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저녁 광주극장에서 개최된 10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식

2일 저녁 광주극장에서 개최된 10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식 ⓒ 성하훈

 
지난 11월 23일 광주학살의 원흉 전두환이 사망한 가운데, 광주의 독립영화는 여전히 '5월 광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지난 역사의 숨겨진 진실과 아픔을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기억하고 되새기며 알리겠다는 의지였다.
 
여러 편의 5월 소재 영화를 품에 안은 광주독립영화제가 2일 저녁 충장로 광주극장에서 개막식을 열고 10회 행사의 막을 올렸다. 광주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하는 광주독립영화제는 2012년 처음 시작된 이후 올해 10회를 맞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를 축하하듯 코로나19 속에서도 200여 명의 관객들이 광주극장의 좌석을 가득 메워 10번째 영화제를 축하했다.
 
이순학 집행위원장은 10회 영화제의 의미를 강조하며 개막을 선언했고, 관객들은 "같이 하자"라는 구호로 화답했다. 이어진 축하공연에서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가수는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의 하나였다"며 10회 광주독립영화제를 통해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에 감사를 전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영상으로 보낸 축사를 통해 "독립영화관 활성화와 독립영화제작에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원하겠다"며 "광주독립영화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10회 개막을 축하했다.
 
영화 통해 알리는 5월 광주
 
개막작은 김경자 감독의 다큐멘터리 <청년 윤한봉>이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윤한봉 선생은 1980년 5월 광주항쟁의 마지막 수배자로 1981년 밀항을 통해 미국 망명에 성공한 이후 미국에서 재미한국청년연합(한청련)을 조직해 민족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전개한 민주인사였다.
 
1993년 귀국해 국내에서 활동하다 2007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영화는 윤한봉 선생이 밀항에 성공해 미국에 망명한 이후 활동과 미국에 남겨진 자취를 따라가면서 5월 광주를 되새기는 내용이었다.
 
특히 1989년 당시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대협 대표로 참석한 임수경 방북 이후 이어진 국제평화대행진이 윤한봉의 기획으로 진행된 과정 등을 조명한다. 국제평화대행진은 평양에 모인 세계 평화운동 인사들이 백두산에서 판문점까지의 행진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만나고 통일의 꿈을 불러일으킨 행사였다.
 
당시 북한 당국의 반대를 물리치고 문규현 신부와 임수경 대표가 판문점을 넘어 남쪽으로 귀환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당시 임수경 방북에 가려졌지만 국제평화대행진을 주도한 것이 윤한봉이었음을 밝혀낸다. 5월 광주가 자주 민주 통일운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10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작 <청년 윤한봉> 김경자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가 끝난 후 꽃다발을 받고 있다.

10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작 <청년 윤한봉> 김경자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가 끝난 후 꽃다발을 받고 있다. ⓒ 성하훈

 
광주독립영화제에는 올해도 여러 편의 5.18 광주 영화들이 소개된다. 5월의 멍에를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4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어도 전두환 군사독재의 만행을 잊을 수 없고, 잊혀도 안 되기 때문이다.
 
<방 안의 코끼리>는 과거로 돌아가고 무언가를 하고 싶은 60대가 고철을 모아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통해 5월을 그리고 있다. <석류꽃 필 때쯤>은 전라북도의 5.18 민주화운동을 추적하는 작품이고, <스무살>은 1980년 대학 1학년이었던 춘천 강원대학교 학생 4명이 겪은 5월 이야기다.
 
이밖에 5월항쟁에 참여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았던 스님을 소재로 한 <오월의 만다라>, 광주민주화운동을 테마로 한 광주시티버스를 기록한 <5월의 버스>, 경남 창원에서 제작된 김재한 감독 <쏴!쏴!쏴!쏴!탕>은 5월에 대한 진혼곡이다.
 
광주 영화인과 광주 영화 집중 소개
 
최근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의 영화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는 흐름에서 광주에서 제작되는 장단편 영화들이 늘어나 영화제를 통해 공개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쳐진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의 증가는 영화산업의 토대를 튼실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광주독립영화제 이순학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중점을 둔 핵심은 광주 영화인과 광주 영화를 중점적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었다"며 지역에서 창작활동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오태승 광주독립영화협회 대표는 "광주에서 꾸준히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지역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10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하는 오태승 광주독립영화협회 대표

10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하는 오태승 광주독립영화협회 대표 ⓒ 성하훈

 
폐막작 역시 충무로에서 연출부를 거친 후 광주로 돌아와 지역에서 활동해온 오재형 감독의 첫 장편 <피아노 프리즘>이 상영된다.
 
10회 광주독립영화제는 12월 5일까지 아시아문화전당(옛 전남도청) 뒤편에 있는 광주 독립영화관에서 개최되며 전 작품 무료로 상영된다. 10주년 기념 포럼을 통해 '광주, 영화가 필요한 시간'을 주제로 광주 영화인들이 앞으로 10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광주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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