지난 1998년 피터 위어 감독과 앤드류 니콜 작가에 의해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제작되는 관찰예능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코미디 전문 배우라는 인식이 강했던 짐 캐리를 일약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만들어준 영화 <트루먼 쇼>였다.
 
 <트루먼 쇼>는 개봉20년째가 되던 2018년 국내에서 재개봉했다.

<트루먼 쇼>는 개봉20년째가 되던 2018년 국내에서 재개봉했다. ⓒ 해리슨앤컴퍼니

 
코미디 배우 짐 캐리의 선입견을 날려 준 작품

1962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짐 캐리는 17살의 나이에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할리우드 유명배우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표정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1984년 TV로 활동영역을 넓힌 짐 캐리는 제법 긴 무명시절을 보내다가 1990년 < In Living Color >라는 TV코미디쇼를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코미디언으로 삶을 이어가던 짐 캐리는 자신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는 1994년을 맞았다. 

짐 캐리는 1994년 한 해 동안에는 <에이스 벤츄라>, <마스크>, <덤 앤 더머>까지 무려 세 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그리고 짐 캐리가 출연한 세 편의 영화는 세계적으로 7억500만 달러라는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일약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가 된 짐 캐리는 <배트맨 포에버>, <에이스 벤츄라2>, <케이블 가이>, <라이어 라이어>에 잇따라 출연하며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명성을 이어갔다.

코미디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던 짐 캐리는 코믹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트루먼 쇼>를 차기작으로 결정했다. 자칫 승승장구하던 흥행 불패행진에 제동이 걸리며 코미디 배우로서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었던 <트루먼 쇼> 출연은 짐 캐리에게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하지만 <트루먼 쇼>는 세계적으로 2억6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성공했고 국내에서도 서울에서만 29만 관객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000년대 들어 휴먼 코미디에 욕심이 생긴 짐 캐리는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마제스틱> 등에 출연했지만 90년대 만큼의 명성을 이어가진 못했다. 하지만 짐 캐리는 2003년 세계적으로 4억8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린 <브루스 올마이티>를 통해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고 2004년에는 판타지 멜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통해 연기변신을 단행했다. 물론 평단과 흥행에서 모두 외면을 받았던 <넘버23>같은 스릴러 영화도 있었다.

2008년 <예스맨>, 2009년 <크리스마스 캐롤>, 2011년 <파퍼씨네 펭귄들>에 출연한 짐 캐리는 2014년 페럴리 형제, 제프 다니엘스와 20년 만에 다시 뭉쳐 <덤 앤 더머2>를 선보였다. 작년에는 <슈퍼소닉>을 통해 세계적으로 3억19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한 짐 캐리는 지난 여름 개봉한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에서 27년 만에 마스크 분장을 하고 카메오로 출연했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트루먼의 모험기
 
 짐 캐리는 <트루먼 쇼>를 통해 감동과 눈물이 섞인 휴먼 코미디 장르도 어울리는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짐 캐리는 <트루먼 쇼>를 통해 감동과 눈물이 섞인 휴먼 코미디 장르도 어울리는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 해리슨앤컴퍼니

 
주변 사람들과 격 없이 지내는 유쾌한 보험회사 직원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 분)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의 모든 인생이 도촬 당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공된 인생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엔 탐험가가 꿈이었지만 방송국에서 지은 대형 스튜디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아버지가 물에 빠져 죽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트루먼의 마음에 억지로 '물 공포증'을 심어 놓았다.

어느 날 지하창고에서 첫사랑의 옷을 발견한 트루먼은 그녀가 살고 있다는 피지로 떠나려 하지만 섬사람들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트루먼의 여행을 막으려 한다. 트루먼은 주변의 모든 상황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내(로라 리니 분)까지 믿을 수 없게 되지만 방송국은 위기타개를 위해 트루먼을 아버지와 재회시킨다. 트루먼의 감정변화에 시청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제작진들은 시청률 향상을 직감하며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거짓임을 직감한 트루먼은 탈출을 감행했고 트루먼 쇼의 총책임자 크리소토프(에드 해리스 분)는 사상 처음으로 방송을 중단하고 트루먼을 찾아 나선다. 트루먼은 물 공포증에도 홀로 배를 끌고 바다를 항해하고 크리스토프의 폭풍우 공격을 뚫고 스튜디오의 끝을 찾아낸다. 그리고 트루먼은 거짓과 속임수가 가득한 바깥세상에 나가지 말라는 크리스토프의 설득에 이렇게 인사를 건네고 세상을 향한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나중에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말해두죠. 좋은 오후, 좋은 저녁, 좋은 밤 보내세요."

<트루먼 쇼>는 자신의 인생이 거짓으로 점철됐음을 알게 된 주인공이 자유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물 공포증이 심한 트루먼이 인공폭풍우 속에서도 "날 막을 생각이면 차라리 죽여라"라고 외치는 장면은 여느 액션 영화 이상으로 긴장감이 넘친다. 영화 속에서 '트루먼 쇼'를 시청하는 사람들 역시 트루먼에게 동화돼 트루먼이 탈출에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이는 영화 <트루먼 쇼>에 몰입한 관객들의 마음이기도 했다.

배우 짐 캐리는 물론 피터 위어 감독에게도 인생작 중 하나였던 <트루먼 쇼>는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과 조연상, 영국아카데미 각본상, 런던 비평가협회 감독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하지만 짐 캐리가 출연한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트루먼 쇼>역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3개 부문에 후보를 올리고도 <세익스피어 인 러브>,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쟁쟁한 경쟁작에 밀려 무관에 그쳤다.

가족·친구가 방송국에서 섭외한 연기자라면?
 
 트루먼이 자유를 향해 탈출을 시도할 때 시청자들은 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듯 트루먼의 탈출을 응원했다.

트루먼이 자유를 향해 탈출을 시도할 때 시청자들은 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듯 트루먼의 탈출을 응원했다. ⓒ 해리슨앤컴퍼니

 
지난 2015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배우 에드 해리스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어비스>, 론 하워드 감독의 <아폴로13>,마이클 베이 감독의 <더 록> 등에 출연하며 진중한 연기로 관객들의 높은 신뢰를 받았다. 지난 2013년에는 <게임 체인지>로 골든글러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서 열차의 개발자이자 최종보스 윌포드를 연기하며 국내 관객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에드 해리스는 <트루먼 쇼>에서 초대형 관찰 예능 '트루먼 쇼'를 제작한 총책임자 크리스토프를 연기했다. 단순히 시청률에 혈안이 돼 온갖 자극적인 장면들을 방송에 그대로 내보내는 속물 프로듀서가 아닌 태어났을 때부터 지켜본 트루먼을 진심으로 아끼는 부성애를 가진 인물이다. 물론 트루먼이 탈출을 시도하자 죽음의 위기 속으로 빠트리면서까지 쇼를 강행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애미상 3회 수상, 골든글러브 2회 수상에 빛나는 배우 로라 리니는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다. 영화에서는 에드워드 노튼의 데뷔작 <프라이멀 피어>에서 검사 자넷 베너블, <러브 액츄얼리>에서 회사 동료 칼(로드리고 산토로 분)을 짝사랑하는 사라를 연기했다. <트루먼 쇼>에서는 트루먼의 가짜 아내 메릴 역으로 상황에 맞지 않는 PPL 광고를 소개하는 능청스런 연기를 선보이다가 트루먼의 의심을 키웠다.

'트루먼 쇼'라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에서는 트루먼과 메릴이 부부지만 트루먼의 진짜 첫사랑은 바로 나타샤 맥켈혼이 연기했던 실비아였다. '트루먼 쇼'에 단역으로 투입됐다가 트루먼과 첫 키스를 나누는 실비아는 트루먼에게 유일하게 "이것은 모두 짜여진 쇼"라고 폭로한다. 하지만 그녀의 양심선언은 갑자기 등장한 다른 연기자에 의해 무마됐고 쇼에서 쫓겨난 실비아는 한 명의 시청자로 돌아가 트루먼의 탈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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