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의 우승기를 차지한 덕수고등학교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1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의 우승기를 차지한 덕수고등학교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덕수고등학교가 길었던 가을의 끝을 잡고 봉황대기의 초록빛 우승기를 품에 안았다. 덕수고등학교는 16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유신고등학교를 7-5라는 스코어로 누르고 2021년 마지막 전국대회 우승기를 차지했다.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두 명문고의 불꽃 튀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특히 막판 역전하고 다시 역전하는 등 엎치락뒤치락하는 싸움 끝에 덕수고는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유신고등학교도 끝까지 투혼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덕수고등학교는 이날 우승으로 전국대회 통산 19번째 우승을 기록하게 되었다. 특히 덕수고의 사령탑 정윤진 감독은 봉황대기를 비롯해 청룡기, 황금사자기, 협회장기와 대통령배까지 다섯 개의 전국대회를 모두 우승한 감독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덕수고의 선취점, 길었던 균형의 싸움

경기 초반부터 결승전다운 싸움이 펼쳐졌다. 1회 유신고의 공격에서 중견수 배은환이 외야 앞쪽으로 오는 짧은 타구를 잡아내며 호수비를 선보였다. 2회에는 덕수고 배준서가 볼넷으로 나간 틈을 타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가 이어졌고, 문성현이 좌측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쳐내며 선취점을 올렸다.

유신고는 당초 선발 투수였던 옥태민을 강판하고 조영우를 등판하면서 추가 실점을 막아낸 채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어 3회부터는 조영우가 3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만들어내자 프로야구 KT위즈에 1차 지명된 에이스 박영현을 등판시키며 만루 위기를 잡아냈다.

덕수고는 내내 위기를 막아내며 순항했다. 임정훈이 첫 이닝부터 선발 투수로 등판해 유신고의 강타선을 돌려보내며 5.1이닝을 지켜냈다. 특히 4회까지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이른바 '노히트'를 기록하며 상대의 강타선을 오밀조밀하게 막아냈다.

박영현도 괴물 피칭을 이어갔다. 박영현은 4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낸 데 이어, 5회 초까지 기회를 노리던 덕수고 타선에 세 번의 삼진을 잡아내는 활약을 펼쳤다. 박영현은 6회에도 세 타자를 모두 돌려세우며 3이닝 퍼펙트의 기록을 써냈다.

굳건했던 상황이 깨진 것은 6회 말이었다. 덕수고의 송구 실책으로 유신고의 노준서가 2루까지 살아 들어가는 데 성공한 것. 덕수고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괴물 투수' 심준석을 등판시키며 위기 탈출을 노렸다. 심준석은 조장현을 삼진으로 돌려보내며 결승전 첫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두 타자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 상황에서 심준석의 판단이 아쉬웠다. 변헌성의 타구가 힘없이 투수 앞으로 왔지만, 잡아낸 심준석이 1루수 키를 훌쩍 넘는 악송구를 던진 것. 공이 외야 파울존으로 굴러간 사이 유신고는 두 명이 홈으로 손쉽게 들어오며 길었던 1-0의 균형을 깼다. 

역전에 역전, 마지막 덕수고가 웃었다
  
 2021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덕수고 선수들이 득점에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1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덕수고 선수들이 득점에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2-1로 뒤집혀진 경기는 유신고 쪽으로 기울었다. 7회 초 박영현을 상대로 문성현이 강습 타구 안타를 쳐내고, 3루수 실책으로 주자 두 명이 역전을 노렸지만, 박영현은 삼진 두 개를 곁들여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7회 말에는 심준석이 다시 한 점을 유신고에 내줬다. 박태완이 1사 상황 볼넷으로 출루한 데 이어, 도루로 득점권에 자리했다. 득점권에 자리한 박태완은 2루수가 투수에게 던진 공이 잘못 송구된 틈을 타 홈에 파고들었다. 스코어는 3-1이 되었고, 심준석은 이지환에 마운드를 내주고 내려가야만 했다.

8회에는 박영현이 흔들렸다. 이선우가 출루한 데 이어, 앞서 송구 실책으로 실점을 내줬던 주정환 선수가 3루타를 쳐내는 데 성공하며 한 점을 따라가는 데 성공했다. 주정환은 백준서의 희생 플라이에 홈으로 쇄도하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8회 말 유신고도 멈춤이 없었다. 선두 타자 조장현이 3루타를 쳐냈다. 덕수고는 이어진 타자를 상대로 짧은 타구를 유도하며 점수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어 1루 견제 과정에서 공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며 다시 유신고의 결정적인 득점을 허용했다. 이어 폭투까지 터져나오며 유신고는 스코어를 5-3으로 만들었다.

덕수고는 9회에도 위기에 놓였다. 선두 타자 문성현이 장타성 타구를 쳐냈지만, 우익수 이서준이 빠른 송구로 2루에서 승부를 본 끝에 아웃으로 물러난 것. 하지만 덕수고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용현에 이어 김재형의 연속 안타가 터졌고, 배은환이 다시 볼넷을 쳐내며 만루찬스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이선우의 타구가 빛났다. 이선우는 상대가 잡아내고도 던지지 못할 깊은 내야안타를 만들어 한 점을 추격했다. 이선우의 적시타 이후에는 행운의 동점 득점도 나왔다. 상대 박준우가 3루 견제구를 던지지 않으며 보크를 기록해 경기의 균형을 맞춘 것.

이어 '해결사' 주정환이 나섰다. 주정환은 2스트라이크 상황 좌측으로 뻗어나가는 적시타를 쳐내며 2루, 그리고 3루 주자까지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스코어는 단숨에 7-5가 되며 극적인 장면을 완성했다. 유신고 방향으로 향했던 초록 봉황기는 덕수고 방향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9회 덕수고는 이종호가 마무리로 나섰다. 이정호는 상대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두 타자를 연속으로 우익수 플라이와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아웃카운트는 좌익수 문성현이 슈퍼캐치를 하며 잡아냈다. 

그 순간 덕수고의 모든 선수가 마운드 방향으로 뛰쳐나와 마지막 순간 야수로 나선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덕수고가 2021년 고교야구의 마지막 환희의 순간에 선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자신감 얻은 덕분"
  
 2021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의 우승기를 차지한 덕수고등학교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를 헹가래하고 있다.

2021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의 우승기를 차지한 덕수고등학교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를 헹가래하고 있다. ⓒ 박장식

 
덕수고등학교의 봉황대기 우승의 순간, 학부모들도 기쁨을 현장에서 함께 나눴다. 협회가 이번 대회 학부모들의 입장을 허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감독으로서 5개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 부상으로 인해 야수가 10명이었기에 어려움도 컸는데, 한 경기 한 경기 자신감을 얻은 것이 포인트였다"며 "자녀들 보러 오셔서 응원해주신 부모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 감독은 "우리가 공수에서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막판에 승리를 잡을 수 있나 했는데 진짜 잡았다"며 "임종훈 선수가 매 경기 잘해줬고, 이종호 선수도 훌륭했다. 타자들도, 투수들도 모두가 정말로 잘 해줬다"며 선수들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정윤진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다"며 "내년에는 하나씩 하나씩 준비해서 이어지는 다른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대회에서 아쉽게 석패한 유신고등학교의 이성열 감독은 "원래 박영현을 마지막에 던지게끔 고민했는데, 역전만 생각하고 미리 올려 내가 미안했다"며 "선수들 본인들도 오늘 패배로 느낀 것이 있을 것"이라고 총평을 남겼다. 

"악송구에 부담... MVP로 날려 좋아요" 
 
 2021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덕수고등학교 주정환 선수가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2021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덕수고등학교 주정환 선수가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 박장식


덕수고 주정환 선수는 이날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악송구로 인해 실점의 빌미를 내줬던 주정환은 이후 적시타를 여럿 터뜨리며 MVP까지 올랐다.

주정환 선수는 "(심)준석이에게 악송구를 해서 실점을 내준 터라 부담감이 컸다"며 "다행히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다행스럽다"며 소감을 전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던 덕수고 이종호 선수는 봉황대기에서 팀이 위기일 때마다 막는 중책을 안았다. 아직 1학년인 이종호 선수는 "오늘 초반에 나오고 싶었지만, 후반에 나와 위기 상황에 막으니 너무 짜릿했다"며 "우승도 처음 겪는 일이라 너무 기쁘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덕수고는 2020년 협회장기 우승에 이어 2021년에도 연속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선수들은 2021년의 우승 기쁨을 뒤로 한 채, 다가오는 내년 시즌에도 즐겁게 임할 것임을 다짐하며 올해의 마지막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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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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