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내년 시즌 전력 강화를 위한 선수단 보강을 단행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두산 베어스 출신의 우완 투수 이동원과 KT 위즈 출신의 멀티 내야수 박승욱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롯데는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는 이동원의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영입을 결정했고 내년 퓨처스리그 경기에 투입해 실전 감각을 높일 계획이다. 박승욱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과 함께 타격에서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수원 유신고를 졸업하고 2012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이동원은 최고 구속 158km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많은 강속구 투수들의 고질적인 약점이기도 한 제구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1군 무대에서는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했다. 스트라이크만 잘 던진다면 그 어떤 투수보다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투수로 거듭날 수 있는 이동원은 10년의 서울 및 이천 생활을 마치고 내년 시즌 부산에서 새출발한다.

강속구 재능 완전히 꽃 피우지 못한 유망주들

빠른 공은 젊은 투수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이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덕수고의 장재영이 '최대어'로 불리며 무려 9억 원의 계약금을 받을 수 있던 것도 시속 150km를 가볍게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원하는 곳에 정확히 공을 던질 수 없으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위력적인 강속구를 던지는 많은 유망주들 중에서도 대투수로 성장하는 투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이유다.

2000년대 초·중반 KBO를 상징하는 강속구 투수는 바로 SK 와이번스의 엄정욱이었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2라운드(전체9순위)로 SK에 입단한 엄정욱은 2003년 시속 158km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리고 프로 5년 차가 되던 2004년 22경기에 등판해 7승5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3.76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냈다. 이런 성장 속도라면 리그 정상급 우완 투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엄정욱은 2005년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5년 간 16경기 등판에 그치는 '사이버 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2010년 4승을 거두며 마운드로 돌아온 엄정욱은 2011년3승2패6세이브2.13,2012년4승5패3세이브12홀드3.20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운 후 2014 시즌이 끝나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엄정욱은 현재까지도 많은 야구팬들에게 아쉽게 재능을 폭발하지 못한 강속구 유망주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엄정욱보다 한 해 늦게 프로 무대를 밟은 이정호(키움 히어로즈 잔류군 투수코치) 역시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 시절 시속 153km의 강속구를 던지며 삼성팬들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5억3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 무대를 밟은 이정호는 어깨부상 후유증으로 프로에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결국 이정호는 2003년 프로 데뷔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를 끝으로 2010년 초라하게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덕수고 시절 '악마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첫 번째 한국인 고객이 됐던 한승혁(KIA 타이거즈)은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던 강속구 유망주였다. 하지만 시속 157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한승혁은 프로 11년 동안 단 14승을 올리는데 그치며 아직 자신의 재능을 완전히 꽃 피우지 못했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는 만큼 '실패한 유망주'로 분류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한승혁도 어느덧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서른이 된다.

부산에서 도약 노리는 두산 출신 강속구 유망주

엄정욱과 이정호, 한승혁 같은 강속구 유망주들은 모두 무시무시한 빠른 공에 비해 제구에서 약점을 보이면서 KBO리그에서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소하게나마 전성기 구간이 있었던 엄정욱이나 엄청난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던 이정호, 그리고 여전히 KIA 타이거즈의 기대주로 인정 받는 한승혁은 1군에서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방출된 이동원에 비하면 행복한 선수들이다.

유신고 시절부터 제구가 좋지 않았던 이동원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하지만 이동원은 프로에서 별다른 발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2년 만에 방출됐고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이대로 야구를 포기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였던 이동원은 자신을 방출했던 두산에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고 테스트에서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베어스에 재입단했다.

이동원은 2017년 시범경기에서 시속 158km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야구팬들을 경악시켰지만 두 타자를 상대로 볼넷 2개와 폭투2개를 기록할 정도로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이동원은 작년5월 5일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지만 볼넷2개를 허용한 후 초라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결국 이동원은 올 시즌에도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에서 1승1패11.25의 성적을 기록하고 두산에서 두 번째 방출을 당했다.  

1군은커녕 2군에서도 실적을 올리지 못한 방출 선수라면 대부분 은퇴가 유력하지만 롯데는 이동원의 강속구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기로 했다. 사실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조차 버거워하던 이동원에게 당장 정교한 제구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이동원이 롯데의 투수코치들을 만나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로 변모한다면 롯데 마운드는 의외로 좋은 무기 하나를 장착할 수 있다.

롯데는 지난 2011년에 열린 첫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사이드암 김성배를 지명해 2013시즌 마무리 고민을 덜었다(31세이브). 2017년 2차 드래프트에서도 두산에서 잠수함 오현택을 데리고 와 2004년의 임경완(롯데 불펜코치) 이후 14년 만에 두 번째 홀드왕을 배출했다. 비록 2차 드래프트 출신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이동원 역시 두산 출신이다. 롯데는 이동원을 통해 또 한 명의 '곰표 투수' 성공사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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