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한국야구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2년 FA 승인 선수 1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FA자격을 얻은 19명의 선수 중에 장원준(두산 베어스)과 오선진(삼성 라이온즈), 서건창(LG 트윈스),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은퇴 발표), 나지완(KIA 타이거즈)을 제외한 14명의 선수가 26일부터 시작되는 FA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는다. 약 74%에 해당하는 선수가 FA를 신청한 만큼 FA는 이제 선수들의 당연한 권리가 됐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6일에도 또 하나의 FA 승인 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바로 올해 처음 도입된 퓨처스리그 FA 승인 선수 명단이었다. 퓨처스리그 FA는 KBO리그 1군 등록일이 60일 이하인 시즌이 7년 이상인 선수가 해당되고 퓨처스리그 FA가 팀을 이적할 경우 그를 영입한 팀은 원소속 구단에 직전 시즌 연봉의 100%를 보상해야 한다. 퓨처스리그 선수들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1군 FA 선수들처럼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10개 구단에서 14명이 자격을 얻었던 퓨처스리그 FA를 신청한 선수는 두산의 국해성과 kt 위즈의 전유수, 그리고 NC 다이노스의 강동연까지 단 3명 뿐이다. 약 79%에 해당하는 11명의 절대 다수 선수들에게 퓨처스리그 FA는 유명무실하게 느껴졌다는 뜻이다. 올해 한국야구위원회가 선수들의 새로운 기회와 구단들의 전력보강 기회를 넓히기 위해 신설한 퓨처스리그 FA는 과연 실효성이 있는 제도일까.

특정 구단에 지명 집중되며 10년 만에 폐지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총 5회에 걸쳐 2차 드래프트를 실시했다. 메이저리그의 드래프트를 참고한 2차 드래프트는 시즌이 끝난 후 보호선수 40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 3라운드까지 그 해 성적의 역순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그 선수의 원 소속구단에 보상금을 지불하는 제도였다. FA보상선수와 달리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40명에는 육성선수도 포함이 된다.

실제로 2차 드래프트는 소속팀에서 활약을 하지 못하던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됐다. 2011년 두산에서 신생팀 NC로 이적한 사이드암 이재학은 2013년 신인왕과 함께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리며 창단 초기 NC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성배는 이적 2년째가 되던 2013년 마무리로 활약하며 31세이브를 기록했다. 2017년 롯데로 이적한 오현택도 2018년 홀드왕에 등극하며 '2차 드래프트 성공스토리'를 썼다.

LG의 좌완 김대유는 두 번의 2차 드래프트와 한 번의 방출을 경험하는 파란만장한 선수생활을 겪었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대유는 2013년 2차 드래프트로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5년 만에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2019년 테스트를 받고 kt에 입단한 김대유는 2019년 11월 다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올 시즌 4승1패 24홀드 평균자책점 2.13으로 LG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차 드래프트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좋은 영향력 못지 않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2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선수들의 유출이 그것이었다. 실제로 서울을 연고로 두며 좋은 유망주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매년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은 5번의 2차 드래프트에서 무려 23명의 선수를 다른 팀에 내주고 말았다. 그 밖에 히어로즈가 18명, LG가 16명을 내보내면서 서울 연고의 3팀이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반면에 연고지역 학교가 적은 구단들의 선수 유출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가 5번의 2차 드래프트에서 단 7명의 선수만을 타 구단으로 이적시켰고 kt(8명), KIA 타이거즈, NC(이상 9명)도 한 자리 수 유출에 그쳤다. 당연히 전력손실이 큰 구단들의 불만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었고 이에 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올해부터 2차 드래프트를 폐지하고 퓨처스리그 FA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14명 자격 얻어 고작 3명 신청한 퓨처스리그 FA

퓨처스리그 FA는 도입 첫 해인 올해 10개 구단에서 14명의 선수가 자격을 얻었다. 두산의 스위치히터 외야수 국해성을 비롯해 현대 유니콘스와 히어로즈, SK, kt에서 두루 활약했던 우완 전유수, 그리고 올 시즌 NC에서 3승을 기록했던 강동연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각 11년과 7년, 8년의 연수를 인정받아 퓨처스리그 FA 자격을 얻었고 자신의 가치를 시험 받기 위해 시장에 뛰어 들었다.

사실 FA 자격을 갖춘 14명 중에서 애초에 퓨처스리그 FA를 신청할 수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155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지만 제구력 문제로 코칭스태프와 팬들을 애타게 했던 두산의 우완 이동원과 작년 SK에서 '깜짝 활약'을 펼친 후 올해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SSG의 외수 김경호, 프로 10년 동안 1군에서 단 3안타 밖에 치지 못한 삼성의 외야수 이현동은 이미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불가를 통보 받았다.

게다가 이번에 퓨처스리그 FA를 신청한 3명의 선수는 모두 한국 나이로 30세를 넘긴 선수들이다. 다음 시즌 1군에서의 활약이 보장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1군에서의 실적도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이라는 뜻이다. 방출시장이나 육성선수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현역 연장과 프로입단을 위해 테스트도 불사하겠다는 선수들이 즐비한 마당에 구단들이 나이가 꽉 찬 퓨처스리그 FA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미지수다.

만약 2차 드래프트를 폐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2차 드래프트를 진행했다면 지금쯤 최소 10명에서 최대 20명 이상의 선수들이 새로운 구단에서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는 올해 겨울부터 FA시장을 1군과 2군으로 나누기로 결정했고 퓨처스리그 FA를 신청한 3명의 선수들은 자신의 야구인생을 걸고 가치를 인정해주는 구단이 나타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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