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 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가 4경기 만에 막을 내렸다.   

두산은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서 KT 위즈에 4-8로 패배하며 4연패를 기록,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1, 2차전에 이어 전날 열린 3차전까지 패배하면서 두산의 우승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 상태였다. 김태형 감독도, 선수들도 남아있는 힘을 다 쏟아부은 시리즈였으나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면서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었다.   
 
 18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패배하며 준우승이 확정된 두산 선수단이 덕아웃으로 향하는 모습

18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패배하며 준우승이 확정된 두산 선수단이 덕아웃으로 향하는 모습 ⓒ 유준상

 
PS 고난의 행군? 사실 9월부터 힘들었던 두산   

사실 포스트시즌을 치르기 전부터 두산으로선 충분히 지칠 만했다. 지난 9월 2~3일 SSG 랜더스와의 원정 2연전을 모두 내준 데 이어 4일 삼성전마저 패배한 두산은 같은 날 NC 다이노스에 6점 차로 이긴 롯데 자이언츠와 공동 7위가 됐다. 정규시즌 개막 이후 최대 위기였다.   

그러나 9월 14일부터 26일까지 12경기에서 8승 2무 2패를 기록했고, 특히 순위권 팀들을 차례로 격파하면서 확실하게 탄력을 받았다. 10월 22일과 23일 이틀간 잠시 5위로 내려오면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정규시즌 최종일에 한화 이글스를 꺾고 4위로 정규시즌 일정을 종료했다.   

4위 두산부터 8위 롯데까지 무려 5개 팀이 중위권 경쟁을 펼치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뀐 적도 있었다. 반드시 가을야구는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두 달을 보냈기 때문에 선수들 입장에서는 내색하지 않았어도 포스트시즌 만큼이나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미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휴식일이라곤 단 하루뿐이었다. 심지어 1차전을 내주자 오히려 5위 키움 히어로즈보다 4위 두산이 쫓기게 됐다. 2차전을 대승으로 장식하면서 한숨을 돌렸음에도 체력 소모가 불가피한 시리즈였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3경기, 플레이오프 2경기까지 5경기를 더 치렀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모두 2선승제로 치러지긴 했어도 매 경기 1승이 급했기에 여유라곤 1도 없었다.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를 격침하는 시나리오는 많은 전문가의 예상에서 벗어난 일이었지만, 그만큼 승리를 거두는 과정에서 선수단의 체력은 고갈 직전에 이르렀다.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 KS에서는 통하지 못했다   

선수단의 힘 못지않게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김태형 감독의 노련한 용병술이었다. 김 감독은 키움 홍원기 감독, LG 류지현 감독, 삼성 허삼영 감독까지 단기전 경험이 올해가 처음인 초보감독을 차례로 넘어서면서 KBO리그 역사상 첫 번째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루게 됐다.   

특히 9월 이후 나아진 모습을 보인 이영하가 매 경기 필승조로 투입됐고, 때에 따라서 경기 초반 마운드에 오른 경기도 꽤 있었다. 단기전에서 빠른 투수교체 타이밍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태형 감독이기에 가능한 기용이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데일리 MVP로 선정될 정도로 빼어난 투구를 선보인 홍건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매 경기 치열한 승부를 벌이면서 필승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에 3일 휴식만으로 피로 누적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한국시리즈서 보여준 이영하와 홍건희의 투구는 이전 시리즈보다 다소 위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아무도 하지 못했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내면서도 그 가운데 우승은 세 번(2015년, 2016년, 2019년)뿐이었다. 올가을 인터뷰를 통해 "2등을 하면 서글프다"고 밝힌 김태형 감독으로선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면서도 또 준우승에 위안을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서글픈 마음을 안고 두산에서의 7번째 가을을 마무리해야 했다.   

성과와 과제를 모두 남긴 시즌, 김태형호의 겨울 과제는?   

매년 그랬던 것처럼 올 시즌을 앞두고도 외부 FA로 인한 유출이 있었고, 그로 인해 주전급 내야수가 두 명이나 이탈했다. 트레이드와 FA 보상선수로 급하게 자리를 메웠음에도 이들이 기존에 있던 선수들 만큼 해줄지 의문부호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LG 시절과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된 양석환은 이적 첫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성하는가 하면,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한 박계범은 내야진에 큰 힘을 보탰다. 또 다른 의문부호였던 외국인 투수 미란다도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으로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등 우려했던 것보다는 전반적으로 선전한 시즌이었다.   

시즌은 끝났어도 과제가 쌓여있다. 외국인 선수 계약 및 재계약 문제와 FA 재계약 여부가 관건이다. 특히 팀의 핵심 외야 자원인 김재환과 박건우가 나란히 FA 자격을 취득하는데, 이미 두 선수에 관심을 갖는 복수의 구단이 이들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한방이 있는 좌타 거포 김재환, 정규시즌에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간 박건우 모두 팀에 필요한 선수들이다. 떠나는 선수가 발생한다면 다른 선수들이 떠날 때처럼 누군가 그 자리를 메우긴 하겠지만, 올겨울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내년 시즌 두산의 전력은 다소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올 시즌 가능성을 보였던 곽빈과 최승용 등 젊은 투수들과 더불어 내년 2월 전역하는 '야수 유망주' 김대한과 송승환 등 매말라가는 두산의 화수분 야구도 다시 힘을 내야 할 시점이다. 준우승의 아픔을 딛고 더 단단해진 팀으로 거듭나고 싶은 두산의 행보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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