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SNS를 누구보다 똑똑하게 활용하는, 소통의 대가들이다.

BTS는 데뷔하기 전부터 브이로그 영상을 통해 날마다 자신들의 일상, 음악 작업, 그날의 느낌 등을 녹화하여 팬들과 날것 그대로 소통해왔다. 이들의 영상을 보면, 꾸밈없고 솔직하다. 이제 막 데뷔를 앞두고 열심히 노력하는 신인들의 패기와 다소의 수줍음이 영상에 그대로 나타난다.

데뷔 초기 인지도가 부족해 대형 방송사를 통한 노출이 부족한 탓에 방탄소년단은 트위터와 블로그, 유튜브 등 SNS를 소통창구로 적극 활용하였다. 주요 방송사의 예능에 출연하지 못해 아예 그들만의 예능프로그램인 <달려라 방탄>을 만들어 유튜브로 방송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방탄멤버의 해외 여행 예능인 <본보야지>는 시즌 4까지, 코로나로 해외에 나가지 못해 국내에서 찍은 힐링 예능 <인더숲>은 시즌2까지 방영되었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인기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방탄의 노래가 알음알음 해외 팬들에게 인기를 얻어 갈 무렵, 이들의 노래를 듣고 감상을 들려주는 해외의 리액션 유튜버들이 늘어나고, 심지어는 전 세계 유튜버 중에서 부동의 1위였던 퓨디파이가 BTS와 케이팝을 조롱하기 위해 리액션 영상을 찍었다가 도리어 BTS에 반하게 된 영상은 대단한 화제가 되었다.

BTS는 어찌보면 바이럴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라고도 볼 수 있다. 대형기획사가 어마어마한 홍보비용을 들여 공영방송에서 지속적으로 방송을 하고,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 다양하게 노출하는 동안, BTS의 팬들은 자발적으로 이들에 대한 2차, 3차 홍보물을 만들어 전파하였고, 그 위력은 올해 AMA에서 이들을 위너로 만들어 주었다.

BTS 아미들은 심지어 자체적으로 이들의 다큐멘터리도 만들어 유튜브에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BTS가 일본으로부터 활동 금지를 당하고 국내 언론에서도 BTS를 비난하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때에도 BTS 아미들은 수백장에 이르는 백서(한글판, 영문판)를 만들어 BTS를 국제적으로 변호하기도 했다. 극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때 BTS는 전 세계에서 충성스럽고도 똑똑한 팬을 가장 많이 보유한 행운아이기도 하다.
 
BTS 편안한 힐링 여행을 예능으로 촬영한 소년들

▲ BTS 편안한 힐링 여행을 예능으로 촬영한 소년들 ⓒ 인더숲


세계적 가수 됐어도, BTS의 초심은 그대로

BTS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겸손한 아티스트다.

BTS가 데뷔 이후로 변한 것은 외모와 음악 뿐이다. 활동 초기의 BTS와 지금의 BTS를 비교하면 외모가 많이 변화했다. 성형수술을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10대에 활동을 시작하여 20대 후반이 되어가는 동안 소년들이 어느새 청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외모처럼 음악 역시 늘 새롭게 변화해 왔다.

데뷔시절부터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해 왔던 이들은 글로벌 슈퍼스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브이앱이라는 라이브 채팅으로 틈틈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작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무대를 하고 온 날에도 이들은 애프터 파티에 참석하는 대신 호텔방에 모여 브이앱을 켜고 팬들과 소통을 했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들이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모두 팬들 덕분이라는 진심어린 마음을 잃지 않고 표현하는 스위트 가이들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온 7명의 소년들이 아미의 사랑으로 기적을 이뤘다. 우리는 수상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 RM의 AMA 올해의 아티스트상 수상소감 중에서

그들이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수년간 방송하고 있는 예능, <달려라 방탄>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얼굴만 좀 더 청년이 되었을 뿐 이들은 언제나 데뷔 시절 초기의 꾸밈없는 모습을 현재도 보여주고 있다. 젊은 팬들은 자신들과 다를 바 없이 20대 친구들 같은 BTS의 모습에서 소탈함과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음악만 훌륭했다면 지금의 인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 수여식에서 그룹 BTS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제이홉, 진, 문 대통령, RM, 슈가, 지민, 정국.

문재인 대통령이 9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 수여식에서 그룹 BTS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제이홉, 진, 문 대통령, RM, 슈가, 지민, 정국. ⓒ 연합뉴스

 
BTS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선한 방향으로 발휘 중이다

BTS는 2017년부터 유니세프와 함께 'Love myself'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유니세프와 협력하여 사회공헌 전용 글로벌 캠페인 자금을 조성하고, 유니세프에 5억 원 기부를 시작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앨범 수익금 일부와 굿즈 판매 수익 전액을 기부해 오고 있다. 2018년 9월에는 BTS의 리더 남준이 제73회 유엔총회에서 이와 관련하여 한국 가수 최초로 연설을 했다. 2019년에는 캠페인 모금액이 26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당신을 설레게 하고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성정체성이 무엇이든간에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이야기하세요.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이름을, 목소리를 찾으십시오."
- 2018년 유엔 연설 중에서


그리고 올해 유엔에서 BTS의 참여를 청와대로 공식 요청하였다. 이번의 유엔 초청은 캠페인 파트너로서가 아닌 전 세계의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자격이기에 더욱 뜻깊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을 특사로 임명하여 대통령과 함께 유엔에서 '미래세대와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주제로 젊은 세대들이 글로벌 기후위기 등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유엔 총회 중간에 유엔 역사상 유례없는 콘서트가 펼쳐지기도 했다. 유엔의 유튜브 채널은 평소 만 명에서 5만 명 정도 참여하였으나 이날은 백만 명이 넘는 온라인 참여로, 유엔 스스로도 대단히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자축하기도 했다. 나와 우리 딸도 유엔 총회를 생방송으로 볼 줄은 몰랐으니까...
 

▲ BTS - "Permission to Dance" performed at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 SDGs | Official Video ⓒ UN

 
BTS의 이런 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 앞에는 당장 군입대 문제가 놓여 있다. 최근 빅히트는 하이브로 개편하고 상장하였는데, 방시혁 대표가 하이브 개편 후 발표한 사업계획이 BTS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계획에는 BTS 멤버를 캐릭터로 한 웹소설,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코인거래 회사인 업비트와 손잡고 BTS NFT를 만드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또 하이브에서 운영하는 굿즈 공식판매몰인 위버스는 불성실한 판매로 팬들 사이에서 보이콧이 진행중이다.

팬들은 아마도 하이브가 BTS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취급하는 것 같아 못마땅해 하는 듯하다. 가수로서의 이들의 정체성이 세계시장의 상품으로 공급되고 소비되는 것에 우려하는 아미들의 심정이 어느정도 이해된다. 메타버스의 시대에 방시혁 대표는 아마도 그 어떤 가수들도 도전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을 방탄소년단이 개척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같다. 왕좌를 차지한 자, 그 왕관의 무게를 방탄소년단도 견뎌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미래가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We don't need to worry  Cause when we fall we know how to land."
- BTS 노래 'Permission to Dance' 중에서

그들이 직접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높이 날고 있어도 착륙하는 법을 알기에 추락해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다만, 팬으로서 내가 할 일은 이들이 연착륙하는 그날까지 변함없는 지지와 사랑과 격려를 보내는 것일 것이다.

[내가 BTS를 사랑하는 이유 ①] 나는 40대 '아미'입니다
[내가 BTS를 사랑하는 이유 ②] BTS가 개별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
BTS 방탄소년단 AMA 올해의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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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음악, 여행을 좋아하고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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