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폭로 후 행방이 사라진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 실종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성폭력 피해 폭로 후 행방이 사라진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 실종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중국의 전 최고의 관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자 테니스 스타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메이저대회에서 네 차례 우승하며 한때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는 1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펑솨이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오사카는 펑솨이의 사진과 함께 "최근 펑솨이가 성적 학대를 폭로한 후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검열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이 너무 충격적이다. 펑솨이와 그의 가족이 안전하고 무사하기를 바란다"라고 적었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를 비롯해 여러 테니스 스타들도 펑솨이도 안전에 우려를 나타냈고, 관련 기관들이 중국 당국에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펑솨이 실종 사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것.  

"자멸하는 길이더라도 진실 알리겠다"던 펑솨이

펑솨이(35)는 2013년 윔블던과 2014년 프랑스오픈 복식에서 우승하며 한때 여자 테니스 복식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다. 2014년 US오픈에서는 단식 준결승에 진출하기도 했다.

중국의 국민적 영웅인 펑솨이는 지난 2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장가오리(75)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지속해서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장가오리는 2002∼2007년 중국 공산당 산둥 위원회 부서기, 2007∼2012년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2013∼2018년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최고위급 인사였다. 2018년 모든 공직에서 은퇴한 후 대중에 잘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펑솨이는 10년 전 장가오리가 함께 테니스를 치자고 집으로 초청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그날 벌어진 사건에 대해 펑솨이는 "나는 결코 동의하지 않았고, 계속 울음을 터뜨렸다"라고 주장했다.
  
 장가오리 중국 전 부총리에 대한 펑솨이의 성폭행 피해 폭로를 보도하는 미 CNN 갈무리.

장가오리 중국 전 부총리에 대한 펑솨이의 성폭행 피해 폭로를 보도하는 미 CNN 갈무리. ⓒ CNN

 
장가오리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해 베이징으로 떠나면서 한동안 펑솨이와 연락을 끊겼다가, 2018년 은퇴 후 다시 찾아왔다. 장가오리는 관계를 요구했고, 펑솨이는 무섭고 당황스러웠으며, 자신을 잊지 못했다는 장가오리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관계를 받아줬다고 말했다.

펑솨이와 장가오리는 내연 관계를 이어갔다. 심지어 장가오리의 아내가 이를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것이 펑솨이의 주장이다. 그러나 펑솨이는 장가오리와의 관계를 통해 어떤 이득이나 혜택을 받은 적도 없으며, 녹음이나 영상도 남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펑솨이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알리겠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게시물은 곧 삭제됐지만, 주요 외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장 전 부총리 정도의 중국 공산당 최고위급 인사에 대해 이런 의혹이 제기된 적은 없었다"라며 "중국에서는 대부분의 '미투'(성폭력 고발 캠페인) 폭로가 묻히기 때문에 펑솨이의 폭로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테니스계 "펑솨이 폭로 조사해야"... IOC는 침묵?

그러나 NYT를 비롯해 영국 BBC,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주요 외신이 사실 파악을 위해 펑솨이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하면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SCMP는 "펑솨이가 폭로 이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여러 의혹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테니스계가 나섰다.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 스티븐 사이먼 회장은 성명을 내고 "펑솨이와 모든 여성은 검열 대상이 아니라 경청 받아야 한다"라며 "특히 성폭행과 관련된 전 중국 지도부의 행위에 대한 펑솨이의 폭로는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펑솨이가 당했다고 주장하는 행위는 어떤 사회에서든 못본적 하지 말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전 세계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부당한 일을 바로잡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펑솨이의 안전을 우려하는 오사카 나오미의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펑솨이의 안전을 우려하는 오사카 나오미의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 오사카 나오미 트위터

 
안드레아 가우덴지 프로테니스협회(ATP) 회장도 "펑솨이의 안전과 행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며 "펑솨이가 폭로한 내용에 대해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WTA의 요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펑솨이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그의 웨이보 계정은 검색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 당국도 외신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자오리젠 대변인은 17일 정례회견에서 펑솨이의 폭로와 행방에 대한 질문에 "해당 사안을 들어보지 못했으며, 외교 문제도 아니다"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질문을 거듭하는 기자에게 "외교부 대변인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알아야 하느냐"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세계 최대 스포츠단체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침묵하고 있다.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의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 정부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이 큰 부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펑솨이 "나는 안전하다" 메일 보냈지만... 진위 의심 

사태가 커지자 중국 CGTN 방송은 18일 펑솨이가 WTA에 보낸 메일을 입수했다며 이를 공개했다. 메일에 따르면 펑솨이는 현재 아무 문제 없이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성폭행 폭로도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WTA의 사이먼 회장은 "(메일을 받고) 오히려 펑솨이의 안전과 행방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라며 "그 메일을 펑솨이가 직접 썼는지도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펑솨이와 직접 연락하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라며 "펑솨이가 어떤 강제도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오히려 의구심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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