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강소연의 뮤직플러스 3: 빈틈의 온기> 공연 장면.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뮤직플러스 3: 빈틈의 온기> 공연 장면. ⓒ 유영수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뮤직플러스 3: 빈틈의 온기>의 탄생 비화는 독특하고 드라마틱하다.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유치원을 함께 다닌 소꿉친구 소연과 고은. 자라나면서 학창 시절에는 서로 연락이 끊겼고,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소연은 유럽 여행 온 친구 고은와 하이델베르크에서 재회한다. 그리고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고은은 자신의 첫 소설집을 친구 소연에게 선물한다. 그때 소연은 '나중에 소설가인 고은과 한 무대에서 연주회를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꾸게 된다. 11년 전 그 꿈이 현실이 된 2021년 11월 26일 저녁, 두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한 소설가와 피아니스트로 한 무대에 선다. 

피아니스트는 연주하는 사람인데 이런 공연을 혼자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강소연씨는 "적성에는 맞는 거 같아요. 제가 정말 원하는 공연을 하려면 스스로 기획하게 되더라구요. 그 과정에서 흔쾌히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수월하게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한다. 피아니스트 강소연은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외에도 서예대회, 웅변대회, 글짓기대회 등 여러 분야에 관심사가 많았는데, 지금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것이 그때의 영향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두 사람은 다른 듯 비슷하다. 소설가는 '어떻게 하면 단어를 다채롭게 활용할까?'라는 질문을 하며 자신의 욕구를 문학 작품에 녹여내고, 피아니스트 역시 악보에 있는 음표를 연주하면서 어떻게 표현해서 관객에게 전달할지 계속 고민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윤고은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세 편 속에 나오는 음악 이야기를 무대에서 풀어놓는다. 이를테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읽다가 등장하는 레이코의 기타 연주 '드비쉬의 달빛'. 이 청아하고 풍성한 음악을 피아니스트 강소연이 연주하는 식이다. 또 윤고은은 자신의 에세이 한 토막을 들려주고, 강소연은 그에 걸맞는 음악을 연주한다. 관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소설가의 언어를 같은 공간에서 맛보며 즐거움을 누린다.

두 번째 곡인 로버트 슈만의 어린이 정경 작품 15 중 7번 '꿈'을 연주하기 전, 피아니스트 강소연은 관객들에게 각자 자신만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객석에 있던 기자도 눈을 감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동네 공터에서 자치기와 땅따먹기를 하던 기억, 계단에서 뛰어내리며 날고 싶다고 상상했던 일 등을 떠올린다. 

연주가 끝난 후 소연은 슈만과 고은이 닮은 구석이 있다고 말한다. 슈만이 자기 작품에 두 가지 자아가 있다고 말했었는데, 고은의 첫 에세이인 <빈틈의 온기> 프롤로그에는 아홉 가지의 자아에 대해 고은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게스트로 초청된 소설가 윤고은의 인생 클래식으로 선곡됐다. 이효석의 장편소설 <화분>에 등장하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피아니스트 강소연이 연주하는데, 그의 연주는 초반과 후반에는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다 중반에는 햇살 좋은 가을날 일렁이는 바다처럼 편안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졌다.

두 예술가가 함께 만나 서로의 장르를 통해 영감을 받고 관객과 소통하는 자리는 묘한 감동을 선사했다. 다만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더 많이 감상하고 싶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연주보다 토크 시간이 길었다는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음은 콘서트를 시작하기 전, 피아니스트 강소연씨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하며 연주에 좋은 영향"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뮤직플러스 3: 빈틈의 온기>에서 토크를 이어가는 피아니스트와 소설가.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뮤직플러스 3: 빈틈의 온기>에서 토크를 이어가는 피아니스트와 소설가. ⓒ 유영수

 
- 가수들도 앨범에 녹음된 곡은 늘 같은 음색과 톤, 딕션으로 들리지만 라이브의 감흥은 사뭇 다른 것처럼, 이런 라이브 콘서트는 연주자 입장에서도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녹음할 때는 마치 독백하는 느낌이라면, 라이브 공연은 관객과 함께 완성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단 한 번 밖에 없는 연주이기 때문에 항상 설레고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지게 됩니다."

- 연주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주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미리 구상하고 최대한 그대로 연주하는 편인지 아니면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시는지요.
"클래식 연주의 특성상 완전히 즉흥적으로 하기는 어렵죠. 그렇지만 라이브이다 보니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순간적인 영감이 연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 뮤직플러스 1회에서는 대화훈련가 박재연, 비주얼 아티스트 다나와 진행하셨고, 2회는 재즈피아니스트 우미진과 함께 하셨습니다. 각각의 공연을 통해 다른 영역의 예술가로부터 받은 영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에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게스트를 초청해서 콜라보 형태로 공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통은 게스트는 자기만의 얘기를 하고 연주자는 또 자신의 연주를 하기 마련인데, <강소연의 뮤직플러스>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게스트와 같이 회의를 해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내고 거기에 맞게 선곡을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그래서 기획을 하면서부터 벌써 서로를 통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그것을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하면서 제 연주에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곤 합니다."

- 오늘 공연이 뮤직플러스 3회인데, 4회 공연은 아직 정해진 게 없는 거죠?
"2020년도에 처음 시작할 때 제 생각은 일 년에 네 번 정도는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많이 못했어요. 뮤직플러스 4회는 12월 29일과 30일에 라이프코치 겸 작가인 원현정 선생님과 '별 볼 일 있는 여행'이란 주제로 여러분을 만나러 갑니다."

- 학교에서 가르치면서 제자를 키워내는 일, 직접 연주하면서 피아니스트로서의 자리에 서 있는 것, 그리고 이런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하나씩 진행해 나가는 것 가운데 어떻게 균형을 맞춰가시는지, 그리고 어떨 때 더 행복하신지.
"사실 요즘은 연습만 하는 게 소원일 정도로 많이 바쁘죠. 워낙 다양한 역할을 하다보니 그때그때 그 순간에 몰입해서 해내는 수밖에 없더라구요. 학생들이 서운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저는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연주는 바로 저니까요."

- 예술의 전당처럼 커다란 규모의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날 때와 하우스콘서트에의 느낌은 각각 다를 텐데, 개인적으로는 어떠신가요?
"보통은 작은 규모의 홀에서 공연하는 것보다 예술의 전당 같은 큰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게 더 떨릴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저같은 경우는 반대예요. 클래식은 연주자가 초집중을 해야 하는데, 관객들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는 여러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제가 이런 작은 콘서트를 계속 하는 이유는, 클래식 연주자들이 우리만의 리그에 머물지 않고 관객들과 꾸준히 소통해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연주는 어떤 공연에서나 부담스러우면서 한편 즐거운 게 사실이에요."

- 서울예고, 이화여대 음대, 독일 슈튜트가르트 국립음대까지, 말 그대로 엘리트 코스만 밟으셨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딱히 고생이라곤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데, 아프리카나 중동 등 소외지역이나 분쟁국가에서 자선공연도 하고 있으세요. 이런 공연을 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나 의미를 부여하시는 것이 있다면.
"저는 기독교인인데 어릴 때부터 '제가 가진 달란트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라는 기도를 했었어요. 그러다 제 모교인 이화여대에 강사로 나가게 되면서 배일환 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뷰티플 마인드>를 통해 아프리카 등지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됐구요. 그러면서 발달장애인 학생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고, 그 학생이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는 아주 보람 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강소연 뮤직플러스 윤고은 빈틈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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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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