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타이거즈 신인상 수상 선수가 배출됐다. 11월 29일 서울 강남구 임패리얼 팰리스 서울에서 열렸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어워드에서 열린 각종 부문 타이틀 시상식에서 MVP와 신인상이 발표되었다.

여기서 신인상은 왼손 선발투수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수상했고, MVP는 올 시즌 최동원 상을 수상했던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가 수상했다. 타이거즈 역사로는 1985년 이순철(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 이후 무려 36년 만에 신인상 수상 선수를 배출한 것이다.

해태와 KIA 시절을 통틀어 KBO리그에서 역대 한국 시리즈 우승 기록이 제일 많은 타이거즈는 팀 성적에 걸맞게 MVP도 무려 9번이나 배출했다. 그러나 신인상과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1993년에 데뷔했던 이종범(현 LG 트윈스 코치)이 그해의 신인상 양준혁(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데뷔 시기가 겹쳤던 것이 아쉬울 정도다.

신인 왼손투수 이의리, 첫 시즌에 국가대표까지 참가
 
기아 이의리, KBO 정규시즌 신인왕 29일 오후 서울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신인왕에 선정된 기아 이의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기아 이의리, KBO 정규시즌 신인왕 29일 오후 서울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신인왕에 선정된 기아 이의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2년 6월 16일 생으로 광주 출신의 이의리는 광주 대성초등학교를 입학하여 수창초등학교에서 졸업했다. 이후 충장중학교와 야구 명문학교였던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우수한 투수 자원으로 이름을 알렸다.

예상대로 2021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지역 연고 팀인 KIA 타이거즈에 지명되었던 이의리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일찌감치 KIA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며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하면서 왼손 선발투수 한 자리가 비었는데, 이의리가 그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4월 8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한 이의리의 데뷔 경기부터 야구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5.2이닝 84구 3피안타 3볼넷 3탈삼진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것이다. 이때까지 무실점이었는데, 이정후에게 볼넷을 허용한 데 이어서 박병호에게 홈런을 맞고 내려간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데뷔 첫 승리는 4월 28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이뤘다. 6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85구)로 퀄리티 스타트 그 이상의 피칭을 해냈다. 특히 6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였는데, 만 18세 투수들 중 21세기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10탈삼진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타이거즈 성적이 팀 역사상 최초의 9위 시즌을 기록했던 만큼 전반적으로 이의리에게 득점 지원이 잘 이뤄지지는 못했다. 이로 인해 이의리는 올 시즌 19경기에서 평균 자책점 3.61로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4승 5패로 승운이 없었다.

그러나 이의리의 인상적인 경기력은 국가대표로 선발되기에는 충분했다. 데뷔 첫 시즌부터 2020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의리는 KIA 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올림픽에서는 2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하여 10이닝 동안 18탈삼진을 잡아내며 올림픽 참가 선수들 중 야마모토 요시노부(일본)와 함께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부상으로 아쉬웠던 후반기, 불안했던 수상 가능성

올 시즌 KIA에서는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선발투수가 없었다. 지난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던 애런 브룩스는 전자담배를 해외직구하는 과정에서 대마초 성분이 발견되면서 임의탈퇴 처리 되어 팀을 떠났다.

다니엘 멩덴도 부상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적이 있었던 만큼 타이거즈에서 9월 초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선수는 이의리 뿐이었다. 그러나 이의리는 9월 12일 등판에서 손톱이 들리는 부상이 발견되며 마운드를 일찍 내려갔다.

이후 손톱은 어느 정도 회복되어 9월 말 복귀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의리는 더그아웃 계단에서 미끄러져 오른쪽 발목 부분 부상을 입었고, 최소 4주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이 추가 부상으로 인하여 9월 말 복귀 계획은 취소됐다.

발목 부상 재활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이의리는 10월에 다시 불펜 투구를 통해 복귀 일정을 점검했다. 10월 말에 다시 복귀 일정을 잡았으나, 등판 전 연습 투구에서 손가락 물집이 터지는 바람에 끝내 복귀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그대로 시즌 아웃 되었다.

강력한 신인상 후보였던 이의리가 후반기에 부상으로 5경기만 등판하게 되면서 신인상 수상에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최준용(롯데 자이언츠)이 후반기에 선전하며 시즌 44경기 4승 2패 20홀드 1세이브 평균 자책점 2.85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리그 홀드 6위의 인상적인 성적으로 이의리를 위협했다.

이의리 신인상 수상, 1위표 61표로 42표의 최준용 제쳐

그러나 시즌이 끝난 뒤 시상식에서의 투표 결과는 이의리의 승리였다. 최준용이 후반기에 인상적인 활약으로 경쟁자로 떠오르긴 했으나,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던 점이 이의리의 수상 가능성을 높였던 것이다.

이의리는 1위표 61표, 2위표 37표, 3위표 1표를 받으며 총 99표를 받았고, 득표 점수 417점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최종 투표 2위에 오른 최준용은 1위표 42표, 2위표 50표, 3위표 8표로 총 100표를 받았는데 득표 점수는 368점을 기록했다. 최준용은 이번 시상식과는 별개로 일구회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이렇게 이의리는 타이거즈 역사상 2번째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특히 무려 36년 만에 신인상 타이틀을 가져오게 되면서 타이거즈 역사의 묵은 한을 풀어줬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인상적이었다.

이의리는 수상 소감을 통하여 생애 한 번 뿐인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며, 부모와 감독, 코치 그리고 좋은 선배들을 만나 상을 받았음에 겸손함을 보였다.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약속을 했으며,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2위 최준용에게도 인사를 표했다.

부상 때문에 후반기 성적이 아쉬웠던 이의리였다. 그랬던 만큼 이의리는 내년에 더 건강한 몸으로 풀 타임 완주를 선언했다. 수상 소감 중 현재 몸 상태는 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좋다고 밝혔을 정도다.

팀 재건 나선 KIA, 이의리에게 주어진 역할 크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올 시즌 KIA는 타이거즈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최종 9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맷 윌리엄스 전 감독이 계약기간 1년을 남겨두고 계약 해지 되어 팀을 떠났고, 조계현 전 단장과 구단 사장까지 함께 물러났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새로운 단장으로는 키움에서 한국 시리즈 준우승 성적을 올리고 해설위원으로서 견문도 쌓았던 장정석이 부임했다. 새로운 감독은 적임자를 찾고 있으며, 일단 감독 자리가 빈 상태에서 김종국 1군 수석코치와 이범호 퓨쳐스 총괄코치의 지휘로 마무리 캠프를 마쳤다.

타이거즈 출신의 양현종이 1년 동안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국내 복귀를 선언했기 때문에 KIA는 올 시즌이 최종 종료되기 전부터 양현종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에 선언했던 FA 권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다년 계약도 가능하다.

왼손 선발투수 선배인 양현종이 KIA에 복귀하게 된다면, 이의리에게도 좋은 시너지가 될 수 있다. 투구나 몸 관리 등 각종 노하우를 양현종으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으며,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의리가 짊어졌던 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KIA의 내년 선발 로테이션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양현종이 KIA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외국인 선발투수 두 자리를 제외하면 왼손 투수인 양현종과 이의리가 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내년 시즌 이의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개인 성적에 있어서도 내년 시즌에는 완주가 필요하겠지만, 2022년에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출전할 가능성도 있어서 등판 간격이 어느 정도 조정될 수 있다.

완벽하지는 못했으나 데뷔 시즌부터 선발투수로만 시즌을 보내고 국가대표까지 출전했던 이의리의 첫 시즌은 신인상 수상을 통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앞으로 더 좋은 투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는 이의리가 내년 시즌 어떠한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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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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