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이재성이 월드컵 최종예선 이라크전에서 전반 33분 선제골 이후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이재성 이재성이 월드컵 최종예선 이라크전에서 전반 33분 선제골 이후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오랜 만에 시원한 대량 득점이 쏟아졌다. 한국이 중동의 다크호스 이라크를 잠재우고, 험난한 중동 원정길에서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7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A조 6차전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4승 2무(승점 14)를 기록한 한국은 3위 UAE(승점 6)와의 격차를 8점으로 벌리며 A조 2위를 유지했다.
 
경기 흐름 바꾼 이재성의 선제골
 
이날 한국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포백은 이용-김민재-권경원-김진수로 구성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 앞 선은 황인범-이재성, 전방은 황희찬-조규성-손흥민이 포진했다. 이라크는 바샤르 라산-알리 알 하마디를 투톱에 놓는 4-4-2로 응수했다.
 
초반은 탐색전 성격이 짙었다. 첫 슈팅은 이라크가 기록했다. 전반 5분 박스 바깥에서 라산의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12분에는 이재성의 패스 미스를 가로채면서 마지막 바예시의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은 공 소유 시간을 늘리며 이라크의 수비 대형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원터치 패스와 오프더볼을 통해 상대 진영에서 공간을 만드는 장면을 몇 차례 연출했다. 하지만 슈팅으로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라크가 일사불란한 수비 조직력으로 한국의 침투 패스 경로를 막아섰다.
 
한국은 전반 20분을 넘어서며 서서히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첫 슈팅은 전반 23분에 나왔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이라크의 공을 탈취했고, 아크 정면에서 황희찬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26분에도 조규성이 과감한 왼발 슈팅을 시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자리를 바꿔서 상대 수비를 교란했다.
 
결국 한국은 전반 34분 선제골을 엮어냈다. 손흥민이 오른쪽 공간으로 패스를 내줬고, 이용이 높게 크로스를 띄웠다. 박스 안으로 쇄도한 김진수가 상대 수비수와 경합 끝에 슈팅으로 이어간 공이 이재성에게 전달됐고, 이재성은 침착하게 왼발슛으로 마무리지었다.
 
이후 이라크가 잠시나마 라인을 올리며 공격의 비중을 높였지만 한국은 곧바로 점유율을 되찾고, 다시금 흐름을 반전시켰다. 황인범과 이재성이 많은 활동량과 볼 키핑으로 허리를 장악한 것이 주효했다. 간결하면서도 빠른 템포의 패스 전개, 최전방 공격진들과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로 이라크 수비를 흔들었다. 72%의 높은 점유율과 4개의 유효슈팅을 만들며 내용과 결과를 잡았던 전반전이었다.
 
후반에도 한국이 주도하는 형국이었다. 전방 압박의 강도를 늦추지 않은 채 추가골을 넣기 위한 경기 운영을 이어나갔다. 오른쪽 풀백 이용이 지속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측면 공격의 물꼬를 틀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 20분 이재성 대신 정우영을 교체 투입했다. 이러한 용병술은 적중했다. 손흥민과 정우영이 원투 패스로 페널티 박스까지 빠르게 진입한 뒤 정우영이 문전으로 낮게 크로스했다. 이후 조규성이 슈팅하는 과정에서 수비수 태클에 걸려넘어지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후반 29분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성공시키며 2-0을 만들었다.
 
한국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 34분 손흥민-황희찬-정우영으로 연결되는 완벽한 패스 플레이에 이은 정우영의 슈팅으로 세 번째 골을 합작했다.
 
3골의 여유를 안은 벤투 감독은 체력 안배에 힘썼다. 후반 37분 김진수, 황희찬을 불러들이고 홍철, 송민규를 넣었다. 후반 43분에는 손흥민, 황인범 대신 엄원상, 백승호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한국은 남은 시간 리드를 잘 지켜내며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 대표팀 한국이 이라크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두고, 본선 진출에 한걸음 다가섰다.

▲ 한국 대표팀 한국이 이라크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두고, 본선 진출에 한걸음 다가섰다. ⓒ 대한축구협회

 
내용과 결과 잡은 대승, 9년 5개월 만에 중동 원정 승리
 
한국은 전통적으로 중동 원정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아픈 역사로 기억되는 2003년 오만 쇼크, 2011년 레바논 쇼크가 전부 중동에서 열린 경기였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 2차 예선에서도 레바논 원정에서 0-0으로 비기는 등 졸전을 펼친 바 있다.
 
무엇보다 중동 원정은 장거리 비행, 시차 적응, 열악한 환경, 심판 텃세 등 장애물 요소가 매우 많다. 더구나 한국은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부진한 원정 결과로 인해 탈락 위기에 내몰린 기억이 있다.
 
이라크전에 앞서 한국의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원정 승리는 지난 2012년 6월 열린 카타르전(4-1 승)이다. 이후 한국은 총 9차례 원정에서 5무 4패에 그치며 지독한 원정 징크스에 시달렸다.
 
또, 한 가지 이라크가 부담스러웠던 이유는 2개월 전 졸전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9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 내용은 최악에 가까웠다. 점유율만 높았을 뿐 단조롭고 느린 공격 전개, 지극히 슈팅을 아끼는 소극적인 플레이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2개월 사이에 한국은 크게 일취월장했다. 템포 빠른 패스 워크,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했다. 강도 높은 전방 압박 전술로 상대의 빌드업을 무력화시켰으며, 공격 상황에서 소유권을 내주더라도 빠른 재압박과 탈취에 이은 공격 전환으로 기회를 창출했다.

많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하는 압박의 강도를 종료 직전까지 유지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후반에는 전의를 상실한 이라크를 맞아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대승을 이끌어냈다.
 
이번 최종예선 6경기를 통틀어 최고의 경기였다. 특히 최다 득점과 최다 점수차 경기로 마감한 것은 벤투호의 높은 전술적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성, SNS 비난 잠재운 최고의 활약
 
이날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이재성이었다. 상대 진영에서 상하좌우로 쉴새없이 움직이며 황인범이 전진 패스를 넣어줄 수 있도록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이재성의 A매치 골은 무려 2년 8개월 만이다. 2019년 3월 콜롬비아와 친선경기에서 득점한 뒤 한 차례도 골맛을 보지 못했다. 이재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살림꾼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언제나 이재성을 신뢰하고, 선발로 내세운다.
 
이번 이라크전 승리는 매우 의미가 뜻깊다. 승점 6을 쓸어담은 한국은 카타르행 본선 진출의 8부능선을 넘어섰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 카타르 도하 – 2021년 11월 17일)
이라크 0
한국 3 - 이재성(도움:김진수) 33' 손흥민(PK) 74' 정우영(도움:황희찬) 79'
 
선수 명단
한국 4-3-3 : 김승규 - 이용, 김민재, 권경원, 김진수(82'홍철) - 정우영 - 황인범(88'백승호), 이재성(65'정우영) - 황희찬(82'송민규), 조규성, 손흥민(87'엄원상)
 
※ 한국 대표팀, 남은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 일정
vs 레바논 (원정/ 2022.1.27)
vs 시리아 (원정/ 2022.2.1)
vs 이란 (홈/ 2021.3.24)
vs UAE (원정/ 2021.3.29)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뢰도 있고 유익한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