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포스터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포스터 ⓒ 소니픽쳐스코리아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원제 Ghostbusters: Afterlife)는 고저를 비롯한 온갖 유령들이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든 1984년 이후 37년이 경과한 2021년을 배경으로 한다. 유령이 출몰하는 일도 줄어들었고 더 이상 사람들은 '유령 사냥꾼'을 찾지 않게 되었다. 피터(빌 머레이 분)는 대학 교수직으로 돌아갔고 레이(댄 애크로이드 분)는 낡은 심령 전문 서점을 운영하고 윈스턴(어니 허드슨 분)은 철강업체를 운영해 엄청난 부를 쌓는 등 결국 고스트 버스터즈들은 각자의 삶에 전념하게 된다.

그런데 이곤(해롤드 래미스 분) 만큼은 여전히 유령 잡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오클라호마의 시골 농장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고저의 재림을 비롯해 유령들이 다시 지구상에 출몰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친구, 가족과의 연마저 끊은 채 연구에 몰두했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때마침 파산한 이곤의 딸 칼리(캐리 쿤 분)와 손자, 손녀 트레버(핀 울프하드 분), 피비(맥케나 그레이스 분)가 유일한 아버지의 유산인 농장 집으로 이사해 오면서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이는 어리지만 온갖 과학 지식에 능통한 피비는 우연히 집에 유령의 기운이 가득하다는 걸 느끼면서 곳곳을 살펴보다가, 외할아버지가 남긴 수많은 유령 관련 자료들을 발견하게 된다. 유일한 친구 팟캐스트(로건 킴 분)와 함께 장비를 수리한 피비는 점점 시골집을 둘러싼 의혹의 실마리를 하나둘씩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37년에 걸친 유령 퇴치꾼 이야기​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의 한 장면.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코리아

 
<고스트 버스터즈>는 <백 투 더 퓨쳐>와 더불어 1980년대 할리우드가 배출한 대표적인 코믹 블록버스터 영화 중 하나였다. 정신나간 과학자들이 뉴욕을 덮친 유령들을 퇴치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고 최첨단 장비로 맞서 싸운다는 독특한 줄거리는 관객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인 유령을 전면에 내세우고도 유머로 버무릴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하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영화 속 캐릭터인 마시멜로맨, 먹깨비 등은 당시 영화를 보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친숙했고 레이 파커 주니어가 부른 동명 타이틀곡과 에어 서플라이의 'I Can Wait Forever' 등 OST 또한 세계 각국의 음악차트를 석권하기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동명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제작될 만큼 극장 이외 영역에서도 대성공을 거둔다. 전 세계 2억 9000만 달러 이상 흥행을 달성했으니 2편 제작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4년 후 개봉된 <고스트 버스터즈 2>는 팬들의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3편 제작은 주연 배우인 빌 머레이와 제작사 컬럼비아의 미온적 반응 등 여러 사정이 얽히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했다.

그 사이 여성 버전 리부팅 <고스트 버스터즈>가 등장했지만 비평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령 사냥꾼을 기대했던 영화 팬들에겐 실망감만 안겨준 채 무기력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결국 이 버전의 후속편 제작은 취소되었고 오리지널 스토리에 기반한 후속편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21년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범접하기 힘든 1편의 아성
 
1984년 첫 작품에서 얻은 큰 인기는 주연 배우 댄 애크로이드, 해롤드 라미스가 만든 탄탄한 이야기와 쉴 틈 없는 입담의 대향연에 기인한다. 1980년대 초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주요 크루 겸 작가로 활동했던 댄은 톡톡 튀는 입담의 소유자이자 토크쇼, 시트콤 등 온갖 미국 코미디에 능통한 인물이었다.

해롤드 역시 대성공을 거둔 골프 코미디 <캐디색> 등의 작품을 통해 연출, 집필에서 인정받은 감독이자 배우였다. 그들의 구상이 동료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손을 거쳐 좋은 합을 이루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 빌 머레이라는 당시 유망주 코미디언까지 큰 힘을 보탠다. 능청맞은 연기와 능수능란한 애드리브까지 접목되면서 <고스트 버스터즈>는 코믹 호러 장르물의 모범 사례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1, 2편의 정통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의욕적으로 완성된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에선 아쉽게도 부족함이 드러난다. 가장 큰 약점은 코미디의 부재다. 피비의 농담이 종종 등장하지만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정도의 위력은 되지 못한다. 본격적인 유령 사냥꾼으로 재탄생하기까지 1시간 정도의 분량을 의혹의 본질에 접근하는 과정에 할애하다 보니, 핵심이 되어야 할 유령들과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 장면은 이전 시리즈 대비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모순까지 내비친다. 이반의 아들이자 <주노> <인 디 에어>로 연출 능력을 인정받은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이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에 적합한 연출자였을까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다.

떠나간 원조 유령 사냥꾼을 위한 헌사​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의 한 장면.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코리아

 
이 밖에 37년 전 1편의 설정이 극에 등장한다는 점은 이전 작품들을 전혀 보지 못한 요즘 관객들에겐 진입 장벽을 높여버리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미국인들에겐 198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다 보니 친숙하겠지만 바다 건너 한국에선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인 작품이 됐다.

1980년대 어린이 모험물 <구니스>를 연상케 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로 틀을 짰지만 가장 시야에 들어오는 배우는 막내 피비 역을 맡은 맥케나 그레이스이다. 외할아버지를 쏙 빼닮은 외모에 과학에 관심 많고 해박한 지식을 지녔다는 설정에 걸맞게 올해 15살에 불과한 이 배우는 사실상 단독 주인공이라 봐도 과언은 아닐 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자기 몸만 한 장비를 짊어지고 광선총을 거침없이 쏘는가 하면 엔딩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노래 'Haunted House'까지 직접 부르는 등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다. 

한편 <고스트 버스터즈>를 좋아했던 50대 이상 올드 팬들에겐 빌 머레이, 댄 애크로이드 등 오리지널 시리즈 주역들의 후반부 등장이 반가움으로 다가올 법하다. 특히 첨단 그래픽 기술을 거쳐 부활한 고 해롤드 라미스(2014년 작고)의 존재는 왜 이 작품의 원제에 'Afterlife'(사후세계)가 등장하는지를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비록 여러 면에서 완벽했던 1편의 아성을 넘기엔 역부족이지만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떠나간 원조 사냥꾼을 위한 헌사라는 점에선 나름의 소임을 다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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