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IBK 기업은행이 꼴찌로 추락한 팀성적에 이어 조송화 논란까지 겹치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20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IBK는 선두 현대건설에게 세트 스코어 1대 3으로 패하며 시즌 성적 1승 8패, 승점 2점으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개막 10연승의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최근 성적이 좋지않은 IBK은 주전센터이자 주장 조송화에 이어 김사니 코치까지 팀을 무단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대대적인 망신을 자초했다. 김사니 코치는 구단에 사의를 표명하고 떠났다가 설득 끝에 다시 복귀했지만, 조송화의 복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조송화는 현재 구단의 복귀 요청을 거부하고 선수생활 은퇴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가 왜 그렇게까지 팀을 떠나려고 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남원 IBK 감독과의 불화설이나 성적부진에 대한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서 추측만 분분하다. 서남원 감독은 인터뷰에서 자신도 조송화와 김사니가 이탈한 정확한 사유를 모르고, 물어봤지만 대답을 듣지못했다는 입장이다. 구단 차원에서도 이렇다할 해명이나 후속 대처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일단 대처 방식이 명백히 잘못됐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조송화는 팀내에서 세 번째로 몸값이 높은 2억 7000만 원의 고액 연봉자이자 프로경력만 10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팀은 이적한지 1년만에 주장까지 맡기며 조송화에 대한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심지어 김사니 코치는 감독을 도와 선수단을 아우르고 통솔해야할 지도자다. 프로를 떠나 단지 책임있는 성인으로라도 해서는 안될 행동들이다. 

중요한 문제가 있으면 차라리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지, 납득할만한 사유도 밝히지 않고 그저 그만두겠다는 것으로 현실을 도피하려는 태도는 너무나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 팀에 대한 책임감이나 프로의식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구단의 대처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일단 선수단내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만천하에 명백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확고한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나가야했다. 그런데 IBK 구단의 대응을 보면 쉬쉬하며 적당히 사태를 수습하려다가, 갈등의 골이 터지는 것을 막지못했고 오히려 팀분위기도 더 나락으로 치닫는 악수가 된 모양새다.

만일 다른 종목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당사자들의 일방적인 은퇴나 사퇴정도로 끝날 게 아니라, 구단-연맹 차원에서의 임의탈퇴나 자격정지, 제명 등의 중징계가 내려져야 마땅할 사안이다. 팀스포츠에서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 행동으로 팀동료와 구단에 막대한 피해를 줬고, 리그의 이미지와 프로의 명예까지 훼손했다는 점에서,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일벌백계의 선례를 내려야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조송화 사태는 모처럼 중흥의 기회를 맞이한 여자배구의 이미지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배구계는 지난 시즌 이다영-이재영 자매로부터 시작된 학폭 논란으로 한동안 엄청난 후폭풍을 치러야했다. 우승에 도전하던 흥국생명은 후유증으로 성적이 추락하며 무관에 그쳤고 이다영-이재영 자매에 이어 '배구여제' 김연경까지 다시 해외로 떠났다. 이후 배구계에 학폭 미투 폭로가 쏟아지는 계기가 됐다.
 
쌍둥이 자매와 조송화 사태는 비록 그 세부적인 결은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유명 선수 한두명이 일으킨 사건사고에도 제대로 대응하지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기만 하는 국내 프로구단들의 안이한 선수단 관리능력과 위기관리 시스템 부재, 성적 지상주의에 가려진 구성원들의 사생활과 인성 논란, 투명하지 못한 '그들만의 질서'로 운영되는 체육계 문화의 어두운 그늘을 드러냈다는 점 등이다.
 
흥국생명은 이미 학폭 논란이 터지기 직전 쌍둥이 자매와 김연경의 불화설이 불거졌을때부터 선수단 기강 관리와 소통에 실패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고, 후속 대처 역시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책임을 피하는데만 급급했다.

IBK 역시 조송화-김사니 사태 역시 선수단 내부 갈등이 만천하에 공개될 동안 구단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일부 선수들은 팀보다 개인을 먼저 생각하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한마디로 문제가 생길때마다 사전 예방도 안되고, 사후 치료로 부실할만큼 위기관리 메뉴얼이라는게 전무한게 국내 여자프로배구단들의 현실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지난 여름 국가대표팀의 도쿄올림픽 4강신화를 통하여 모처럼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세계의 강팀들을 상대로 포기하지않는 '원팀'의 면모를 보여준 배구선수들의 모습에 많은 팬들이 진심으로 감동하고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IBK에는 표승주, 김희진, 김수지 등 바로 도쿄올림픽 4강을 이끈 호화멤버들까지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올림픽 후광을 등에 업고 성적과 인기를 동시에 잡을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오히려 여자배구계의 어두운 민낯만 또 한번 드러내는 흑역사로 추락했다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이는 누구 하나만의 책임이 아니라 선수들의 인성과 프로의식, 지도자의 리더십, 구단의 관리와 운영 방식까지 모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이는 IBK만이 아니라 또다른 구단에서도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는 사안이다. 배구계와 구단들이 이번 사태에 남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느끼고 진지하게 주시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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