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유일무이한 후궁 출신 왕비 장희빈은 그 파란만장했던 인생 만큼이나 많은 드라마를 통해 되살아난 캐릭터다. 실제로 장희빈은 70년대부터 윤여정과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연기한 바 있다. 2013년에는 김태희가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통해 장희빈에 도전하기도 했다.

한국 사극에서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장희빈이라면 할리우드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바로 '배트맨의 영원한 앙숙' 조커다. 1966년 TV시리즈 <배트맨>의 극장판에서 조커를 연기했던 고 시저 로메로를 시작으로 1989년에는 대배우 잭 니콜슨이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에서 조커를 연기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고 히스 레저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를 통해 조커 캐릭터의 전성기를 다시 열었다.

2016년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자레드 레토의 조커가 관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할리우드가 사랑한 조커는 2019년 이 배우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가 그 주인공. <조커> 이전까진 히트작이 많지 않은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호아킨 피닉스지만 사실 그에게도 제작비의 4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던 또 하나의 히트작 <빌리지>가 있었다.
 
 <빌리지>는 '반전의 고수' 샤말란 감독의 유명세 덕분에 제작비의 4배가 넘는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빌리지>는 '반전의 고수' 샤말란 감독의 유명세 덕분에 제작비의 4배가 넘는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형의 그늘에서 벗어난 최고의 연기파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칸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모두 휩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라는 배우를 이야기할 때는 결코 빼놓지 말아야 할 이름이 있다. 바로 만2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4살 위의 친형 리버 피닉스다. <스탠 바이 미>와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아이다호> 등에 출연했던 청춘스타 리버 피닉스는 1993년10월 급성 다량 약물중독으로 사망했다.

호아킨은 형을 따라 어려서부터 아역배우 활동을 시작했지만 많은 소녀팬을 몰고 다니던 꽃미남 리버 피닉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범한 외모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렇게 작은 영화들에 주로 출연하며 경력을 쌓아가던 호아킨은 2000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분)와 대결하는 코모두스 황제를 연기하며 골든글러브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2002년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싸인>에서 멜 깁슨이 연기한 그레이험 헤스의 동생 메릴 헤스 역을 맡은 호아킨은 2004년 샤말란 감독의 차기작 <빌리지>에서 남자 주인공 루시어스 헌트를 연기했다. <빌리지>는 영화에 대한 호불호에도 세계적으로 2억56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하지만 호아킨은 <빌리지> 이후 <앙코르>,<마스터>,<허> 같은 영화에 출연하며 흥행배우와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2017년 린 램지 감독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를 통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은 2018년 조커 솔로 영화에 캐스팅됐다. 호아킨은 아서 플렉의 외로운 삶을 조명한 조커를 연기하기 위해 23kg을 감량하며 열연을 펼쳤고 <조커>를 통해 6개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조커>는 18세이상 관람가임에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호아킨은 <조커>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인종차별, 성소수자 권리, 원주민 인권, 동물권 등을 말하는 이들이 모두 불의에 대항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소신발언으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실제로 호아킨은 할리우드 내에서도 왕성한 사회운동을 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호아킨 피닉스는 나폴레옹의 전기 영화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킷백>에 출연할 예정이다.

반전 약했지만... 메시지는 더 강렬해졌다
 
 고 리버 피닉스의 동생 호아킨 피닉스는 형의 그늘을 벗어나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고 리버 피닉스의 동생 호아킨 피닉스는 형의 그늘을 벗어나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지난 1999년 <식스 센스>를 통해 엄청난 반전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천재 감독이다. 따라서 관객들은 샤말란 감독의 영화가 개봉하면 영화의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보다는 '반전이 무엇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빌리지> 역시 시사회 당시 영화사에서 평론가들에게 '절대 반전을 누설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관객들은 이야기 몰입에 방해를 받으며 오히려 반전에도 큰 충격을 받지 못했다는 후문.

19세기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에선 무서운 괴물들이 살고 있는 숲 속으로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철칙이 있다. 하지만 바깥세상에 호기심을 갖던 루시어스 헌트(호아킨 피닉스 분)는 규칙을 어기고 괴물들의 영역을 침범했고 괴물들은 마을로 건너와 경고의 메시지를 남긴다. 이후 마을 회의에서 잘못을 밝힌 루시어스는 예전부터 호감을 갖고 있던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비 월커(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분)와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아이비가 어린 시절부터 동생처럼 돌봐주던 노아 퍼시(애드리언 브로디 분)는 남몰래 아이비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루시어스를 칼로 찔러 중상을 입힌다(사실 여기서부터 남자 주인공이었던 호아킨 피닉스의 비중은 급격히 작아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위기에 처한 아이비는 숲을 건너 바깥 마을에서 약을 구해오려 하고 딸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아버지 에드워드 월커(월리엄 허트 분)는 아이비에게 마을의 비밀을 알려준다.

사실 현재 시간은 19세기가 아닌 21세기였고 마을사람들이 괴물이라고 알고 있는 존재는 괴물 분장을 한 마을 장로들이었다. 마을 장로들은 모두 과거 강력범죄의 희생자 가족들로 그들만의 마을을 만들어 무서운 세상과 단절하며 살기로 결의한 것이다. 현실에서 마을은 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었고 아이비는 '바깥세상'에서 착한 순찰대원을 만나 구급약을 구해 무사히 마을로 돌아온다.

<빌리지>는 분명 <식스센스>급 소름 끼치는 반전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실망스런 영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어두운 현실을 샤말란 감독의 방식으로 냉혹하게 풍자한 수작이었다. 더불어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내 머릿속엔 온통 너 밖에 없다고 말해서 좋을 게 뭐야? 네가 위험한 게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일이라고 말해서 얻는 이득이 뭐야?"라고 말하는 호아킨 피닉스의 고백도 음침한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을 묘하게 설레게 한 장면이다.

사랑 위해 용기 낸 신인배우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주연 데뷔작이었던 <빌리지>에서 시각장애인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주연 데뷔작이었던 <빌리지>에서 시각장애인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사실 샤말란 감독은 주인공 아이비 역으로 아역배우 출신의 커스틴 던스트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커스틴 던스트는 <엘리자베스 타운>과 일정이 겹치면서 <빌리지> 출연을 고사했고 <아폴로13>, <그린치> 등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던 신인배우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에게 기회가 갔다(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분노의 역류>,<뷰티풀 마인드> 등을 연출한 론 하워드 감독의 딸이다).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빌리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괴물이 득실거리는 숲으로 뛰어드는 용기 있는 여성 아이비 역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연기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워드는 <빌리지> 이후 2007년 <스파이더맨3>에서 그웬 스테이시, 2009년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서 캐서린 브루스터를 연기했다. 최근에는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쥬라기 월드를 위임 받은 경영자 클레어 디어링을 연기하고 있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빌리지>에서 아이비를 짝사랑해 그의 약혼자 루시어스를 칼로 찔러버린 지적장애인 노아 역을 맡았다. 우연히 발견한 괴물의상을 입고 숲에 들어간 아이비를 쫓지만 기지를 발휘한 아이비에 의해 함정에 빠져 허탈하게 죽음을 맞는다. 노아를 연기한 애드리언 브로디는 지난 2003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로 만29세의 젊은 나이에 아카데미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다.

<빌리지>에는 이미 1970년대 후반부터 괴물에 맞서 싸우던 여전사가 출연했다. 바로 <에일리언>시리즈의 엘렌 리플리, <고스트 버스터즈>의 다나 배럿, <아바타>의 그레이스 오거스틴 박사로 유명한 시고니 위버가 그 주인공이다. 대중들에겐 강인한 여전사 이미지로 각인된 배우지만 루시어스의 홀어머니를 연기한 <빌리지>에서는 (아내가 있는) 아이비의 아버지와 썸을 타는 여성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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