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프로농구 역사의 과거와 현재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 성사됐다. 지난 17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는 2021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가 펼쳐졌다.
 
오리온은 과거 대구를 연고지로 프로 원년부터 무려 14년간을 함께 했다. 오리온은 1997년 프로원년 동양제과 농구단으로 창단하던 시절부터 대구에서 수많은 추억을 쌓아왔다. 1998-99시즌에는 기네스북까지 오른 '전설의 3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2001-02시즌 '천재신인' 김승현과 마르커스 힉스, 라이언 페리맨, 전희철, 김병철으로 이어지는 베스트5를 구축하며 꼴찌에서 우승이라는 신화를 이뤄냈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김승현의 부상과 이적 등으로 다시 장기간 암흑기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었지만 대구 팬들은 변함없이 오리온의 농구를 사랑했다.
 
하지만 오리온은 지난 2011년 6월 대구시와 협의없이 연고지를 수도권인 고양으로 전격 이전했다. 당시 지역민심과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배신' '야반도주'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여론은 좋지않았다. 한때 오리온 제품 불매운동까지 펼쳐질 정도였다.
 
그렇게 프로농구의 역사가 단절됐던 대구는 올시즌을 앞두고 한국가스공사가 새롭게 창단하며 10년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 운영을 포기한 인천 전자랜드가 한국가스공사에 인수된 뒤 연고지를 이전하여 대구로 내려오게 된 것. 대구가 다시 프로농구 연고지로 부활하면서 옛 식구였던 오리온도 자연스럽게 다시 손님으로 대구를 찾게 됐다.
 
오리온으로서 이날 가스공사와의 경기는 연고지 이전 직전, 마지막 시즌 홈경기였던 2010-11시즌 3월 19일 창원 LG 이후 무려 3897일만이자, 과거와 현재의 주인이 만나는 최초의 '대구 더비'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만큼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오랜만에 원정팀으로 돌아온 오리온을 바라보는 대구 팬들의 분노나 비난의 목소리는 없었다.
  
팬들은 홈과 원정팀 선수들에게 사진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간간이 과거 대구 오리온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골수팬들이 10년 전 오리온의 유니폼을 들고 온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기를 앞두고 현 주인인 한국가스공사는 의미있는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오리온의 김병철 코치, 윤지광 코치, 김강선, 오용준 등을 '대구 레전드'로 선정하며 기념 꽃다발 전달식을 거행한 것. 이들은 모두 대구 오리온 시절에 활약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김병철 코치는 현역 시절부터 '피터팬'으로 불리우며 오리온에서만 활약하여 우승까지 이끌었고 지도자로서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원클럽맨이다. 오리온 구단은 은퇴 후 김병철의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했다. 대구 오리온과 한국가스공사로 이어지는 대구 프로농구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병철이 10년만에 귀환하자 대구 올드 농구 팬들도 유독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는 현 주인의 승리로 끝났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고양 오리온을 88-79로 제압하며 역사적인 첫 대구 더비를 승리로 장식하며 홈팬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가스공사의 품격있는 이벤트와, 10년 만에 대구로 돌아온 오리온 레전드들을 향한 박수가 농구팬들을 훈훈하게 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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