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표된 총점 순위였다.

지난 29일에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각각 MVP와 신인왕의 영예를 안게 됐다. 이의리의 경우 1985년 이순철 이후 36년 만의 타이거즈 신인왕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미란다와 이의리 모두 수상 자격이 충분한 선수들이었고, 일찌감치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들로 점쳐졌다. 그러나 이 두 선수 모두 투표에 참가한 115명의 선택을 모두 받진 못했다. 10명 이상의 기자가 미란다(1~5위표 총합 96장), 이의리(1~3위표 총합 99장)에게 표를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인왕을 수상한 이의리에게 115명의 기자 중 1~3위표 중 하나도 행사하지 않은 이는 16명이었다. 이의리보다 잘한 신인 선수가 그렇게 많았을까.

신인왕을 수상한 이의리에게 115명의 기자 중 1~3위표 중 하나도 행사하지 않은 이는 16명이었다. 이의리보다 잘한 신인 선수가 그렇게 많았을까. ⓒ KIA 타이거즈


일부 표의 행방,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의리의 신인왕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인왕 전체 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이의리와 경합을 벌인 최준용(롯데 자이언츠)이 총점에서 49점 차이로 2위를 차지했고, 장지훈(총점 32점, SSG 랜더스)과 문보경(총점 31점, LG 트윈스)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3위표, 다시 말해 투표인단은 세 명의 선수를 뽑아야 했기 때문에 이의리와 최준용의 양강 구도 속에서 나머지 한 장의 표를 놓고 고민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두 선수와 함께 표를 얻을 정도였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선수도 보인다.

정규 시즌 34경기 동안 14타석에 들어선 게 전부였던 박지훈(두산 베어스)이 1위표를 두 장이나 받고 9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NC 다이노스의 김주원과 최정원도 나란히 1위표를 한 장씩 획득했다. 심지어 올해 1군에서 고작 두 경기만 등판한 이정현(kt 위즈)이 2위표 1장을 받기도 했고, '1군 5경기 ERA 10.80' 김동우(롯데 자이언츠)에게 3위표를 던진 이도 있었다.

MVP 투표 결과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미란다를 포함해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강백호(kt 위즈),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최정(SSG 랜더스) 등 리그를 대표하면서 올 시즌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표를 받아도 되나 싶은 선수도 있었다.

시즌 도중 퇴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내년 시즌 재계약이 어려워진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KIA 타이거즈)가 2위표 한 장을 받고, 65경기에 등판했으나 커리어하이에는 미치지 못한 김태훈(SSG 랜더스)의 경우 1위표 한 장을 받기도 했다. 개인 타이틀을 받거나 팀 성적에 크게 기여했던 선수들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에게 표가 분산된 것은 의아한 일이다.

매번 방치 상태에 가까운 '기이한 투표'를 언제까지 봐야할까

물론 MVP와 신인왕 투표에 대한 논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수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선수들에게 표를 던져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고, 2018년에는 '금지약물 복용' 이력을 가진 김재환(두산 베어스)이 MVP를 수상할 당시에는 그에게 표를 던진 기자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리그를 운영하는 KBO, 한국야구위원회의 이름을 걸고 진행되는 시상식이다. 그야말로 선수들에게는 가장 가치 있는 자리가 돼야 하는데, 그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이 스스로 시상식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이들은 리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자격이 없다.

기자들과 더불어 이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KBO도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매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그에 대한 비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도적인 손질 없이 넘어가는, 사실상 방치 상태로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100명이 넘는 투표인단을 축소하는 방법, 또는 인원 수 조정이 어렵다면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의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시상식 시즌이 끝나면 조용히 넘어가기에 바쁘다. 갈수록 시상식의 권위는 떨어져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변화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음 달에 있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MVP 및 신인왕 투표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가한다. 그때 역시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고,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될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매우 슬프지만, 그게 출범 40주년을 맞은 KBO리그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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