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룬티어스(The Volunteers)의 정규 1집 'The Volunteers'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의 정규 1집 'The Volunteers' ⓒ 블루바이닐

 
어디를 가나 Z세대(Gen Z) 이야기다. 어른들이 규정한 분류법에 슬슬 신물이 나지만, 이제는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얼마전 국내의 한 스트리밍 사이트가 'Z세대 팬 비율이 높은 아티스트'의 명단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록밴드 발룬티어스(백예린, 구름, Jonny, 김치헌)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발룬티어스는 싱어송라이터 백예린이 프론트우먼을 맡은 밴드다. 오랜 음악적 파트너인 구름(베이스), 바이바이배드맨의 조니(기타), 그리고 김치헌(드럼)이 만나 4인조로 결성되었다. 2018년부터 사운드 클라우드와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공개했고, 지난 5월 첫 정규 앨범 < The Volunteers >를 발표했다.

"As long as we walk out path - honey, it don't matter"
우리가 우리의 길을 걷는 한, 아무 문제 없을거야.

- 'PINKTOP(발룬티어스) 중


앨범 재킷에도 적혀 있는 'PINKTOP'의 노래 가사처럼, 백예린의 커리어는 자유 의지의 연속이었다. 알앤비를 기반으로 일렉트로니카, 재즈, 드림팝 등 다양한 장르에 발을 뻗어왔다. 그 점을 고려해도 급진적인 변화였다. 많은 대중에게 백예린은 초록 원피스를 입고 'Square'를 부르는 모습, 'Our Love Is Great'의 아련한 로파이 사운드 가운데에서 피어 오르는 목소리 등으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일렉 기타를 잡았다. 1990년대에 태어난 가수가 1990년대의 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백예린, '신인 밴드'의 보컬이 되다
 
 지난 11월 18일, 홍대 롤링홀에서 열린 밴드 발룬티어스의 단독 공연

지난 11월 18일, 홍대 롤링홀에서 열린 밴드 발룬티어스의 단독 공연 ⓒ 이현파(본인 촬영)

   
지난 11월 18일, 홍대앞 롤링홀에서 열린 발룬티어스의 단독 공연 'JOIN THE TVT CLUB'에 다녀왔다. 총 8회차의 공연이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었다. 7월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공연이 확진자 폭증 때문에 11월로 미뤄졌다. 예정보다 늦게 팬들을 만난 이들은 스스로를 '신인 밴드'라고 소개하며 조용한 너스레를 떨었다.

"안녕하세요. 신인 밴드 발룬티어스입니다." (구름)
"데뷔한 지 6개월 되었네요?" (백예린)


오후 8시 30분 경, 앨범의 첫곡이기도 한 'Violet'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 초반부터 퍼즈 이펙터를 활용한 강렬한 사운드가 두드러져 놀랐다. 육중한 드럼과 파워 코드로 문을 여는 'Violet'의 냉소, 자유 의지를 강조하는 'PINKTOP'의 시크함, 여름밤의 낭만을 머금은 'Summer' 등, 매 순간 일렉 기타가 중심을 잡고 있었다.

발룬티어스는 첫 정규 앨범 수록곡을 모두 연주하는 것은 물론, 밴드의 취향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밴드 가비지(Garbage)의 'Only Happy When It Rains'를 커버했다. <라붐>의 OST인 'Reality(리처드 샌더슨)'를 포스트 록 스타일로 재구성할 때는 전복의 짜릿함이 느껴졌다. 섬세한 감정의 결을 자극하는 백예린의 목소리, 그리고 빨간 조명에 맞춰 울려 퍼지는 디스토션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롤링홀을 가득 채운 공기는 록이었다. 

발룬티어스와 1990년대 타임머신
 
 지난 11월 18일, 홍대 롤링홀에서 열린 밴드 발룬티어스의 단독 공연

지난 11월 18일, 홍대 롤링홀에서 열린 밴드 발룬티어스의 단독 공연 ⓒ 이현파(본인 촬영)

 
"Cause I'm a ruthless rock star baby"
왜냐하면 난 무자비한 록스타거든.

- 'Violet(발룬티어스)' 중


발룬티어스는 록 팬들의 향수를 부지런히 자극하는 밴드다.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찬란한 순간을 갈무리한 뒤, 잘 들리는 음악으로 빚는다. 기타 리버브나 노이즈의 활용에서는 소닉 유스(Sonic Youth)나 너바나(Nirvana)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고, 곡의 정서에서는 오아시스(Oasis)와 애쉬(Ash), 블러(Blur) 같은 브릿팝 밴드들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가비지, 울프 앨리스(Wolf Alice)처럼 여성 보컬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밴드의 세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 탐구의 중심에 백예린이 있다. 프론트우먼 백예린의 존재는 그 자체로 아이덴티티가 된다. 조니와 구름, 김치헌이 만드는 록 사운드 그리고 십수년 동안 알앤비를 불러온 백예린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묘한 신선함이 만들어진다. 욕설이 들어간 노래를 부르는 것도 자연스럽다. 이 독특한 조합은 록을 생경하게 받아들이는 세대에게 록의 멋을 알려줄 수 있는 마중물이기도 하다. 

공연 도중 백예린은 팬들이 준비한 플래카드를 보며 환하게 웃었고, 수능 시험을 마치고 온 관객에게 수줍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멘트는 해도 해도 늘지 않는다'라며 쑥쓰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래를 하고 연주를 할 때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밴드 멤버들은 슈게이징 밴드처럼 고개를 숙인 채 연주에 몰입했고, 백예린은 노래 가사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추고 손짓을 그렸다. 발룬티어스는 록의 멋을 라이브 공연에서 충분히 뽐냈다.

직선적으로 씩씩하게 뻗어 나가는 앵콜곡 'Let Me Go'와 함께 공연은 막을 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에 따라 모든 관객은 마스크를 쓴 채 좌석에 앉아 공연을 보아야 했다. 함성과 떼창 대신 박수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록 공연을 앉아서 본다는 것은 정말 가혹한 일이다!) 내년 여름에는 이 멋진 밴드를 탁 트인 록 페스티벌에서 즐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물론 조금 취한 채 공연을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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