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떠나 새 둥지를 찾던 '베테랑 우완투수' 노경은의 행선지는 또 다른 항구의 도시, 인천이었다.

SSG 랜더스는 1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단 뎁스 강화 차원에서 투수 노경은과 내야수 김재현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달 28일 롯데 자이언츠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이후 한 달여 만에 들려온 소식이다.

내년 1월까지 두 달간 몸을 만들고 나서 2월부터 진행될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노경은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계약이 확정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12월 초에 도장을 찍으면서 정상적으로 2022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SSG 랜더스로 향하게 된 우완 투수 노경은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SSG 랜더스로 향하게 된 우완 투수 노경은 ⓒ 롯데 자이언츠

 
노경은, 다시 기회를 잡았다

2003년 두산 베어스 1차 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입성한 노경은은 긴 시간 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12시즌 들어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해 42경기에 등판해 146이닝 12승 6패 7홀드 ERA(평균자책점) 2.53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성했다.

2013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면서 상승 곡선을 그려나간 노경은은 2014시즌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2015년 한국시리즈서 2경기 6이닝 무실점으로 부활을 알렸다. 예상치 못한 노경은의 활약에 탄력을 받은 두산은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던 중 2016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시즌 초반부터 부진에 빠져면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던 노경은은 5월 31일 고원준과의 1:1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한다. 보직을 떠나서 1군에서 그를 활용하고 싶었던 롯데가 손을 내민 것이다. 눈에 띄는 활약은 아니었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롯데에 와서도 힘든 시기가 없진 않았다. 2019년 FA 협상 결렬로 1년을 통째로 날려야 했던 노경은은 좀 더 간절한 마음으로 야구를 대했고, 어떻게든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난 시즌 '비장의 무기' 너클볼을 연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갈수록 공의 위력이 떨어지는 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 올 시즌에는 14경기 56⅓이닝 3승 5패 ERA 7.35로, 젊은 투수들 사이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졌다. 9월 5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가 마지막 등판이 되면서 더 이상 노경은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노경은은 포기하지 않았다.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SSG의 문을 두드렸고, 입단 테스트를 거친 끝에 합격점을 받았다. 패스트볼 최고구속이 147km까지 나오는 등 당장 1군에서 공을 던져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올 시즌 초토화 상태에 가까웠던 마운드를 재정비해야 하는 김원형 감독 입장에서도 노경은의 합류는 반가운 소식이다.

올 시즌 초토화 상태에 가까웠던 마운드를 재정비해야 하는 김원형 감독 입장에서도 노경은의 합류는 반가운 소식이다. ⓒ SSG 랜더스


이닝 소화할 투수 늘어난 SSG

올 시즌 SSG의 마운드 사정을 고려하면, 긴 이닝을 끌어줄 수 있는 투수가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시즌 도중 문승원과 박종훈, 국내 선발 두 명이 나란히 이탈했고 윌머 폰트와 원투펀치를 이룬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 샘 가빌리오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급하게 오원석이 선발진에 합류하고, 이태양을 비롯해 대체 선발 투수로 공백을 메웠지만 팀이 가을야구로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즌 초반 선발 등판 기회를 얻기도 했던 우완투수 정수민은 시즌 종료 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선발진이 붕괴되면서 고스란히 불펜에 그 여파가 전해졌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팀 불펜 이닝이 가장 많은 팀은 SSG(602⅓이닝)였다.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600이닝을 돌파했고, 가장 적은 팀이었던 KT 위즈(450⅔이닝)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수술 이후 재활 과정을 진행 중인 문승원, 박종훈의 복귀 시기는 아무리 빨라야 5~6월 이후다. 다시 말해서 정규시즌 개막 로스터에는 두 선수의 이름이 없다는 의미로, 시즌 초반 이들의 자리를 메울 투수가 필요하다. 선발 경험이 풍부한 노경은이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혹은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경기나 추격조 역할이 노경은에게 주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노경은이 SSG 마운드에 큰 힘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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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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