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 끼웠다'는 말이 어울리는 완승을 거뒀다. 그곳이 이라크가 아닌 카타르 중립 지역이라고 하지만 까다로운 어웨이 3게임을 시작하는 입장이었기에 부담이 컸지만 첫 고비를 거뜬히 넘은 셈이다. 더구나 미드필더 이재성은 SNS를 이용한 야만적인 언어 폭력의 해악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듯이 멋진 첫 골을 뽑아내 완승의 발판을 만들어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7일(수) 오전 0시 카타르 도하에 있는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이라크와의 어웨이 게임을 3-0으로 이겨 이란과 나란히 본선 진출 가능성을 더 높여놓았다.

상대 팀 분석의 중요성

이 게임 홈 팀 이라크는 이전까지 다섯 게임을 뛰며 6골을 내줬는데 그 중 4골(66.6%)이나 상대 팀 크로스에 약점을 드러내며 무너졌다. 좀 더 자세하게 이라크 실점 상황을 들여다보면 4실점 중 로빙 크로스에 의한 실점이 3개였고, 낮게 깔려 뻗어온 얼리 크로스에 의한 실점이 1개였다. 실점 상황을 포함하여 이라크 수비가 크게 흔들린 장면들은 대부분 측면 크로스와 거기서 이어진 세컨드 볼에 의해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었다.

축구 게임에서 상대 팀을 분석하는 것이 이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대표팀이 이번 게임을 통해 잘 보여준 셈이다. 전반전 유효 슛 대부분은 중거리슛이었는데 손흥민(16분), 황희찬(24분)의 오른발 중거리슛과 조규성(27분)의 왼발 중거리슛은 모두 이라크 골키퍼 파하드 탈리브 정면으로 날아가 잡혔다. 

중거리슛 말고 실제 골은 이라크 수비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측면 크로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33분에 얻은 역습 기회에서 주장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으로 오픈 패스를 적시에 내줬고 이 공을 크로스 실력이 좋은 풀백 이용이 띄워줬다. 이 공은 원 톱 역할을 맡은 조규성의 머리 위를 넘어 김진수에게 걸렸고 여기서 흐른 세컨드 볼이 반대쪽 빈 곳에 있던 이재성에게 굴러간 것이다. 공을 소유하지 않은 필드 플레이어들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세컨드 볼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잘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이렇게 숨통을 튼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에 더 자신감 넘치는 게임 운영으로 이라크를 완전히 압도했다. 좋은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벤투 감독은 65분에 이재성 대신 99년생 막내 정우영(SC 프라이부르크)을 들여보내 뛰게 했다. 89년생 정우영은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든든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 타임을 뛰었고 교체로 들어온 막내 정우영은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아 이라크 수비수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막내 정우영을 들여보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68분에 '손흥민-막내 정우영-조규성'으로 이어지는 원 터치 역습 패스 줄기는 이라크 수비수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고 결국 조규성을 향해 이라크 간판 수비수 알리 아드난이 위험한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여기서 페널티킥 판정이 VAR 시스템 확인 절차까지 거쳐 결정됐고 주장 손흥민이 오른발 킥을 부드럽게 차 넣어 10년 전 아시안컵을 통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바로 그 잔디 위에서 30호 골을 기록하는 감격을 동료들과 나눴다.

그로부터 5분 뒤에는 형들이 막내를 위해 멋진 데뷔 골을 선물해줬다. 79분,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에서 시작한 빠른 역습 드리블로 이라크 수비수들을 모두 따돌리고 왼쪽 빈 곳에서 기다린 황희찬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밀어주었는데, 이 노마크 득점 기회를 다시 황희찬이 막내 정우영에게 양보했다. 정우영은 이 완벽한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을 시원하게 차 넣어 완승의 마침표를 찍는 영광을 누렸다.

일정상 간격이 생기기는 하지만 까다로운 서아시아 어웨이 3연속 게임 첫 단추를 잘 끼운 우리 선수들은 이제 각자 소속 팀으로 돌아가 숨가쁜 겨울 시즌을 보내고 2022년 월드컵 새해에 다시 모인다.

아직 본선 진출권을 손에 쥔 것은 아니지만 3위 아랍에미리트(6점, 1승 3무 2패 4득점 5실점)보다 8점이나 앞서 있는 한국(14점, 4승 2무 8득점 2실점)은 새해 1월 27일(vs 레바논)과 2월 1일(vs 시리아) 두 차례의 어웨이 게임 일정으로 카타르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A조 결과
(17일 오전 0시,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 - 카타르 도하)

★ 이라크 0-3 한국 [득점 : 이재성(33분,도움-김진수), 손흥민(74분,PK), 정우영B(79분,도움-황희찬)]

한국 선수들
FW : 조규성
AMF : 손흥민(87분↔엄원상), 이재성(65분↔정우영B), 황인범(87분↔백승호), 황희찬(82분↔송민규)
DMF : 정우영A
DF : 김진수(82분↔홍철), 권경원, 김민재, 이용
GK : 김승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A조 현재 순위
1 이란 16점 5승 1무 11득점 2실점 +9
2 한국 14점 4승 2무 8득점 2실점 +6
3 아랍에미리트 6점 1승 3무 2패 4득점 5실점 -1
4 레바논 5점 1승 2무 3패 4득점 6실점 -2
5 이라크 4점 4무 2패 3득점 9실점 -6
6 시리아 2점 2무 4패 5득점 11실점 -6

◇ 한국 대표팀의 남은 예선 일정(왼쪽이 홈 팀)
☆ 레바논 - 한국 [2022년 1월 27일(목)]
☆ 시리아 - 한국 [2022년 2월 1일(화)]
한국 - 이란 [2022년 3월 24일(목)]
☆ 아랍에미리트 - 한국 [2022년 3월 29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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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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