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시즌 개막 후 8경기 만에 드디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서남원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1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1,25-27,19-25,25-14,15-9)로 승리했다. 기업은행은 시즌 첫 승리를 통해 페퍼저축은행과 같은 1승7패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승점 5점의 페퍼저축은행에게 3점 차이로 뒤지며 꼴찌탈출에는 실패했다(1승7패, 승점2점).

기업은행은 이날 30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원맨쇼를 펼친 선수는 없었지만 17득점의 김희진과 15득점의 김주향, 김수지, 13득점의 표승주, 11득점의 레베카 라셈(등록명 라셈)까지 공격수 5명이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는 고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서남원 감독에게는 첫 승리의 기쁨보다 더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함께 출전할 때 큰 시너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김희진과 라셈의 공존과 활용법이다.

기업은행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개국공신
 
 김희진은 기업은행에서 3번의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함께 했던 프랜차이즈 스타다.

김희진은 기업은행에서 3번의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함께 했던 프랜차이즈 스타다. ⓒ 한국배구연맹

 
김희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기업은행의 간판스타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실질적인 전체 1순위로 기업은행에 입단한 김희진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고 3번의 챔프전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기업은행과 함께 했다. 입단 동기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최은지(GS칼텍스 KIXX)는 물론 김희진을 뽑은 이정철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까지 팀을 떠났지만 김희진은 여전히 기업은행을 지키고 있다.

배구에 관심 있는 팬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김희진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포지션이 다르다. 대표팀에서 붙박이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하며 3번의 올림픽에 참가했던 김희진은 소속팀 기업은행에서는 라이트가 아닌 센터로 활약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공격력이 좋은 오른쪽 공격수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함으로써 팀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6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이라는 기록이 증명하듯 기업은행의 작전은 매 시즌 좋은 효과를 누렸다. 왼쪽에 박정아, 중앙에 김희진, 오른쪽에 알레시아 리귤릭, 데스티니 후커, 리즈 맥마혼 등이 활약한 기업은행의 삼각편대는 V리그 최강으로 군림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2016-2017 시즌 기업은행의 세 번째 챔프전 우승 이후 FA자격을 얻은 박정아가 도로공사로 이적하면서 기업은행의 막강한 공격라인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메디슨 리쉘이나 어도라 어나이처럼 서브 리시브에 참여할 수 있는 윙스파이커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를 활용해 박정아의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2019-2020 시즌 어나이의 부진과 표승주, 김주향 등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아쉬운 활약이 겹치며 기업은행은 역대 가장 낮은 순위인 5위까지 추락했다. 어깨와 손목, 무릎 등에 차례로 부상을 당한 김희진도 2018-2019 시즌 440득점이었던 득점력이 2019-2020 시즌 203점으로 뚝 떨어졌다.

김희진은 지난 시즌에도 29경기에 출전했지만 무릎 부상 때문에 프로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고 이번 시즌 연봉도 1억5000만원이나 삭감됐다. 김희진은 시즌 직후에 열린 VNL대회에 결장하면서 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했지만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의 마지막 올림픽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출전을 강행했다. 그리고 김희진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하며 한국의 4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라셈과 교체돼 시즌 첫 승 견인한 김희진
 
 기업은행이 탈꼴찌를 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외국인 선수 레베카 라셈의 부활이다.

기업은행이 탈꼴찌를 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외국인 선수 레베카 라셈의 부활이다. ⓒ 한국배구연맹

 
김희진이 지난 시즌이 끝나고 올림픽 출전을 위한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고 있을 때 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이탈리아 2부리그에서 활약하던 레베카 라셈을 지명했다. 한국인 할머니를 둔 미국 선수 라셈은 메디와 어나이가 한국에 왔을 때처럼 이름값은 그리 높지 않지만 V리그에 적응만 잘하면 기업은행의 '맞춤형 외국인 선수'로 활약할 수 있을 거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라셈의 기량은 서남원 감독과 기업은행 팬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1라운드 6경기에서 96득점을 기록한 라셈은 나머지 외국인 선수들은 물론이고 토종 선수 이소영(KGC인삼공사, 104득점)에게도 뒤진 득점8위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공격 성공률이 32.96%에 그쳤을 만큼 외국인 선수로서 파워와 위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라셈은 16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도 1세트 중반까지 3득점에 그치다가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김희진과 교체됐다. 그리고 김희진은 1세트에서만 80%의 공격 성공률로 4득점을 기록하며 기업은행의 1세트 승리를 이끌었고 5세트까지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7득점을 올렸다. 만약 김희진이 1세트에 교체로 들어와 오른쪽 공격수로 나서지 않았다면 기업은행은 시즌 첫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문제는 김희진과 라셈 모두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했을 때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김희진은 센터도 소화할 수 있지만 센터로 출전할 경우 후위로 빠졌을 때 리베로와 교체되기 때문에 김희진의 능력을 절반 밖에 활용할 수 없다. 라셈 역시 이번 시즌 리시브 시도가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오른쪽이 아니면 활용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선수다.

현실적으로 기업은행이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김희진을 센터, 라셈을 라이트에 배치하고 라셈의 공격력이 살아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끝내 라셈이 살아나지 못할 경우엔 서브리시브가 가능한 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고 김희진을 라이트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를 전위에서만 활용하는 것은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기업은행에게 결코 효율적인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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