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대부' 이경규가 남다른 입담만으로 40년차 예능 고수의 내공을 드러냈다. 11월 30일 방송된 SBS 예능 <신발벗고 돌싱포맨>(아래 돌싱포맨)에는 이경규가 출연하여 네 돌싱들(탁재훈, 이상민, 임원희, 김준호)과 펼치는 유쾌한 티키타카가 그려졌다.
 
임원희의 집에 모인 돌싱포맨들은 큰 형님 이경규를 맞이하여 상석에 모셨다. 대선배의 방문에 긴장하는 돌싱들에게, 이경규는 "<돌싱포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5개 안에 든다"며 덕담을 건넸다. 이상민은 "이 프로그램에 나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탁재훈과 이야기했다. '형님은 게스트로 잘 안 나오시지 않나? 혹시 결혼생활에 위기감을 느끼셨나' 하더라"고 폭로하며 선공을 날렸다. 이경규는 "무슨 위기감이냐, 갈라서면(이혼) 바로 여기로 오면 되는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경규는 돌싱포맨을 가리켜 "선진국 스타일의 삶을 살고 있다. 솔직히 부럽기도 하다"고 칭찬했다. 이어 "난 돌싱들의 마음을 안다.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니다"라고 평소의 버럭 경규답지 않게 의외로 따뜻한 말을 계속 건네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문득 듣고 있던 이상민은 "약간 비굴한 기분이 드는 게, 형님은 진짜 불쌍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만 잘해준다"며 의심을 품었다. 이경규는 냉큼 "그 말이 맞다. 자기들은 잘된 게 없잖아"라고 순순히 인정하며 돌싱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경규 "월드컵도 안 보던 딸이 K리그 경기를..."
 
 SBS 예능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SBS 예능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이경규의 딸인 배우 이예림의 결혼이 화제로 올랐다.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에, 이경규는 "우리 딸이 떠나고 나면 아내랑 둘이 살아야 한다. 그동안 딸이 아내와 나 사이에서 스펀지같은 역할을 해줬다. 과연 내가 잘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며 짠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경규는 아내와 각방을 쓴다고 고백하며 "우리 나이 정도 되면 거실에서 얼굴 보고, 생사확인 정도만 한다"고 고백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상민은 "형님을 보면 결혼생활이 항상 아슬아슬하다고 느꼈는데 지금까지 잘사는 게 신기하다"고 이야기했고, 탁재훈은 "형님이 밖에서 버럭하는 이유는 집에서 짓눌리고 살기 때문이다. 약점 잡힌 게 있는 것 같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경규는 "한 두 개가 아니다. 집에서는 쥐죽은 듯이 조용히 있는 게 낫다. 그저 아내가 어디 있느냐만 보고 있는 거다"라고 받아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경규는 예비사위인 축구선수 김영찬에 대하여 "사위가 백년손님이라는데 어렵긴 어렵다. 나보고 아버님이라고 그러는데 미치겠더라. '내가 왜 쟤 아버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이경규는 평소 월드컵도 보지 않았던 딸이 어느날 K리그 경기, 그것도 한 팀만 계속 시청하는 것을 보고 남자친구가 생긴 것을 눈치챘다고 밝혔다. 이경규는 사위가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내 맘에 들고 안 들고는 중요하지 않다. 딸이 만나고 있는 사람인데"라며 딸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쿨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젔다.
 
만일 이예림이 돌싱포맨 중 한 명을 사위로 데려왔다면?이라는 질문이 나오자 이경규는 당혹해하며 "치명적이다. 그럼 내가 너희에게 간절히 빌어야 한다. 한 명도 안 된다고"라고 받아쳐서 웃음을 자아냈다. 즉석통화로 연결된 이예림은 탁재훈을 호감도 1위로 꼽았고, 김준호-임원희-이상민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경규는 이예림-김영찬 예비부부가 SBS <동상이몽>으로부터 섭외를 받았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하지만 이경규는 자신이 출연 중인 KBS <개는 훌륭하다>와 방송시간대가 겹친다며 '부녀 대결'이 될 뻔한 모양새에 난색을 표시했다. 이상민이 "이예림이 나오면 <동상이몽>이 이길 것 같다"고 전망하자, 이경규는 "그래서 문제다. 내가 이기려면 방송에서 개한테 확확 물려야 한다. 개한테 물리더라도 시청률이 올라간다면 보람이 있다"고 고백하여 폭소를 자아냈다.
 
"주변과 가족 위해 희생한 삶, 죽을 때 눈 못 감아"
 
 SBS 예능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SBS 예능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이경규는 사돈댁과 첫 상견례 당시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 긴장감에 숨이 콱콱 막혔다는 이경규는, 자신이 출연했던 <한끼줍쇼>를 떠올리며 일반인들과 방송을 한다고 생각하고 몇 시간 동안 MC처럼 진행과 질문을 하면서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는 뒷이야기를 고백했다. 이경규는 딸의 손을 잡고 식장에 입장하여 사위에게 딸을 넘겨줄 때의 기분을 상상하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돌싱포맨이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가와 화환 등을 제안하자 이경규는 손사래를 치며 "자기들은 나대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강하게 만류했다. 이경규는 "너희가 돌싱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라면서도 혼잣말처럼 "찝찝하잖아"라고 덧붙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주제는 취미생활로 옮겨갔다. 골프, 술, 낚시 중에서도 낚시를 가장 좋아한다는 이경규는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도시어부> 촬영 일정이 잡혀있다고 밝혔다. "남이 있으면 뒤치다꺼리를 다해야 한다. 끝나면 바로 날라야 한다"며 숨은 속내를 드러냈다. 아내와 함께 낚시를 다닐 생각은 안 해봤냐는 질문에 이경규는 정색하며 "아내가 낚시를 좋아해선 안 된다"고 칼같이 정리했다.
 
또한 이경규는 '세상에 좋은 남자는 없다'는 평소의 소신을 드러내며 대한민국 애처가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최수종과 차인표에 대해서는 "가식적이고 위선자들"이라고 성토했다. 이경규는 "걔들이 이 나라를 망쳐놨다. 아내를 사랑한다고 해도 방송에 나와서까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분노했다.

지켜보던 이상민은 "그럼 사위는 좋은 남자라고 생각하시냐?"며 허를 찌르는 기습 질문을 던졌다. 말문이 막힌 이경규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좋은 놈이길 바란다"며 어쩔 수 없는 딸바보 아빠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경규는 돌싱포맨에게 재혼과 싱글라이프 중에서 선택하라면 후자를 권유했다. 이경규는 "돌싱포맨같은 삶이 자신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이경규는 "내 삶의 방식은 내 딸이 영어하는 것보다 내가하는 것이 낫다는 거다"라고 밝혔다.
 
의아해하는 멤버들에게 이경규는 1990년대 한창 인기절정일 때 가족을 두고 일본 유학을 다녀왔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규는 "주변과 가족을 위하여 희생한 삶은 죽을 때 눈을 못 감는다. 두고 떠나기 억울하니깐"이라며 "탁재훈처럼 살면 미안하니까, 그럼 눈을 감아야지"라고 주장하며 인생에 대한 색다른 통찰로 공감과 폭소를 자아냈다.

이상민이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결혼은 미친 짓이냐"라고 질문하자 이경규는 난처해하며 "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그래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하는 게 말이 되겠냐.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혼제도에 대한 생각에는 "결혼은 간단하지만 이혼은 복잡하다. 이혼도 온라인 통보식으로 하는 게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버럭 경규'의 츤데레 매력
 
 SBS 예능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SBS 예능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돌싱들은 저마다 싱글라이프의 애환을 털어놨다. 술 마시고 현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을 때, 실수로 화장실 문이 잠겼을 때 등의 사례가 거론됐다. 이경규는 자신은 술 마시면 비밀번호가 더 잘 생각나며, 화장실 문은 떼어놓으면 된다고 주장하며 "누군가에게 신세질 생각보다 독립적인 생각을 하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돌싱들은 이경규에 대하여 방송가에 도는 소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본인이 좋아하는 취향 위주로 편한 방송만 골라서 한다는 '이경규 꿀벌설'에 대하여, 이경규는 "신동엽이나 김구라는 늘 앉아있다. 나는 앉아서 방송하지 않는다. 눈뜨면 바다고 야외다. 스튜디오 프로에서도 앉아있지 않는다. 나는 일벌이다"라고 주장했다. 돌싱들은 이경규의 지난 방송들을 회상하며 모두 공감했다.
 
천사경규 Vs. 앵그리 경규 중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경규는 "실제로 화가 많다. 아침에 집밖을 나설 때부터 그냥 화가 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무서운 이미지 뒤에 담긴 이경규의 미담들이 연이어 공개됐다. 이경규는 자신의 차에 교통사고를 낸 트럭 기사가 안절부절하자 버럭하면서도 그냥 가시라고 했던 일화에서부터, 임원희-김대희-김성주와의 에피소드들을 언급하며 까칠해보이면서도 사람을 챙기는 '츤데레' 매력을 보여줬다.
 
이경규는 돌싱포맨을 위한 원포인트 예능 특강을 진행했다. "예능에서 임원희는 애매하다. 잘라내기엔 섭섭하지만 카메라를 잡으면 페이소스가 있다"고 분석하며 "돌싱포맨에는 필요한 존재"라고 격려했다. 특유의 버럭 캐릭터로 방송에서 여러 출연자들의 멱살을 잡았던 이경규는 "멱살잡아본 사람 중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추성훈"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멱살은 내 캐릭터다. 멱살 잡는 것도 요령이 있다. 오디오가 들어가고 인물이 안 겹치고, 카메라 앵글이 다 보여야 한다"고 직접 구체적인 시범까지 선보이는 열연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경규는 "멱살도 아무나 잡지 않는다"면서 임원희를 예로 들며 "임원희같은 사람은 멱살 잡으면 당황해서 리액션을 못한다. 방송이 끝나도 하루종일 방에 드러누워서 내가 뭘 잘못했나 반성할 스타일이다. 방송에서는 출연자의 성향이나 반응 등 모든 것을 분석하고 들어가야 한다"며 계산된 버럭 캐릭터의 비결을 공개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돌싱포맨>은 별다른 코너나 장면 전환 없이도 내내 자리에 앉아서 오로지 이경규의 토크만으로도 1시간이 넘는 분량을 지루할 틈 없이 꽉 채우며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다. 자녀의 결혼, 가정 생활, 싱글라이프, 방송과 웃음에 대한 철학에 이르기까지, 소소하면서도 현실적인 주제들에 대하여 즐거운 수다 속에서 현실적인 인생의 통찰까지 담아 해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내공은, 국내 방송가에서 오직 이경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이 아닐까.
 
이경규라는 인물은 40년 동안 굴곡은 있었지만 방송계의 주류에서 밀려나지 않고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호통과 독설, 시니컬함, 속물성 등으로 요약되는 이경규의 개그는 한 발만 삐끗하거나 선을 넘어도 비호감으로 낙인 찍히기 쉽지만, 정작 이경규는 이런 캐릭터를 수십 년간 유지하면서 별다른 구설수나 이미지 하락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시니컬한 듯하면서도 현실적이고, 개인주의적으로 보이지만 이기적이지는 않은 이 60대 예능인의 웃음철학과 인생스타일이 지금도 세대를 넘어 통하는 비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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