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영된 MBC '방과후 설렘'의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된 MBC '방과후 설렘'의 한 장면. ⓒ MBC

 
너도 나도 아이돌 오디션 예능을 방영하지만 성공으로 간주될 만한 프로그램은 손에 꼽힌다. 그나마도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화제성과 각종 잡음을 동시에 양산했던 Mnet <프로듀스101>이 아직까지도 기준 잣대처럼 언급될 만큼 프로그램 자체의 인기와 데뷔 그룹의 성공을 동시에 이룬 방송은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슷한 구성의 프로그램이 꾸준히 제작되는 게 2021년 방송가 현실이기도 하다.

'오디션 흑역사'를 가지고 있는 MBC가 또 한번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나섰다. <방과후 설렘>이 그 주인공인데 여타 아이돌 오디션과 다소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본격 방영에 앞서 '프리퀄'이라는 형식을 빌어 일찌감치 연습생들의 단체 훈련 과정을 TV, 인터넷으로 공개해 프로그램 및 참가자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주목과 관심을 높이고 나섰다. 지난 9월부터 네이버 선공개, TV 후공개 방식으로 분위기 띄우기에 돌입한 것. 여기에 대표적인 방송 카운슬러 오은영 박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오은영 박사 합류한 프리퀄 방영으로 주목도 높이기​
 
 MBC '등교전 망설임'의 한 장면.  '방과후 설렘'에 앞서 지난 9월부터 두달여 기간 동안 네이버, TV 방영을 병행했다.

MBC '등교전 망설임'의 한 장면. '방과후 설렘'에 앞서 지난 9월부터 두달여 기간 동안 네이버, TV 방영을 병행했다. ⓒ MBC

 
이러한 방식에 힘입어 몇몇 연습생들은 <방과후 설렘> 1회 방영이 되기 전부터 팬덤을 확보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아이돌 오디션에 교수님이 왜?"라는 반응을 받았던 오은영 박사였지만 참가자들과의 대면 상담을 통해 어린 학생들의 정신 건강 관리에 신경을 기울인다는 점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월부턴 1~4학년으로 연령대를 구분해 자사 음악 프로그램 <생방송 쇼! 음악중심>에도 매주 출연, 단체 무대를 선보이는 식으로 케이팝 아이돌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애썼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전체 참가자들의 주제곡 'Same Same Different' 무대 영상 조회수는 지난 한달간 4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기존 엠넷 오디션에 익숙했던 시청자라면, 혹은 프리퀄 방송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화면을 지켜봤던 시청자라면 <방과후 설렘> 첫 회를 보고 당황했을 수도 있다. 보통의 아이돌 서바이벌 1~2회 분에선 참가자들이 차례로 등장해 각자 준비한 무대를 선보이고 심사위원들의 평가 속에 A~F 등급으로 나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 다음 단체곡 미션 수행 등 단계를 거쳐 상위 라운드 진출자와 탈락자로 구분된다.  ​

그런데 <방과후 설렘>에선 1회부터 탈락자들이 발생한 것이다. 비대면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75% 이상 지지를 받아 1차 관문을 통과하고 옥주현(핑클)-유리(소녀시대)-소연(여자아이들)-아이키 등 4인의 심사위원 중 3표 이상을 받아야 이 프로그램에 살아남을 수 있다.

1회부터 대거 탈락자 발생, 혹독한 첫 관문​
 
 지난 28일 방영된 MBC '방과후 설렘'의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된 MBC '방과후 설렘'의 한 장면. ⓒ MBC

 
그러다 보니 청중 평가단의 표를 얻지 못해 심사위원과 현장에 참석한 가족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탈락의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이 첫회부터 여럿 등장하게 됐다. 때론 깜찍하고 코믹한 모습에 현장 투표에서 75% 득표를 넘겼지만 선배 아이돌 심사위원의 혹평 속에 불합격되는 연습생들도 존재할 만큼 <방과후 설렘>은 제법 잔인하고 혹독한 오디션으로 출발을 알렸다.

​꾸준히 케이팝 아이돌 오디션을 시청해 온 이들 입장에서 <방과후 설렘>의 첫회는 제법 흥미롭게 볼만한 내용들로 꾸며졌다. <쇼미더머니>, <프로듀스 101> 시즌1 등을 담당했던 PD와 공동제작 형식으로 만들어서인지 엠넷의 분위기도 느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프로그램에 대한 물음표와 의구심은 떨구기 힘들었다. 불과 2년 전 < PD수첩 >과 <뉴스데스크>를 통해 <프로듀스101> 및 <아이돌학교> 등 엠넷의 오디션 조작 의혹을 철저히 파고들었던 매체가 MBC였음을 감안하면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인물과 손잡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게 모순처럼 비치기도 한다.

단단히 준비는 했는데...여전히 물음표 붙는다
 
 지난 28일 방영된 MBC '방과후 설렘'의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된 MBC '방과후 설렘'의 한 장면. ⓒ MBC

 
기존 오디션 예능에서 등급으로 나누는 것과 다르게 엇비슷한 나이대끼리 묶어 연습과 훈련을 병행하는 점은 나이에 맞는 눈높이식 학습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최연소 12살(만 11살)인 2010년생까지 참가자로 나선다는 점은 "굳이 어린이까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보통 오디션 프로젝트팀뿐만 아니라 기존 아이돌 그룹에서도 중2 연령대가 일종의 마지노선 역할을 담당해줬음을 감안하면 아직 배움이 필요한 초등학생을 냉혹한 경쟁 세계로 내모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오디션 예능의 낮은 시청률을 뛰어넘을 수 있는 데뷔조 그룹의 불투명한 성공 가능성이다. 아이돌 팬들 입장에서 프로그램은 프로그램대로 실패하고 데뷔조 그룹까지 비슷한 처지에 놓이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분명 <방과후 설렘> 첫회는 MBC 및 담당 PD의 절치부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의구심까지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프로그램의 성공과 데뷔조 그룹의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프로그램 앞길에 안개가 자욱히 깔려져 있는 느낌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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