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의 한 장면.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의 한 장면. ⓒ JTBC

 
"사치스러운 무언가를 제가 즐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적)

정말 그렇다. 요즘 들어 가장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을 시청할 때이다. 그만큼 압도적인 소리와 무대가 감탄을 자아낸다. <풍류대장>은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국악의 멋과 매력을 선사한다. 거기에 경연을 접목시켜 긴장감을 자아내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팬텀싱어>와 <싱어게인>을 통해 경연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JTBC의 과감한 도전이 고무적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리꾼들이 총출동한 <풍류대장>은 3라운드에 접어들면서 말 그대로 최고의 실력자들만 남게 됐다. 팀전으로 펼쳐진 3라운드는 어느 한 무대도 허투루 넘길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시도와 역사에 남을 무대가 여럿 펼쳐졌다. 

이전 무대에서 정가의 매력을 한껏 뽐냈던 해음과 판소리를 기본으로 카리스마 있는 무대를 연출했던 최예림은 자우림의 '마왕'을 기승전결이 돋보이는 무대로 꾸며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두 보컬은 완벽한 조합을 이뤄냈다. 독설로 유명한 박칼린조차 "소리꾼들은 원래 국악의 다른 장르끼리는 섞지 않"는데 "그동안 왜 섞지 못했"나 싶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조선팝의 창시자' 서도밴드는 단단한 보컬이 장점인 이윤아와 짝을 이뤄 '희망의 아리랑'를 열창했다. 사랑이 충만한 그들은 '아리랑'에 따뜻한 마음을 듬뿍 담아냈다. 무엇보다 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칼린은 그동안 우리가 아리랑으로 수많은 시도를 해왔는데, '희망의 아리랑'은 완전히 새로운 노래였다며 퍼펙트를 외쳤다. 

<팬텀싱어 3>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악계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고영열은 '상상 이상의 풍물밴드' 이상과 합을 이뤘다. 그들은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선곡해 혼신을 담아 열창했다. 창극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등 감동적인 무대 구성이 돋보였다. 먹먹해진 김종진은 "2000년대 들은 음악 중 가장 애절한 음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우억(어차피 우승은 억스)'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실력파인 AUX는 '판소리계의 프린스' 김준수와 창작곡 '품바'를 불렀다. "밥과 돈이 아닌 여러분들의 박수와 함성을 구걸하는 예술 거지"가 돼 보겠다던 그들은 신명나는 무대를 선보이며 심사위원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적은 "이 무대를 역사에 남기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큰일을 한 것 같다"며 감탄했다.

한편, 약체로 분류됐던 팀의 반전도 있었다. 최연소 판소리 완창 보유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소리할 곳을 찾아 헤매야 했던 김주리와 소리에 매달리다 열아홉 살에 목소리를 잃었던 RC9의 차혜지는 박효신의 '야생화'를 선곡했다. "모진 추위를 뚫고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계속 노래하겠"다는 다짐을 노래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고, 폭풍 성량에 담긴 간절함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의 한 장면.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의 한 장면. ⓒ JTBC

 
"한편으로는 조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대중화를 위해서 전통 잘 하고 있는 친구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국악을 했던 사람으로서 좀 미안한 마음이 좀 들긴 하더라고요. 잘 하는 친구들한테 왜 이렇게 힘들게 해야 되지? 왜 우리 국악을 알아달라고 왜... 사람들이 그냥 우리 것을 알아서 찾아줬으면 좋겠는데..." (송가인)

국악 출신인 송가인은 그 절실한 무대에 울컥하고 말았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고 후배들의 간절함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미 국악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들이 오로지 대중에게 국악을 알리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경연에 참여해 살떨리는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 안쓰러웠으라. 어쩌면 그 진심에 공감했기 때문에 더욱 눈물이 났던 것 아닐까. 

송가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풍류대장>이 '크로스오버+경연'이라는 장치를 통해 국악의 매력과 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고집스럽게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를 외치며 괴리된 채 있기보다 대중과의 접점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통해 국악을 좀더 널리 알릴 수 있다면 훨씬 긍정적인 것 아닐까. 그것이 <풍류대장>이 해내고 있는 일이다. 

아마 수많은 시청자들이 <풍류대장>의 다양한 소리꾼들의 노래를 들으며 '국악이 이토록 좋았던가'라며 감탄했을 것이다. 또, 전통 악기들의 연주를 들으며 그 매력에 푹 빠졌을 것이다. '우리 소리'와 '우리 악기'의 매력에 푹 빠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그야말로 귀호강을 제대로 하는 중이라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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