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일곱 살 외동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그는 금쪽이를 자랑해 달라는 신애라의 요청에 청소와 빨래를 도와주는 효녀라고 소개했다. 기특한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 말은 철이 빨리 들었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금쪽이를 '애어른' 같다고 설명했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는 걸까. 엄마의 고민은 무엇일까. 

금쪽이는 지금까지 어린이집을 10여 회나 옮겨다녔다. 2살 때 첫 등원을 했으니 1년에 2번 꼴로 옮긴 셈이다. 이사를 다닌 것도 아니었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예상되다시피 금쪽이나 엄마의 자의가 아니었다. 좀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쫓겨났다'고 봐야했다. 금쪽이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까.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금쪽이의 일상을 들여다보자. 

집으로 놀러온 친구에게 화장품을 발라주며 놀던 금쪽이는 "앞머리 들어. 앞머리를 들으라고!"라고 위압적이고 명령조의 말투로 말했다. 이어 미용실 놀이를 하다가 손가락을 다쳤고, 엄마에게 달려가 다친 손가락을 내밀었다. 엄마는 "엄마 가위 만지지 말랬지!"라며 혼냈다. 금쪽이는 서운해 하며 아프니 빨리 밴드를 붙여달라고 했다. 엄마는 금쪽이의 거침없는 행동에 걱정이 가득했다. 

방으로 돌아간 금쪽이는 "근데 소독은 왜 안 해줘, 이 엄마가. 내가 못 살아"라며 투덜대더니 친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금쪽이는 친구를 끌고 가서 그네에 앉히고 위험하게 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비키라고 명령했고, 놀란 친구가 도망가자 소리를 치르며 표효했다. 신발을 던지고 때리는 등 일방적인 거친 표현을 했다. "죽일 거야"라는 험한 말까지 했다. 이유도 맥락도 없는 행동이었다.

외식을 하러 간 상황에서도 금쪽이의 예측불허 행동은 계속됐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맨손으로 단무지를 먹고 물배를 채웠다. 이를 만류하자 엄마를 때리기 시작했다. 금쪽이는 단무지를 맨손으로 쥐어 엄마의 어깨 위에 올려놓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어갔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양말을 훌러당 벗고,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노래까지 불렀다. 엄마의 제지는 통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금쪽이가 장난을 치면서도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한편, 금쪽이는 세 살 때부터 심리 상담을 받았고, 지난 5월 ADHD 진단을 받았다. 약물치료를 병행 중인 상태였다. 차도가 있었을까? 엄마는 조금이라도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점점 더 심해지는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ADHD만의 문제는 아닌 듯했다.

예측불허 금쪽이의 행동들

오은영은 명령을 하고, 지시적으로 말하고, 지적하고, 잡아 끌고, 소리를 지르는 게 금쪽이의 대인관계의 방식이자 놀이의 형태이며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을 것이다. 다른 문제 해결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문제 원인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이집이라는 환경만 바꿔왔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인간은 조절 능력을 엄마 뱃속에서부터 갖고 태어나는 건 아니에요. 결국 자기 나이에 맞게 조절하는 능력은 배워져야 하는 거예요. 잘 안 배워진 것 같아요. 아이를 대할 때 언제나 부모는 한계와 제한을 잘 설정해 줘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자기 조절을 못 배워요." (오은영)

키즈 카페에 간 금쪽이는 놀고 있는 친구들에게 돌진해서 "나랑 친하게 지낼 거야, 안 친하게 지낼 거야"라며 협박하듯 장난을 쳤다. 친구들은 그런 금쪽이가 무서워 자리를 피했다. 잠시 후, 금쪽이는 엄마에게 젤리를 사달라고 요구했고, 엄마가 안 된다고 하자 폭력을 쓰며 생떼를 썼다. 그리고 몰래 젤리를 집어 들어 입에 욱여넣었다. 거짓말까지 능청스럽게 했다. 엄마의 훈육은 통하지 않았다. 

오은영은 현장에서 말로 훈육하는 것뿐만 아니라 몸으로 배우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말로 안 된다고 가르치고 보는 앞에서 젤리를 버리라고 조언했다. 엄마는 그런 방법도 시도했었지만 도무지 고쳐지지 않고 반복된다며 답답해했다. 금쪽이는 충분히 영리한 아이인데, 왜 습득이 되지 않는 걸까. 오은영은 금쪽이를 보면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습득되지 않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저는 우울증과 조금의 대인기피증, 불안함 그리고 분노 조절을 못하고... 약을 복용하고 있어요. 저녁 약을 먹으면 아침에 기운도 없고 잠에 취해 있는 상태예요." (금쪽이 엄마)

성장 과정에서 빈틈이 있었을까? 현재 엄마는 우울증 등으로 심리 상태가 불안정했다. 육아를 하기 쉽지 않은 컨디션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엄마에게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다가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생존 본능이다. 금쪽이의 신호를 엄마가 알아차리지 못하자 엄마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이상한 행동을 일부러 취하는 것이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엄마에게 부모와 소통한 경험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며 어린 시절을 궁금해했다. 엄마는 유년 시절을 '지옥'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다. 심각한 차별에 폭력까지 휘둘렀던 아빠는 그 지옥을 만든 장본인이었다. 금쪽이 엄마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를 못 다니고 일을 해야 했다. 하루에 3~4개의 알바를 해서 벌어온 돈은 아빠의 유흥비로 쓰였다. 말 그대로 지옥 같았던 시절이었다. 

그렇다면 결혼 생활은 어땠을까. 악순환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법일까. 안타깝게도 결혼 생활은 두 번째 지옥이었다. 임신과 함께 외도가 시작됐고, 가정폭력은 일상이 됐다. 금쪽이 엄마는 불행한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이혼을 선택했다. (2개월 전 남편은 사고로 사망했다.) 한편, 금쪽이는 아빠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그 이유는 엄마를 폭행했던 아빠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가 꼭 배워야 하는게 하나 있어요. 내가 나의 약한 면, 해결되지 않은 면, 미숙한 면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이것 때문에 인생은 강박의 순환이 됩니다." (오은영)

막막한 현실 속에서 엄마가 힘을 내서 이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금쪽이였다. 가정 폭력의 굴레 속에서 '금쪽이도 나처럼 크겠구나'라는 자각이 엄마를 움직였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두 번째 지옥에서 탈출해야만 했다. 오은영은 보호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겪고 또 다시 비슷한 결혼을 선택했던 엄마의 불행에 마음 아파했다. 스튜디오는 눈물바다가 됐다. 

금쪽이에게 힘이 중요했던 이유

오은영은 상처입은 엄마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 아픔을 넉넉히 위로했다. 그리고 엄마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며 힘을 불어넣었다. 더불어 엄마의 노력으로 인생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코 아이에게 그 불행이 돌아가선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는 숙연해졌다. 금쪽이가 엄마의 사랑과 보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금쪽이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엄마가 다치고 피를 흘리는 걸 봤어요. 가해자가 가정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아빠예요. 아빠가 자기도 너무 무서워요. 이 혼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요? 이 아이는 당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힘을 느껴야 해요." (오은영)

금쪽이에게는 오로지 엄마뿐이었다. 자신이 어린이집에서 왕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낯선 제작진에게 늘 관심을 보였던 까닭은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금쪽이는 엄마만 있으면 된다며 엄마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드러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어른들의 통제를 거부하고 저항하면서 '힘'을 느끼고 있는 거라 설명했다. 금쪽이에게 힘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힘이 있어야 생명을 지키고 생존할 수 있으며, 엄마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순순히 따르지 않았던 모든 행동들의 이유는 그것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금쪽이를 두고 통제불능이라 생각하겠지만,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지냈던 금쪽이에게 '힘'은 생존과 동의어였다. 오은영은 위험한 것과 용감한 것은 다르다는 걸 가르쳐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거친 행동은 친구를 떠나가게 한다는 걸 알려주라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엄마가 금쪽이의 우주이자 생명과 생존의 동아줄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부디 건강을 좀 돌보라고 신신당부했다. 금쪽이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엄마가 옆에 존재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제작진은 금쪽이를 위해 집을 예쁘게 새단장했고, 엄마는 '건강한 엄마 되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식단 관리도 시작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가정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행복을 찾기 위해 이혼의 진짜 이유를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조언했다. 금쪽이와 엄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빠와 헤어진 거라는 설명을 할 필요가 있었다. 또, 엄마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래야 금쪽이가 과도한 힘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쪽이는 미술 수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해 나갔다. 

친구를 향한 폭력성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진행됐다. 엄마는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친구와 놀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단호히 제지하고 친구들을 돌려보냈다. 엄마는 투덜대는 금쪽이에게 사랑하니까 고쳐주려는 것이라며 차분히 다가갔다. 금쪽이는 조금씩 변해갔다. 공공장소에서도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노력을 함께 했다. 예절 교육도 익혀나갔다.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금쪽이의 무례하고 난폭한 행동들, 일방통행에 가까웠던 소통 방식은 생존을 위한 방편이었다. 오은영 덕분에 그 이유를 알고나니 가슴이 먹먹했다. 아빠의 폭력에서 자신과 엄마를 지키기 위해 '힘'을 과시해야 했고, 그것이 문제 해결 방식으로 고착화됐던 것이다. 또, 심신이 지쳐버린 엄마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리 할 수밖에 없었다. 

금쪽이와 엄마가 가정폭력의 악순환, 그 불행의 굴레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들에겐 그럴 자격이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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