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며 급속 성장을 한 기업 중 하나가 쿠팡이다. 쿠팡은 최저가와 로켓배송 등을 앞세워 인터넷 쇼핑몰 시장을 장악했다. 만약 상품 리뷰 등을 보고 물건 구매했지만, 인터넷에서 본 것과 전혀 다른 가짜 상품이 오면 어떨까?

지난 16일 MBC < PD수첩 > '차이나 셀러의 습격' 편이 방송되었다. 쿠팡에서 스피커를 주문했지만 가품을 받은 피해자 사례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추적하고 대책을 모색했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차이나 셀러의 습격' 편을 취재한 정명훈 PD를 지난 1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정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중국산 짝퉁이 어떻게 쿠팡에서 유통? 궁금증에서 시작"
     
 < PD수첩 >의 한 장면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지난 16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차이나 셀러의 습격' 편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특별한 소회는 없고요 다만 안전책 없이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주의해야 되거든요. 사실 이건 말이 안 되는 체계라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이런 제도적인 게 고쳐지지 않으면 소비자 본인이 물건 살 때 주의해야 한다는 게 아직은 안타까운 거죠."

- '차이나 셀러의 습격' 편은 쿠팡의 아이템 위너 제도를 중국인들이 악용하는 거잖아요. 이건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저랑 같이 일하시는 작가님이 계시는데 작가님이 한 반 년 전쯤에 리뷰 시스템에 대해서 방송 한 번 하셨거든요. 그때 방송에 나가지 않았지만, 그 촬영 테이프에 담겨 있었어요. 그래서 이걸 제가 처음 듣고 짝퉁이라는 단어와 쿠팡이라는 단어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중국산 짝퉁이 쿠팡에서 유통되지란 궁금증에서 시작했던 아이템입니다."

- 아이템 위너에 대한 이야기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나와서 그래도 알지 않았나요?
"아이템 위너는 사실 반 년 전쯤에 <스트레이트>에서도 한 번 했었어요. 피상적으로 개념 자체는 알고 있었고요. 이걸 깊게 들여다 본 건 저도 사실 처음이죠."

- 깊게 들여다보니 어땠어요?
"쿠팡에서 제시하는 게 현실적으로 되면 소비자한테 좋은 정책이에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한 가격 경쟁이 들어가면 같은 상품이 아니게 되는 경우가 되게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게 가능한 정책인가란 의문이 들었었던 거 같아요."
 
- 그럼 취재는 어떤 거부터 하셨어요?
"소비자 같은 경우는 이 물건이 만 원, 2만 원 하는 값싼 제품이기 때문에 피해가 있더라도 그게 수면 위로 노출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소비자 피해를 찾고 섭외하는 이 과정이 저희에겐 힘들었어요, 왜냐면 만 원, 2만 원 별거 아닌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외적인 공간에 노출되는 게 힘들거든요. 판매자, 소비자 위주로 취재를 먼저 했었고 그다음 해외 취재를 했었고요."

- 사전 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일단 제가 중국을 아예 모르니까 힘들잖아요. 그래서 해외 자료들을 수집하고 선별하는 과정이 좀 힘들었어요. 중국어 하시는 분들을 써서 제가 들여다보고요. 그러면서 또 영어 자료도 한 번 봐야 돼요. 아마존 같은 데와 비교해야 되니까요. 또 쿠팡은 쿠팡대로 약관 같은 게 있잖아요. 아이템 위너가 뭔지부터 시작해서 아이템 위너가 되면 베네핏이 뭔지에 대해 이 역사가 또 있거든요. 또 지난 7월 공정위에서 시정 명령이 한 번 있어서 그 전후로도 약관이 바뀌어요. 그 약관부터 시작해서 공부할 게 많어서 약간 힘들었죠."

- 쿠팡의 모델이 아마존이잖아요. 그럼 아마존도 쿠팡하고 비슷한 아이템 위너 제도가 있나요?
"아마존도 바이박스라고 아이템 위너에 상응하는 제도가 있긴 있고요. 거기도 마찬가지로 쿠팡과 사업모델이 똑같아요."

- 그럼 아마존도 이런 문제가 나올 거 같은데 거긴 어떻게 하나요?
"일단 아마존 이야기를 하기 전에 국가적인 문제부터 출발하거든요.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있어서 사실 미·중 무역전쟁이라 불리는 무역 갈등 문제도 있었잖아요. 그 안에 중국의 위조품 문제에 대한 게 이슈가 됐었나봐요. 그러면서 법안으로 강제한 건 없지만 이 미중 무역 전쟁과 맥락으로 이어져서 아마존에서 자발적으로 우리가 위조상품을 최대한 막겠다고 해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2019년에 '프로젝트 제로'라고 하는 사업이에요.

거기에 수천억을 쏟고 각 사법 당국과 협업을 해서 사법적인 걸로 이어질 수 있게끔 조치를 지금 하고 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쿠팡도 마찬가지로 지금 이게 사실 국내법이라서 이게 사법까지 가는 데는 굉장히 어려움이 있겠지만 비슷한 투자나 이런 것들 책임 의식이 높아져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판매자-구매자 문제 생겨도 현행법상 쿠팡은 빠질 수 있어"
 
 정명훈 PD

정명훈 PD ⓒ 이영광

 
- 쿠팡은 매칭되는 제품이 조금이라도 가격이 낮으면 아이템 위너가 되어서 판매하는 거 같아요, 그럼 쿠팡은 물건에 대한 검증 안 하나요?
"전자상거래법이 지금으로부터 한 20년 전에 제정된 거예요. 쿠팡은 크게 보면 중개사업자이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계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고 거기에 대해서 물건을 검증할 의무는 아예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 간 문제가 생긴다면 현행법상 쿠팡은 빠질 수 있어요.

그래서 사실 아마존도 비슷하게 오버도프 사건이라고 하나가 있었어요. 어떤 사건이냐면 중국 판매자한테 반려견 목줄을 산 거예요. 근데 그게 끊어져서 얼굴을 부딪쳐서 눈이 실명 됐어요. 그럼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되잖아요, 근데 중국 판매자는 연락이 안 돼요. 아마존에서는 '너의 안전에 책임을 져 줄 의무가 우리는 없다'라고 아마존도 책임을 안 지고요. 그러니 내 실명에 대해서 책임을 져 줄 사람이 법적으로 그 당시 없는 거예요. 그런 부분을 좀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가격 경쟁을 하면 물건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거에 대해 쿠팡은 뭐라고 하나요?
"아이템 위너 제도에 일단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있죠. 초보 판매자의 유입을 좀 더 용의하게 해서 그들이 좋은 판매자라면 이 제도를 이용해서 더 넓은 소비자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장점들이 있다고 설명하시고요. 실제로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점점 심화되다 보면 이걸 악용하는 판매자들이 생기거든요. 특히 중국 판매자 같은 경우는 어떤 품질이나 이런 고객 대응에 신경 쓰기 보다 그냥 팔면 끝이라는 생각이 강한 거 같아요. 쿠팡은 사실 이 활로를 열어 준 사람이 되어 버린 거잖아요. 그런 부분은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 쿠팡에서 판매하는 중국인들은 자신이 뭘 파는지도 모르던데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방송에서 나오는 데 '따라 판매'라고 하잖아요. 보통 국내 사업자 같은 경우는 자기가 팔 품목을 선정하고 거기에 공을 들여서 페이지를 만든 다음 소비자에게 가는 과정이잖아요. 근데 중국 사업자들은 따라 판매를 하게 되면 이 주문에 대해서 후 대응만 하면 돼요. 일단 순서가 역순인 거죠. 그럼 자기가 애정을 쏟지 않아도 일단 고객 주문을 먼저 받고 그걸 역순으로 대응하게 되는 거니까 당연히 무슨 품목인지도 모르는 거죠. 사실 뭘 파는지 알 필요도 없죠."

- 중국 판매자들은 물건이 반품 들어오면 그걸 중고 나라에 또 판다던데.
"물류 담당하는 사람이 한국에도 있는 팀들이 있어요. 그러면 거기 보통 창고를 운영해요. 무료로 보관해 주는 창고들이 있는 거 같아요. 반품이 들어오면 거기다가 보관을 하는 거예요. 보관해서 다시 물건을 팔든지 아니면 들으셨던 대로 중고나라 같은 데 새 상품이라고 해서 올리면 일단 그것도 돈이 남는다는 거잖아요. 그것도 마찬가지로 중고거래의 피해를 받는 소비자가 알게 모르게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죠."

- 원 제품과 중국 제품의 질적인 차이도 큰가 봅니다.
"비교를 실제로 해 보면 의류 잡화 같은 경우는 이게 어떤 브랜드 제품이면 마감이라든가 약간의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중국제품이 조금 만듦새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고요. 공산품 같은 경우 더 클 수밖에 없죠."

- 중국에 쿠팡 입점을 도와주는 사설 학원이 있나 봐요?
"학원이라고 하는 게 사설 어떤 개인적인 영역도 있지만, 중국 정부 그니까 산둥성이 키우는 게 이커머스 분야예요. 그러니깐 우리 물건을 해외에 팔 수 있다는 게 산둥성 인근의 분위기예요. 보세국과 상무국이라 하거든요. 거기도 협회라고 하는 데 지원도 좀 있는 것 같고요. 국가적인 분위기가 '너네 이커머스에 물건 팔아. 우리가 좀 지원해 줄게' 그런 설명회 같은 게 여러 번 열렸어요. 쿠팡 쪽 투자유치 담당자도 웨이하이 시 설명회 참석 하고요. 이게 어떤 개인적인 영역의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중국 산둥성에 대한 분위기인 거 같아요."

- 아이템 위너가 되는 방법이 간단한 거 같아요?
"간단해요. 지금이라도 물건 팔 수가 있다면 되는 건 되게 간단해요. 빠르면 10분, 승인 완료 되는 그게 걸리면 한 20~30분 정도 걸려서 위너 자체는 그냥 간단하게 될 수 있어요. 실제로 이 물건 파는지 검수하는 과정은 없고요."

- 쿠팡도 이렇게 간단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모를까요?
"글쎄요. 그건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모르지만, 인지는 하고 있겠죠. 왜냐면 그때 반론을 펼칠 때 하셨던 말씀은 '우리가 신고가 들어오면 24시간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사전에도 그런 악의적인 판매자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을 했었거든요. 이 부작용에 대해서 모르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근데 이 부작용보다 그들이 얻을 수 있는 득이 더 크다고 생각을 일단 하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쿠팡은 물건을 파는 수량이 늘어나야 되거든요. 그래야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구조인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제 생각에 확장하는 단계인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취재했을 때 부작용은 인지하고 있되 그 부작용을 원천차단하려고 하기보다는 일일이 대응하는 식으로 하는 느낌이었어요."

- 쿠팡은 아이템 위너 제도를 손볼 방법이 없나 봅니다?
"제 생각엔 없는 거 같아요. 그들의 정체성과도 같은 제도이고요. 일단 아이템 위너로 초보 사업자를 많이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인 것 같아요. 그때 만난 느낌으로는 저는 회의적이에요. "

- 아이템 위너가 되면 그 전 판매자가 팔던 상품 이미지나 리뷰 같은 걸 가져오게 되는 구조인데 이건 거의 사기 수준 아닌가요?
"일단 전제가 어떻게 되는지 제일 중요해요. 같은 코카콜라를 판다고 생각하면 이 제도가 현실적으로 작동이 가능하죠. 근데 이게 가격정책 사이에서 판매자 별로 묘하게 다른 제품을 팔고 있는 거예요. 그럼 동일한 상품이라고 하는 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잖아요.

그런 와중에 리뷰라고 하는 상품의 저작권이 판매자에게 있는 게 아니라 쿠팡에 있어요. 하지만 판매자는 예를 들면 감사 카드 같은 걸 써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사은품 같은 걸 얹어 줄 수 있고 이렇잖아요. 이렇게 좋은 판매자가 리뷰 좋게 받았는데 아이템 위너 제도 때문에 내 상품평을 내가 갖고 올 수 없는 구조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상품평에 관련된 게 가장 커요.  그 부분은 조금 고쳐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이게 20년 전과 너무 달라요. 일단 전자상거래법이라고 하는 게 2002년도에 제정이 된 거거든요. 지금의 세상은 스마트폰 생기고 너무나도 바뀌었잖아요. 모바일로 물건을 사고팔고 하는 게 너무나도 용이해진 세상인데 거기 맞춰서 좀 바꿔야 될 거 같아요. 특히 제조물의 안전이나 하자나 이런 것들은 수면 위로 드러난 게 없을 뿐이지 예고된 사고나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서 안전과 관련한 자전거랄지 유모차랄지 이런 제품들이 중국 판매자로부터 하자가 생겨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그건 누가 책임지냐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바꿔야 되지 않을까 하죠. "

- 취재했지만 방송에 안 담긴 거 있을까요?
"저희가 중국인들을 만나려고 국내에서 많이 움직였거든요. 통신판매 주소지를 보면 국내 주소진데 중국인들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거기를 일일이 찾아다녔어요. 그럼 저희가 목격하는 게 뭐냐면 그 사람들이 없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소재지에 위치하지 않아요. 도대체 내가 하자가 생긴 부분에 대해서 판매자에게 따질 수도 없는 거예요. 그런 부분들이 어이가 없죠. 그게 방송에 못 나가서 약간 아쉽습니다."
정명훈 PD수첩 쿠팡 아이템 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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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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