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11월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532명의 보류 선수 명단과 44명의 보류선수 명단 제외 선수를 발표했다. 보류선수 제외 명단에는 유한준과 임현준, 이성우, 김용의, 제이미 로맥, 정상호, 민병헌, 송승준 등 이미 현역 은퇴를 선언한 선수들도 있고 제라드 호잉과 워커 로켓, 마이크 몽고메리, 저스틴 보어, 딕슨 마차도, 프레스턴 터커처럼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외국인 선수도 있다.

은퇴를 결정한 선수 9명과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외국인 선수 9명을 제외한 나머지 26명의 선수가 현역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년 시즌에 뛰어야 할 새로운 팀을 알아봐야 한다. 프로에서의 실적이 좋은 소수의 선수들은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입단제의를 받아 새로 합류할 구단을 고르고 있지만 몇몇 선수들은 과거의 자존심을 버리고 테스트를 자처하면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구단을 찾고 있다.

FA시장 만큼 치열한 그들만의 방출 시장에서 드디어 재취업에 성공한 첫 번째 선수들이 배출됐다. 바로 1일 SSG랜더스와 계약한 베테랑 우완 노경은과 멀티 내야수 김재현이 그 주인공이다. 공교롭게도 SSG는 전날 무려 10명의 선수(은퇴선수 로맥과 정상호, 재계약 불가 샘 가빌리오 포함)를 방출했던 팀이다. 과연 이번 SSG의 선수단 변화는 내년 시즌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SSG랜더스 엠블럼

SSG랜더스 엠블럼 ⓒ SSG랜더스

 
3번째 팀에서 기회 얻은 베테랑 우완

두산 베어스에서 13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5년 동안 활약했던 베테랑 우완 투수 노경은은 롯데 이적 3년째가 되던 2018년 132.1이닝을 던지며 9승 6패 평균자책점4.0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1일(한국시각) 템파베이 레이스와 2+1년 총액 1525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한 브룩스 레일리(11승)에 이어 롯데에서 두 번째로 많은 승수였다. 그해 리그 평균 타율이 .286에 달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8년 노경은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하지만 노경은은 FA 시장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많은 나이와 두산 시절이던 2016년 은퇴소동을 벌이며 트레이드를 요구한 전력이 있던 것이 문제였다. 결국 노경은은 원소속팀 롯데와의 협상마저 결렬되며 'FA미아'가 되고 말았다. 2019년 한 시즌을 통째로 거른 노경은은 롯데에 성민규 단장이 부임하면서 2019년 11월 2년 총액 11억 원에 뒤늦은 FA계약을 체결했다.

노경은은 작년 시즌 롯데의 4선발로 활약하며 5승 10패 4.87을 기록했다. 비록 승보다 패가 2배나 많았지만 팀 내에서 댄 스트레일리와 박세웅 다음으로 많은 이닝(133이닝)을 소화하며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다 했다. 하지만 노경은은 올 시즌 14경기에서 3승 5패 7.35로 크게 부진했고 롯데는 FA계약기간이 끝난 노경은을 미련 없이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현역 연장에 미련이 있던 노경은은 테스트 끝에 SSG 입단에 성공했다.

SSG는 올 시즌 토종 원투펀치 박종훈과 문승원이 동시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면서 2년 차 좌완 오원석을 비롯해 이태양과 최민준으로 힘들게 선발진을 꾸렸다. 내년에도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 잔류하고 박종훈, 문승원의 합류가 늦어진다면 선발투수 부족 현상은 계속 이어질 확률이 높다. 정규리그 8위 롯데에서 방출한 노장 투수를 롯데보다 4경기나 앞섰던 정규리그 6위 SSG가 품은 이유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9세가 되는 노경은이 전성기에 비해 구위가 크게 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통산 163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노경은의 '경험'은 박종훈(177선발)을 제외한 SSG의 그 어떤 투수도 갖지 못한 소중한 자산이다. 과연 노경은의 풍부한 경험은 롯데 투수코치와 수석코치 시절 노경은의 두 번째 전성기를 끄집어냈던 김원형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는 SSG에서 또 한 번 빛을 발할 수 있을까.

타격 보완 시급한 유틸리티 내야수

'김재현'은 KBO리그에서 동명이인 선수가 가장 많은 이름 중 하나다. 프로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활약했던 투수 김재현부터 LG트윈스 마지막 우승의 주역이었던 '캐넌' 김재현(SPOTV 해설위원), 작년까지 SK 와이번스에서 활약했던 외야수 김재현, 박동원과 이지영을 보좌하는 키움 히어로즈의 백업포수 김재현까지. 이토록 많은 김재현들 사이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백업 내야수 김재현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배명고와 한양대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전체 54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김재현은 한양대 시절부터 좋은 수비를 선보이며 백업 내야수로 기대를 모았다. 프로 입단 후 첫 2년 동안 1, 2군을 전전하던 김재현은 2016년 김상수와 조동찬의 부상을 틈 타 1군에서 122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타율 .218 무홈런14타점 25득점의 성적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 실패했다.

2016 시즌이 끝난 후 경찰 야구단에 입대한 김재현은 입대 첫 해였던 2017년 퓨처스리그에서 3할 타율을 기록했지만 전역 후 대수비로만 5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재현은 2019년 6경기,작년 35경기 출전에 그쳤고 삼성이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된 올 시즌엔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결국 시즌이 끝나고 삼성의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김재현은 테스트에 합격해 SSG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SSG는 FA로 영입한 2루수 최주환이 올 시즌 2루수로 69경기 밖에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작년 시즌을 통해 3할 유격수 박성한을 발굴하는 큰 성과도 있었지만 만 23세의 내야 유망주 김찬형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내야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내야 전 자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김재현이라면 내야 수비가 썩 강하지 않은 SSG의 1군에서 충분히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14년 삼성에 입단해 내년이면 어느덧 프로 9년 차가 되는 김재현은 통산 타율이 .202에 불과하고 통산 안타는 60개도 채 되지 않는다. 아무리 타격보다는 수비에 특화된 선수라 해도 타격에서 전혀 기대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경기 출전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SSG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게 될 다음 시즌 김재현의 이번 겨울과 내년 스프링캠프 최우선 과제는 역시 타격 보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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