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TV를 볼 때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백종원이 사라졌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일주일이 백종원으로 채워졌다고 하도 과언이 아니었다. 월요일 KBS2 <백종원 클라쓰>, 수요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목요일 <맛남의 광장>, 금요일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글로벌푸드>까지 백종원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TV 편성표를 꼼꼼히 채웠다. 

그뿐인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도 백종원의 활약은 이어졌다. 티빙은 <백종원의 사계>를, 넷플릭스는 <백스피릿>을 공개했다. 지상파와 종편에 OTT까지, 백종원은 어디에나 있었다.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백종원은 지난 6년 동안 엄청난 확장력을 보여줬다. 그의 이름을 내건 수많은 프로그램이 론칭됐다. 사실상 대체제가 없었다. 

전국의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며 솔루션을 제시하는 백종원의 영웅적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또, 어려움에 처한 지역 특산물을 소진해 버리는 사업적 수완은 감탄을 불러왔다.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을 호출하는, 급이 다른 '지인 찬스'는 백종원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게다가 백종원은 여전히 훌륭한 요리 연구가이지 최고의 요리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비판도 상존했다. 백종원이라는 방송인이 과잉 소비되고 있다는 우려였다.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고전하기 시작했고,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은 기대 이하의 반응을 받았다. 불패의 신화가 깨졌다. 무엇보다 치명적이었던 건 '자기복제'에 대한 지적이었다. 이미 했던 얘기를 반복한다는 기시감을 줬다.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꼈다. 낙하는 순식간이었다. 

<마리텔>의 향수가 진하게 느껴졌던 MBC <백파더>는 어영부영 시즌이 종료됐다. 공익성이 돋보였던 <맛남의 광장>은 낮아진 시청률과 화제성의 직격탄을 맞고 9월에 종영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2.8%(닐슨코리아 기준)로 최고 시청률 8.2%에 비하면 1/3 수준에 불과했다. 규현과 의기투합했던 <백종원의 국민음식>은 1%대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리고 들려온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종영 소식은 그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걸 실감나게 했다. <골목식당>은 4년을 꼬박 채운 SBS의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이고, 백종원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더욱 공고히 했던 상징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백종원 브랜드'를 지탱하는 성채와도 같았다. '고대 정문 앞 골목'편이 방영 중인 <골목식당>은 모든 촬영이 마무리됐고, 스페셜 특집을 앞두고 있다. 

2021년은 백종원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의문이 남는다. 어째서 그 많은 프로그램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했을까. 시기적으로 공교롭게 맞물렸던 걸까. 방송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을까. 많은 이들이 질적 성장이 동반되지 않은 양적 팽창을 우려했고, 정체(停滯)를 돌파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백종원은 몸집을 불리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결과는, 예견됐던 대로다. 

물론 '백종원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다고 해서 '백종원이라는 콘텐츠'가 완전히 소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백종원 클라쓰>의 경우 시청률 5.6%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만, 이번 공격적인 확장의 실패로 인한 공백을 재정비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공익성과 선한 영향력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어떻게 자기복제를 뛰어넘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방송에서의) 휴식은 (적어도 백종원의 경우에는) 독이 아니라 득이 될 것이다. 대중의 관심이 충전되면 적당한 시기에 백종원은 돌아올 것이다. 여전히 백종원은 매력적인 방송인이다. 백종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이건 방송사들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이다. 책임은 그의 마지막 불꽃까지 짜내는 데 혈안이 됐던 방송사들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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