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 ⓒ (주)엣나인필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생위원회(이하 '후칼위')는 지난 11월 29일 성소수자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의 변규리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칼위'는 2011년 설립된 전문 교양교육기관 '후마니타스칼리지'를 대표하는 학생회이자 학생자치기구이다. 지난 10일, 정기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심사를 2024년까지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최초 발의된 법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성,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이다. '후칼위'는 다른 정쟁으로 인해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된 논의가 가려지는 상황에 대응하고자 퀴어 영화<너에게 가는 길> 상영회 및 변규리 감독과의 인터뷰 사업을 진행했다.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에서 제작한 변규리 감독의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님이 성소수자 부모로서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고 자식을 이해하게 되는 앨라이(성소수자 차별에 대해 차별 당하는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그 차별을 반대한다는 뜻에서 서로에 대한 연대를 표현하는 단어)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34년 차 소방 공무원 '나비'와 27년 차 항공 승무원 '비비안'은 아이의 커밍아웃 이후 '성소수자 부모'라는 정체성을 정체화해 나가며 여성주체로서 성장해 나간다. 이 영화는 '나비'와 '비비안'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를 넘어 '한 개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나에게 가는 길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고 발랄하게 보여준다.
 
- '연분홍치마'의 이전 작품인 < 3xFTM >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종로의 기적>과 달리 이번 작품 <너에게 가는 길>에서 성소수자 당사자가 아닌 '성소수자의 어머니'이자 '앨라이'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았는데 주인공 선정 이유가 궁금하다.
"이전 작품은 내가 연출을 맡지 않았다. 김일란, 한영희, 이혁상 감독님들이 성소수자 당사자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연분홍치마는 성소수자, 여성 이슈와 관련해서 미디어 인권활동도 하고 현장에서 목소리 낸다. 또 한편으로는 <두 개의 문> <공동정범> <안녕 히어로> <플레이온>와 같이 용산참사 현장을 다루거나 노동자 인권을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도 그간 만들어 왔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의 시선이 10년이 지나도 짙어지고 새롭게 부상하는 혐오가 있으니 퀴어 얘기를 다시 해 보자라고 얘기가 나오던 와중에 '성소수자부모모임'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본격적 활동에 앞서 홍보 영상 제안을 받았다. 그때 그 촬영 현장에 갔었고, 부모님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말씀을 해주시는 것들이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자기고백적인 이야기들도 있었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당사자들을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진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던 분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부모님들에게도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혐오의 시선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었다.

'부모가 아이를 잘못 키워서 그렇게 된 것 아니냐'와 같은 말들이나, 자신이 성소수자 부모로서 커밍아웃했을 때, 혹은 '네 아들은 여자친구 있어?'와 같은 일상적 말들로 인해 부모님들도 똑같이 자신들을 소외시키는 시선에 노출되어 있었다. 한국에는 여전히 부모에 대해 양육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고 모성에 대한 죄책감을 심어주는 방식들이 아직 존재한다. 그 당시에는 '아이의 태교를 못해서 레즈비언이 되었다'는 식의 혐오의 시선으로부터 부모님들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성소수자 이야기를 할 때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 부모라는 위치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고, '성소수자부모모임' 측에서 잘 받아주셔서 같이 영화 만들었고 연분홍치마가 제작을 맡게 되었다."

- '성소수자부모모임'에 매달 찾아가서 그 분들과 관계를 맺으며 생애사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나비와 비비안을 주인공으로 섭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많은 활동가 중에서 특히 나비와 비비안을 주인공으로 섭외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함께 영화 제작하기로 약속한 후에,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주요하게 활동하는 운영위원에 대한 생애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때 '나비', '비비안'을 뵀다. '나비', '비비안' 모두 자녀분들이 얼굴 노출이 가능했다. 또 '나비'와 '비비안'은 각자의 매력이 달랐다. 극과 극의 매력이었다. '비비안'은 자기표현이 능하시고 좋아했다. '나비'는 '한결'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잘 안 돼서 고민하는 현실가족의 느낌을 주는 어머니였다. 가족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고, 그런 다양한 가족 관계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비비안'과 생애사 인터뷰했을 때, 굉장히 솔직한 사람이었다. 아들에게 커밍아웃 받았고, 혼란스러웠지만 과정을 잘 밟아가다 보면 '예준'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보였다.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까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게 쉽지 않은데 '비비안'은 그것에 능했다. 그 과정에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나비'와 생애사 인터뷰를 했을 때, '나비'는 여성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선택해 왔던 사람이고, 노력했던 사람인 것이 느껴졌다.

젊은 시절부터 지역사회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해왔고 실천을 꾸준히 해 왔다.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어떠한 변화 및 관계회복의 과정을 거칠 것일지가 궁금해지는 사람이었다. '비비안'은 솔직했다. 또한 '나비'의 경우, '한결'의 트랜지션이나 성별 확정 과정이 '나비'의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단순히 부모의 위치가 아니라 여성주체로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 '누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힘에 의해 배제되는가'를 끊임없이 일깨우기 위해 저항의 현장에서 인권의 의미를 찾고 여성주의적 삶을 실천하며 연대하는 '여성주의 미디어 공동체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미디엑트'에서 운영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이라는 4개월짜리 강좌를 처음 들으면서 다큐멘터리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때 함께 졸업한 동료들과 함께, 삼척의 핵발전 유치와 관련하여 주민들끼리 찬반 투표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기 위해서 미디어 활동 현장에 연대하러 갔었다. 그 때 알게 된 '서래'에게 요청을 받아 2014년 박원순 시장의 인권헌장 성소수자 삭제 건에 대한 무지개 농성에서 미디어 활동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 그것을 모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연분홍치마'였다. 그것이 연이 되어 '연분홍치마'의 <안녕 히어로> 조연출을 맡게 되었고 함께 활동하게 되었다."
 
- 영화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모와 자식이 동등한 인격체로서 대화하는 장을 만드는 시도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부모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주는 무거움이나 필요 이상의 죄책감 혹은 보수적인 사람이고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나에게는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부모와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와 같은 가능성이 궁금해졌다. 한편으로는 누군가 부모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말 걸고 싶을 때 이 영화를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커밍아웃이 아니더라도 부모와 소통할 때 많은 장치들과 준비들이 사실 필요하다. 부모와 갈등이 있을 때 말 걸기에 대한 가능성을 제안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를 만들고 나서 '이 장면은 이렇게 표현할걸', '이 장면을 넣었으면' 하고 후회되는 부분이 있다면?
"성 확정자가 법적인 성별을 바꾸는 것, 즉 성별 정정의 과정은 당사자들에게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요즘은 성전환이 아닌 '성확정'이라는 말을 쓴다) 영화를 제작하며 한결의 성별 정정 과정을 따라갔다.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꼭 가슴절제 수술이나 자궁적출 수술 등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에 출연한 한결 또한 가슴절제 수술은 했지만, 자궁적출 수술은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 성별 정정 요건 중 하나가 여성이 생식능력을 잃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한결은 원치 않는 수술을 해야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영화에 담고 싶었으나, 영화에서는 가슴절제 트랜지션 과정은 담겼으나 자궁적출 에피소드를 담지 못했다.

성별정정 신청을 위해 요구되는 과도한 양의 서류, 정확한 판정 기준의 부재 등 현재의 성별 정정 과정은 트랜스젠더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온다. 앞서 말한 장면은 넣지 못했지만, 성별 정정 과정에서 이런 불편이 있다는 것은 영화에 최대한 표현하고자 했다."
 
-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게이 커플 예준, 성준이 동성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성준 어머니에게 커밍아웃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장면을 촬영했었다. 이 장면들을 담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시선이 담겨야 하는 영화 흐름에 방해될 것이 우려되어 넣지 못했다."
 
- 비비안과 나비를 섭외하기 전부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영화를 생각해 두고 있다고 다른 인터뷰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특별히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내 주변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동성애자뿐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안경을 쓰는지 안 쓰는지, 노동자인지 비노동자인지, 임금노동자인지 혹은 가사노동자인지 아니면 그 두 가지 모두를 하는 사람인지 등 무수히 많은 정체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개인이 그것을 표현하고 행동할 때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무시하거나 부적응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다양함에 관한 이야기가 많지 않고, 사회가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 '성소수자부모모임' 단체의 진정성, 용기를 소개하면서 다양함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 2017년 10월에 진행된 '성소수자부모모임'의 42회차 정기모임부터 2020년 7월에 진행된 68회차 정기모임까지 등장한다.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단어가 낯설었던 부모님들이 점점 '자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를 넘어서 '한 개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나'에게로 가는 과정을 감독님도 함께 지켜보셨을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느낀 바가 있다면?
"부모님들께서 자식이기 때문에, 자식을 위해 부모 모임에 오셔서 활동하시다가 점점 자식의 일만이 아니라는 걸 느끼신 것 같다. 자식도 물론 벽장을 나와야 하지만 부모도 마찬가지로 벽장을 나와야 한다. 성소수자 부모로서 매번 사람들과 마주 서는 상황에서 본인도 마음을 다잡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자식뿐만 아니라 부모인 '나'의 운동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엄마, 여성, 사람으로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여성의 성장 서사기라고 할 수 있겠다. 관객 분들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서 성소수자 부모라는 정체성이 알려지고 누군가에게 부모님들의 행보가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변규리 감독의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부모모임'을 통해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진정한 의미의 연대와 사랑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앨라이' 정체성을 사회에 공표하고,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는 연분홍치마와 변규리 감독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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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페미니즘 학회 여행 2021년도 학회장 한보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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