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한 장면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한 장면 ⓒ JTBC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아래 <내가 키운다>)는 시간이 갈수록 매력을 더하는 소위 '볼매' 같은 프로그램이다. 방영 초반, <내가 키운다>는 이혼하고 홀로 육아를 하는 여자 연예인들의 솔직한 심경 토로와 개성 있는 육아로 눈길을 끌었다.

색깔이 너무나도 다른 세 가족 김나영과 신우·이준, 김현숙과 하민, 조윤희와 로아의 일상은 육아의 감동과 예능의 재미를 모두 만족시켰다. 무엇보다 이혼의 아픔을 딛고 용기를 낸 세 엄마들의 모습은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

세 가족의 모습이 익숙해지거나 지루해질 무렵, 매주 금요일 오후 9시에 안방을 찾던 프로그램은 지난 9월 29일부터 수요일로 방송 시간을 옮겼다. 편성 시간을 바꾼 프로그램은 MC 채림과 그녀의 아들 민우의 일상을 공개하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재활용을 이용한 아이디어가 가득했던 채림의 육아와 감수성이 풍부한 민우의 따뜻한 말들은 훈훈했다. 아빠를 궁금해하던 민우의 사연을 전하는 채림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드넓은 저택에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두 모자가 재활용과 플로깅을 하고, 목욕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맞춰 욕실을 인테리어했다는 채림이 자기 일을 스스로 하게끔 교육시키기 위해서 민우에게 팬티를 빨게 한다는 이야기는 와닿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일상이었다 해도, 피어나는 위화감은 단지 피해의식의 산물만은 아닐 것이었다. 화려한 연예인의 일상을 소박하게 치장(?)하려는, 어딘가 솔직하지 못한 꾸밈처럼 보이기만 했다. 결국, 한부모 가정의 육아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한다는 이 프로그램도 그저 그런 연예인 육아 예능이 되려는가 싶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엄마들의 육아 일색이던 프로그램에 아빠가 찾아왔다. 정찬과 딸 새빛·아들 새찬의 티격태격이 드러내는 것은 연예인 정찬의 육아가 아니었다. 그리 교과서적이지도 모범적이도 않은 아빠인 정찬은 보통의 아빠였고, 숙제에 싫증을 내는 새빛과 새찬은 요즘의 아이들이었다.

주말 오전 게임 한판에, 대충 늦은 아침을 차려 먹고, 등을 바꾸는 모습 등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시청자를 의식해 구색을 맞춘 듯 연출한 (굳이 그 속내를 감추려 하지도 않았던) 달고나 만들기는 제대로 성공하지 못해 오히려 더 공감이 갔다. 뭐든 다 잘되어 희희낙락할 수는 없지만 그리 행복하지 않은 것만도 아닌, 우리네 일상이 다 그렇지 않은가.

'보통 아빠' 정찬과 이지현의 용기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의 한 장면.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의 한 장면. ⓒ JTBC

 
배턴을 이어받은 다음 출연자는 한때 인기 절정을 달리던 쥬얼리의 멤버 이지현이었다. 예쁘기로 소문난, 그래서 깍쟁이 같은 이미지를 가졌던 미녀 가수 이지현. 엄마가 된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스캔들보다 더 큰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자가면역질환 HS 자반증을 앓고 있는 딸 서윤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우경과의 일상은 이지현이 지녔던 공주 같던 이미지를 단번에 깨트렸다.
 
특히, 매시간시간이 전쟁 같은 우경과의 일상은 ADHD에 대한 관심과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공개하기 힘든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지현의 용기는 ADHD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이 되었다.

이지현은 사랑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고되고 힘든 시간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잘 헤쳐 나가고 있었다. 진정 용감한, 용기를 내야 하는 솔로 육아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현의 밝고 씩씩하면서도 소탈한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응원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의 한 장면.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의 한 장면. ⓒ JTBC

 
노래 '귀로'의 주인공 박선주의 제주도 육아도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딸 에이미를 위해 일도 그만두고 제주도에서 살고 있었다. 일은 나중에 할 수 있지만 아이와의 시간은 지금뿐이라는 박선주의 말은,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여건이 따르지 않을 터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에이미를 제주도의 한 국제학교에 보내기 위해 박선주와 남편 강레오는 떨어져 살고 있었다. 생활비와 양육비 등 모든 비용은 무조건 반반이라는 그들의 삶은 솔로 육아의 일정 부분을 담당할 경제력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제주도의 국제학교는 비싼 수업료만큼이나 좋은 시설과 양질의 프로그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놀라운 건 박선주와 교장이 마치 친구처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권위나 체면이 사라진 그 자리를 채운 사사로움을 보며, 교육의 목표 중 하나가 불필요한 벽을 허무는 것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키운다>의 지향점도 이러한 것이지 않을까.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선택에 대한 존중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의 한 장면.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의 한 장면. ⓒ JTBC

 
12월 1일, 어제 방송된 20회에서는 전쟁기념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 '발굴 100주년 기념전, 투탕카멘 : 파라오의 비밀'을 찾은 정찬 가족과 춘천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는 김나영 가족의 모습이 집중적으로 그려졌다.

전시에 앞서 열심히 예습하고 전시회를 즐기는 새찬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새빛의 다른 반응은 웃음을 자아냈다. 두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세심하게 대처하는 정찬은 노력하는 아빠였다.

10여 년이 훌쩍 넘어 각각 두 아들을 데리고 만났지만, 나영과 친구는 언제나 만났듯 활기에 넘쳤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 춘천에 친정이 없는 나영을 위해 친정이 되어주고 싶다는 친구의 속깊은 말은 감동적이었다.

방송 말미, 이지현과 새롭게 치료를 시작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우경이 등장했다. 크지는 않아도 조금의 변화가 있다는 이지현의 멘트와 다음주 예고에는 여전한 우경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럼에도 이지현은 치료에 대한 희망과 우경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그녀의 용감한 솔로 육아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한 장면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한 장면 ⓒ JTBC

 
이제 20회에 이른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는 다양한 출연자들을 통해 솔로 육아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준다. 처음 이 프로그램은 이혼한 연예인들의 가슴 아픈 사연과 상처, 그에 따른 편견을 감추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맞서고 치유하는, 그녀들의 용기가 조금은 감상적으로 다가오는 육아 예능으로 보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내가 키운다>는 감상보다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선택에 대한 존중에 집중한다. 누군가에게는 좀 쉽고, 누군가에게는 좀더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것은 삶의 다채로움이다. 두 아들 신우·이준과 사는 김나영, 하민과 밀양에서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사는 김현숙, 로아와 언니와 함께 사는 조윤희 등 처음부터 세 출연자의 사는 모습은 조금씩 달랐다. 이후 출연한 민우와 채림, 새빛·새찬과 정찬, 서윤·우경과 이지현, 에이미와 박선주 등의 일상은 삶의 다양성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다양함이 그저 지루함을 깨기 위한 새로움이었다면, 그 새로움 역시 곧 지겨워졌을 것이다. 다채로운 출연자의 면면은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던 것의 폭을 확장하며, 변화와 차이를 보다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다채로움을 묶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며, 부모이자 한 사람인 자신에 대한 지지이다. 

프로그램은 결코 이혼과 가족 해체를 옹호하지 않는다. 출연자들 대부분은 맺었던 관계가 끊어지며 받은 상처를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미처 아물지 못한 그 상처들을 더 키우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흘러가는 삶의 여정 속에서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량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아픔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은 결국 '나'에 대한 긍정으로 되돌아온다. JTBC <내가 키운다>는 어느새, '나를 키운다'. 이 다채로움이 참 좋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선영 시민기자의 개인 포스트 '평범한 그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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