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장충에서 열린 첫 '이소영 더비'에서 셧아웃 승리를 따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11월 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7,25-22,25-15)으로 승리했다. 2위와 3위의 대결로 치열한 접전이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경기는 1시간22분 만에 GS칼텍스의 완승으로 끝났고 승점 3점을 챙긴 GS칼텍스는 인삼공사를 제치고 단독 2위로 치고 올라갔다(8승4패,25점).

GS칼텍스는 40.82%의 점유율을 책임진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가 47.50%의 성공률로 20득점을 기록했고 윙스파이커 강소휘와 유서연도 각각 11득점과 10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내내 화려한 리액션과 과감한 플레이로 팀에 활기를 불어 넣은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시즌 두 번째 선발 출전 경기에서 서브득점 하나와 블로킹2개를 곁들이며 7득점을 기록한 프로 3년 차 권민지가 그 주인공이다.

GS칼텍스가 장신 유망주 대신 선택한 권민지
 
 GS칼텍스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80cm 이상의 장신 유망주들 대신 178cm의 권민지를 전체 3순위로 지명했다.

GS칼텍스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80cm 이상의 장신 유망주들 대신 178cm의 권민지를 전체 3순위로 지명했다. ⓒ 한국배구연맹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는 유난히 장신 유망주들이 많이 나왔다. 광주체육고 시절부터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던 선명여고의 정호영(인삼공사,190cm)이 있었고 어린 시절의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을 연상케 한다는 정통센터 유망주 이다현(현대건설 힐스테이트,185cm)도 있었다. 심지어 세터 중에서도 180cm 이상의 신장을 가진 선수가 두 명(도로공사의 안예림과 페퍼저축은행의 구솔)이나 있었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던 정호영과 이다현이 예상대로 1,2순위로 지명을 받은 가운데 이제 순서는 3순위 지명권을 가진 GS칼텍스에게 넘어왔다. 대부분의 배구팬들은 GS칼텍스가 일신여상 트리오인 최가은(페퍼저축은행,184cm), 김다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180cm), 육서영(IBK기업은행 알토스,180cm) 중 한 명을 지명할 거라 전망했다. '깜짝지명'이 나와도 두 장신세터 중 한 명이 될 거란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차상현 감독이 호명한 이름은 대구여고의 전천후 공격수 권민지였다. 권민지는 178cm로 신장은 다소 작지만 왼쪽과 중앙, 오른쪽을 모두 오갈 수 있는 만능 공격수로 꼽힌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018-2019 시즌 신인왕이자 국가대표로 성장한 정지윤(현대건설)을 놓쳤던 GS칼텍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남아있는 선수들 중 가장 공격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한 권민지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권민지가 GS칼텍스에 입단했을 당시 GS칼텍스에는 왼쪽에 이소영(인삼공사)과 강소휘, 오른쪽에 메레타 러츠(KUROBE 아쿠아 페어리즈), 중앙에 한수지와 김유리가 버티고 있었다. 차상현 감독은 권민지에게 문명화의 잦은 부상으로 상대적으로 백업이 약했던 중앙공격수 자리를 맡겼다. 루키 시즌 백업센터로 활약하며 20경기에 출전한 권민지는 57세트 동안 35.9%의 공격 성공률로 81득점을 올렸다.

권민지가 20경기에 출전할 때까지 GS칼텍스는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두고 선두 현대건설에 승점 1점 차로 뒤져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 닥친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시즌은 조기 종료됐고 권민지는 생애 첫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권민지는 이어진 신인왕 투표에서도 25경기에 출전해 103득점을 기록한 흥국생명의 박현주에게 생애 한 번 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주전 출전 후 2경기 연속 셧아웃 승리
 
 득점을 올린 후 리액션 만큼은 권민지가 GS칼텍스에서 단연 으뜸이다.

득점을 올린 후 리액션 만큼은 권민지가 GS칼텍스에서 단연 으뜸이다. ⓒ 한국배구연맹

 
권민지는 지난 시즌에도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GS칼텍스의 주요 벤치자원으로 활약하다가 발목 수술을 받은 한수지가 시즌아웃되면서 주전 센터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권민지 역시 지난 1월 훈련 도중 왼쪽 새끼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막판까지 결장했다. 정규리그 막판에 극적으로 복귀한 권민지는 챔프전에서 주전 센터로 GS칼텍스의 통합우승에 기여했고 만19세의 어린 선수답게 코트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권민지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은 이소영이 인삼공사로 이적하면서 윙스파이커 주전경쟁에 뛰어들 기회를 얻는 듯 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작년 5월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은 유서연과 함께 지난 4월 박혜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최은지까지 영입하면서 강소휘의 파트너 후보들을 늘렸다. 그만큼 권민지에게는 주전 윙스파이커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예상대로 권민지는 프로 3년 차가 된 이번 시즌에도 벤치에서 출발했지만 팀 내 입지는 결코 작아지지 않았다. 권민지는 한수지와 김유리의 뒤를 잇는 GS칼텍스의 첫 번째 백업센터로 활약했고 지난 11월 27일 기업은행과의 경기부터 선발 센터로 출전하고 있다. 권민지는 시즌 첫 선발출전 경기였던 기업은행전에서 블로킹 2개를 곁들이며 7득점으로 GS칼텍스의 3-0 승리에 기여했다.

기업은행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권민지는 3일 후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도 한수지와 짝을 이뤄 주전 센터로 출전했다. 권민지는 이날 한 살 위의 국가대표 센터 박은진과 마주보며 경기를 펼치느라 자칫 부담을 느낄 법도 했지만 서브득점 하나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7득점을 올리는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공격점유율은 7.14%에 불과했지만 성공률이 57.14%(4/7)에 달했을 정도로 효율 높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정통센터가 아닌 권민지는 중앙속공이나 이동공격 같은 센터들 고유의 플레이보다는 오픈 공격이나 퀵오픈 같은 날개 공격수들이 할 법한 큰 공격들을 주로 구사한다. 게다가 7개 구단 주전센터 14명 가운데 유일하게 신장이 180cm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권민지는 뛰어난 운동능력과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패기, 그리고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파이팅으로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며 GS칼텍스의 2라운드 후반 반등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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