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로 게임이 끝나는 줄 알았다. 이번에도 인천 현대제철의 성벽을 넘지 못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경주 한수원 후반전 교체 선수 이네스는 포기하지 않고 파고들어 추가 시간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말았다. 이렇게 2021년 한국 여자축구 마지막 게임이 더 흥미진진하게 남은 셈이다. 수능 다음 날 저녁에 장소를 바꿔 이어지는 챔피언 결정 2차전이 더 뜨거워졌다.

송주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주 한수원 여자축구팀이 16일(화) 오후 6시 경주 황성 제3구장에서 열린 2021 W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정규리그 1위 인천 현대제철과 1-1로 비겨 오는 19일(금) 오후 6시 인천 남동 럭비구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우승 트로피 주인을 가리게 됐다.

아스나 PK 동점골, '경주 한수원' 리그 승점 1점 차 뒤집기 노려

챔피언 결정 1차전 어웨이 팀 인천 현대제철은 이번 시즌도 역시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최근 라이벌 팀으로 자리잡은 경주 한수원(51점 16승 3무 2패 59득점 17실점)을 승점 1점 차이로 밀어내고 당당히 가장 높은 순위(52점 17승 1무 3패 51득점 14실점)에 오른 것이다. 이 기세로 인천 현대제철은 챔피언결정전까지 압도하며 9년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위업을 이루기 위해 경주에 찾아온 것이다. 

인천 현대제철은 매우 이른 시간 행운의 골을 얻어내는 바람에 비교적 여유 있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게 됐다. 시작 후 3분만에 경주 한수원 수비수 김혜영의 자책골이 나온 것이다. 인천 현대제철 공격형 미드필더 이민아의 절묘한 오른발 아웃사이드 패스를 받은 이영주가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골문 앞을 노렸는데 수비하던 경주 한수원 김혜영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이후 게임 흐름은 정규리그 21게임을 치르며 단 14골(게임 당 0.66골)밖에 내주지 않은 1위 인천 현대제철의 수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가 글러브를 끼고 중심을 잡고 있으니 리그 득점 1위 나히(15골), 공동 2위 이네스(11골)를 내세우는 경주 한수원의 공격도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전반전 경주 한수원의 반격은 나히의 오른발 중거리슛 하나로 끝난 것이다. 

홈 팀을 이끌고 있는 송주희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나히의 단짝 공격수 이네스와 일본인 가운데 미드필더 아스나를 한꺼번에 들여보내며 동점골을 노렸다. 코트디부아르 출신 단짝 나히와 이네스는 후반전에 더 폭넓은 움직임으로 많은 슛 기회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지만 인천 현대제철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인천 현대제철의 후반전 역습에 아찔한 추가골을 내주는 줄 알았다. 49분, 이세은이 경주 한수원 수비수들을 모두 따돌리고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절호의 득점 기회를 만든 것이다. 이세은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슛으로 점수판을 2-0으로 만드는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폼이 좋은 윤영글 골키퍼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날아올라 그 공을 기막히게 막아낸 것이다. 윤영글이 손끝으로 쳐낸 공이 크로스바에 맞고 골 라인 밖에 떨어졌다.

어쩌면 윤영글이 만든 이 슈퍼 세이브 순간이 이번 챔피언 결정전 반전 드라마의 서막이 된 셈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공지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쪽 골문 근처에서 주심의 휘슬 소리가 길게 울렸다.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1분이 조금 안 된 시간이니 홈 팀 경주 한수원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전 교체 선수 이네스가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방향을 바꾸는 순간 태클을 시도한 인천 현대제철 수비수 임선주가 몸을 돌리며 왼손으로 공을 터치한 것이다.

이 극적인 순간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은 고의적인 핸드 볼 파울이 아니라고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슬라이딩 태클 동작으로 이어진 행동이 아니라 그 다음 동작을 취하기 위해 몸 방향을 바꾸면서 벌어진 일이라 판정 번복의 여지는 없었다. 이 절호의 기회를 경주 한수원 아스나가 침착한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잡아내 1-1로 게임을 끝냈다. 

챔피언 결정 2차전을 남겨놓은 입장에서 1-0 점수판을 들고 안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인천 현대제철은 추가 시간 3분을 버티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은 것이다. 정규리그 21게임 중 세 번의 만남에서 경주 한수원이 2승 1패(5득점 3실점)로 우위를 지켰기 때문에 오는 금요일 저녁 장소를 인천 남동 럭비구장으로 옮겨 벌이는 챔피언 결정 2차전은 더욱 흥미롭게 생겼다. 

2차전 홈 팀 인천 현대제철이 정규리그 최소 실점 팀(21게임 14실점)이라는 놀라운 수비력을 자랑했지만 그 14실점 중 경주 한수원에게 무려 5골(35.7%)을 내줬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경주 한수원의 창단 첫 챔피언 꿈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믿기 힘든 '인천 현대제철의 9년 연속 우승 대기록'이나 포기하지 않는 신흥 라이벌 '경주 한수원의 첫 우승 꿈' 둘 중 하나가 이루어지기까지 사흘도 남지 않았다.

2021 W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결과 (11월 16일 오후 6시 경주 황성 3구장)

경주 한수원 1-1 인천 현대제철 [득점 : 아스나(90+3분,PK) / 김혜영(3분,자책골)]

2021 W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 일정(왼쪽이 홈 팀)

☆ 인천 현대제철 - 경주 한수원 [11월 19일 금요일 오후 6시, 남동럭비구장-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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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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