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이 모든 운동선수의 꿈인 '정상'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

kt 위즈 구단은 24일 공식 SNS를 통해 팀의 최고참 선수였던 유한준이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2021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9 시즌이 끝난 후 kt와 2년 총액 20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던 유한준은 계약기간 마지막 해에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꿈을 달성했고 현역생활을 연장하기 보다는 최고의 순간에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

수원 유신고 출신의 유한준은 2004년 수원구장을 쓰는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지만 수원을 연고로 두고 있음에도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 동안 서울연고의 히어로즈에서 활약했다. 2015 시즌이 끝난 후 새로 창단한 kt로 이적한 유한준은 연고팀에서 6년 동안 누구보다 꾸준하고 빛나는 선수생활을 보냈고 마지막 해 통합우승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낸 후 18년의 길었던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2016년부터 kt에서 활약했던 유한준은 팀을 우승으로 이끈 후 정상에서 유니폼을 벗는다.

2016년부터 kt에서 활약했던 유한준은 팀을 우승으로 이끈 후 정상에서 유니폼을 벗는다. ⓒ kt 위즈

 
박재홍-이호준, 신생구단 이끌었던 베테랑 리더

종목을 막론하고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구단의 최대약점은 바로 '경험부족'이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 위주로 선수단이 구성되다 보면 패기는 있어도 긴 리그를 치를 노하우가 부족해 결정적인 순간 쉽게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구에서도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 사이에 반드시 팀을 이끌어 가면서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줄 경험 많은 리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지난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들을 중심으로 창단한 SK 와이번스는 2004 시즌이 끝난 후 현대 유니콘스 시절 3번의 30-30클럽을 달성했던 '리틀쿠바' 박재홍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다. KIA 타이거즈 이적 후 현대 유니콘스 시절 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던 박재홍은 자신이 프로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인천으로 돌아와 제2의 전성기를 열었고 SK 역시 박재홍이 이적한 지 3년째가 되던 2007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NC 다이노스는 1991년의 쌍방울 이후 기존 구단 인수가 아닌 순수 창단으로 리그에 뛰어든 9번째 구단이었다. 당연히 선수들의 경험부족은 큰 약점이 될 수 밖에 없었는데 NC는 1군 참가를 앞둔 2012년 겨울, FA시장에서 3년 20억 원을 투자해 SK의 거포 이호준(NC 타격코치)을 영입했다. 당시 이호준은 SK에서의 첫 FA기간(2008~2011년) 동안 크게 부진했던 터라 NC 이적이 큰 화제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NC의 이호준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이호준은 NC 이적 후 4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는 꾸준한 활약으로 나성범, 박석민, 에릭 테임즈와 함께 공포의 '나테박이 타선'을 구축했다. NC는 이호준이 입단한 지 2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이호준이 은퇴한 2017년까지 한 번도 가을야구 진출을 놓치지 않았다. 그만큼 팀의 리더로서 이호준의 존재감이 대단히 컸다는 뜻이다.

NC에 이어 2013년 제10구단으로 창단한 kt도 리더의 필요성을 모를 리 없었다. kt는 1군 진입을 앞두고 박경수와 박기혁(kt 수비코치), 이대형 등을 영입했지만 이들은 모두 이적 당시 본인의 성적을 내는 것에 집중하기도 바쁜 선수들이었다. 결국 kt는 1군 진입 첫 시즌이었던 2015년 9위 LG트윈스에게 12.5경기나 뒤진 최하위에 머물렀고 FA 시장에서 4년 60억 원을 투자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유한준을 영입했다.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은퇴하는 행운의 사나이

사실 kt 이적 당시만 해도 유한준은 눈에 띄는 타입은 아니었다. 실제로 유한준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5년 최다 안타왕(188개)과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박병호, 이택근, 서건창(LG) 같은 쟁쟁한 스타들 사이에서 크게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었다. 이러한 유한준의 플레이스타일은 kt 이적 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유한준은 kt 이적 후 우익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활약했고 kt와 맺은 4년의 계약기간 동안 4년 연속 3할 타율과 함께 577안타 61홈런 301타점이라는 꾸준한 성적을 기록했다. 개인 기록으로는 조금도 나무랄 데가 없는 A급 성적이었다. 하지만 kt는 유한준이 활약한 4년 동안 한 번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고 박재홍이나 이호준 같은 리더십을 기대했던 kt의 유한준 영입은 실패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kt는 40대가 되는 유한준에게 2년 2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의 FA계약을 안겨줬다. 그리고 유한준은 계약 첫 해였던 작년 시즌 7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과 세 자리 수 안타를 기록하며 kt를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비록 팀의 간판타자 자리는 강백호와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 타이거즈)에게 내줬지만 유한준은 팀의 최고참 선수로 든든하게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유한준은 자신의 계약 마지막 해였던 올 시즌 드디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큰 과업을 이뤄냈다. 비록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작년 .280으로 떨어졌던 타율을 다시 .309로 끌어 올렸고 조일로 알몬테의 조기 퇴출과 제라드 호잉의 다소 실망스런 활약 속에 4번 타자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실제로 유한준은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모두 4번 타자로 출전했고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될 확률이 높은 4차전에서는 무려 3개의 볼넷을 골랐다.

박용택(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등 많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FA 계약을 하면서 거창하게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을 선언한다. 박용택은 계약기간 동안 한국시리즈를 밟지도 못했고 롯데 역시 현 시점에서 내년 시즌 우승 후보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유한준은 41세 시즌에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차지했고 정상에서 유니폼을 벗는 행운의 사나이가 됐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