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더 레코드>의 한 장면

<오프 더 레코드>의 한 장면 ⓒ MBC

 
MBC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오프 더 레코드>가 지난 10일, 17일 방송되었다. <오프 더 레코드>는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건이나 이슈 너머 가려져 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제3자의 해석이 아니라, 당사자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경쾌하게 폭로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이후 호평이 쏟아진 <오프 더 레코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최원준 PD를 만났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파일럿으로 방송된 <오프 더 레코드>가 끝났어요. 지금 어떤 기분이신가요?
"파일럿 했던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힘들다고 많이 말씀하셨어요. 안 겪어 봤을 때는 그게 그냥 으레 하는 얘기겠거니 했는데 진짜 힘들더라고요. 어제(17일) 방송 끝났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일을 계속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에요. 기존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틀이 있고 참고할 것들이 있어서, 그걸 바탕으로 만들면 되잖아요. 그런데 새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니까 벽돌 하나하나를 새로 쌓아 올리는 기분이었어요."

- <오프 더 레코드>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사람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물론 모든 게 사람 이야기지만 지금 MBC 시사교양국에는 주로 사건이나 사건사고에 얽힌 사람들을 제3자적 입장에서 관찰하고 인터뷰해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죠. 그게 아니라 사건 속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MBC 시사교양국에서 일을 하면서 소위 사건 프로그램 위주로 연출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다큐의 작법을 가진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이라 표현하기도 하는데 꼭 예능이라곤 생각하지 않고요. 토크쇼라든지, 다른 포맷의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지금 방송계에서 아카이브를 활용하거나 사건을 다시 되짚는 소재가 유행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제3자 입장에서 이 사건을 흥미로운 이야기인 양 풀어가는 게 조금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사건을 겪었던 사람이 직접 나와서 이야기하는 게 매력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 프로그램 제목을 <오프 더 레코드>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건을 제3자화 시키지 않고 당사자가 직접 나와서 이야기하는 기획인데, 그 이야기 중에는 아직 기록되지 않은 얘기들이 더 많을 수 있잖아요. 그분들이 우리 방송에 나와서 한 얘기들이 그동안은 다 '오프 더 레코드'였다는 개념으로 접근을 했어요.

사실 본편 토크쇼는 그분들이 직접 나와서 하는 이야기니까, 오프 더 레코드죠. 그런 반면 예전 뉴스나 기록을 보여주는 부분은 이미 '온 더 레코드' 개념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두 개를 대비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텔레비전을 배경으로 자료를 보여주는 형태로 연출했습니다."
 
 최원준 MBC PD

최원준 MBC PD ⓒ 이영광

 
- 1부에서는 '입시' 문제, 2부는 '공익 제보자'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주제를 선정한 이유는 뭐였나요?
"토크쇼 포맷으로 어떤 아이템을 시도하는 게 좋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런데 저희 방송이 수능 직전에 방송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시의성에 맞출 수 있는 지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입시 아이템이 정해졌죠. 공익 제보자는 MBC 시사교양국이 갖고 있는 강력한 아카이브가 있었어요. 우리 프로그램에서 본인이 직접 나와서 얘기할 수 있는 포맷을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시의성과 사건의 당사자가 나와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 이 두 가지 콘셉트를 놓고 어떤 게 (시청자에게) 소구력이 있을까 해보고 싶었어요. 두 가지를 다 포괄할 수 있는 포맷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 가수 이적과 코미디언 김숙, 아이돌 그룹 위키미키 멤버 최유정을 패널로 섭외했어요. 섭외 비하인드 스토리도 궁금합니다.
"우선 이적씨는 워낙 대중적인 이미지의 연예인이시잖아요. 저희 프로그램은 진행자가 PD나 시청자들을 대신해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또 질문하는 게 필요했어요. 이적씨가 그동안 예능에서 보여준 똑똑하고 친근한 모습도 좋았지만, 그동안 부른 노래들도 사람의 마음을 깊게 이해하고 만든 노래들이 많았죠. 그래서 <오프 더 레코드>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저희 프로그램을 좋게 봐주셔서 섭외가 됐고 실제로도 너무 잘해주셨죠. 

김숙씨는 자타공인 최고의 진행자죠. 말씀도 잘하시고 어떤 상황이든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너무 좋았고요. (최)유정씨는 저희가 다루는 사건에 젊은 친구들의 시선이 담기면 좋겠다는 생각에 섭외했어요. 어린 세대는 옛날 사건이라 잘 모를 수도 있잖아요. 모르면 모르는 대로, 또 알면 아는 대로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해서 젊은 진행자를 섭외했습니다. 어려운 주제였을 텐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잘해줘서 개인적으로 너무 고마웠어요."

- 녹화 과정은 어땠나요?
"그동안 연출해 왔던 프로그램들은 인터뷰이들을 차근차근 만나서 약속을 잡고, 인터뷰했어요. 촬영 기간도 길고 그 기간을 마무리하면서 편집해서 방송하는 구조였다면, 이 프로그램은 딱 하루 녹화 일을 정해 놓고 그날 모든 출연진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구조였거든요. 특히 이런 프로그램을 디렉팅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단 하루를 위해서 전 스태프들과 출연자가 모두 모여서 일을 하는 이 과정 자체가 제겐 되게 새로웠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녹화날 분위기가 무척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 그래도 첫 번째 시도여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을 거 같아요.
"아쉬운 점은 엄청 많죠. 하다 보니까 마음 같지 않았던 부분도 많았고 파일럿을 하면서 '쉽지 않다'고 선배들이 얘기했던 이유를 좀 알 것 같아요. 요즘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프로그램 하나를 새로 론칭해서 안착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PD 개인의 노력도 있지만, 부서에서 또 본부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사교양 본부에 있으면서 다큐의 작법이 아니고 이런 식의 프로그램을 조연출이든 연출이었든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이전에도 있었다면 훨씬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기더라고요."
 
 최원준 MBC PD

최원준 MBC PD ⓒ 이영광

 
- <오프 더 레코드>가 정규 편성된다면 해보고 싶은 건 어떤 게 있나요? 다루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요?
"이적씨가 방송 엔딩 멘트에서도 말씀하셨지만,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죠. 더 많은 사건의 당사자였던 분들을 만나고 싶고, 그들이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걸 더 진솔하게 혹은 재밌게 방송으로 전달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수많은 사건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아이템을) 특정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당장 기억나는 일만 해도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건들의 당사자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곧 올림픽 시즌이잖아요. 올림픽에서 화제가 된 인물들도 예능 쪽으로만 소화하는 게 아니라 교양적인 시각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과거의 사건 및 큰 이벤트가 있을 때 화제가 되는 분들을 만나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마친 소회 한 마디 부탁드려요.
"파일럿 프로그램을 하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MBC 시사교양) 본부에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이냐, 이 본부에 필요한 레귤러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형태는 어떻게 해야 되고, 그 제작 방식은 어떻게 돼야 할까. 또 하나는 PD로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화제를 얻는 게 중요하잖아요. 물론 모두를 충족시킬 순 없겠지만 가급적이면 이런 것들도 충족하고 싶다는 고민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진짜 쉬운 길은 아니더라고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런 고민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습니다. 아쉽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되돌릴 순 없으니까요.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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