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풍연가 포스터

▲ 연풍연가 포스터 ⓒ 시네마서비스

 
전설적인 작품이 있다. 영화와 현실이 절묘하게 맞닿는 순간이 담긴 작품이 그렇다. 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기적 같은 순간이 영화 안에 담기면 영화는 때로 영화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되기도 한다.

멜로영화 중에선 드물게 출연한 배우가 상대역과 실제 사랑에 빠져 결실을 맺는 사례가 있다. 그런 영화를 보면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 태도가 그저 연기로 해낼 수 있는 것 너머에 머물고는 한다. 영화팬으로서 그런 영화를 보는 건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다. 관객으로 느낀 감상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순간으로부터 빚어졌다고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방영 뒤 열애를 공식 인정한 손예진과 현빈, 멜로드라마 <사랑을 놓치다>에서 아련한 남녀를 연기한 설경구와 송윤아 커플이 대표적이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트래픽>의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 <크리에이션>의 제니퍼 코넬리와 폴 베타니, <드림 하우스>의 다니엘 크레이그와 레이첼 와이즈, <파도가 지나간 자리>의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결혼은 유명하다.
 
연풍연가 스틸컷

▲ 연풍연가 스틸컷 ⓒ 시네마서비스

 
장동건과 고소영의 출연

<연풍연가>는 위 영화들에 비해서도 그 낭만이 밀리지 않는다. 당대 최고의 미남배우 장동건이 상대역인 고소영과 결혼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영화 출연 12년 만인 2010년 일이었다. 둘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고 오랜 시간 지인과 친구 사이의 관계를 갖고 지내왔다고 털어놨다. 결국 인생의 짝을 이루었으니 어쩌면 그 사이에도 애틋한 감정이 오고갔을지 모를 일이다.

<연풍연가>는 장동건, 고소영 커플 외에도 세 커플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대영 감독과 조명주 작가가 결혼했고 촬영감독 신명진과 연출부 스태프도 결혼했다. 이들 모두 <연풍연가>로 인연을 맺었으니 2달 간의 제주도 촬영이 미친 영향이 없지 않았을 테다.

영화는 낭만적이다. 모든 이야기는 누군가가 떠나가거나 떠나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 이 경우엔 태희(장동건 분)가 일상을 벗어나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제주도 관광 가이드인 영서(고소영 분)는 우연한 계기로 태희에게 도움을 받고 안면을 튼다. 둘은 여행코스가 맞물리며 계속 얼굴을 보게 되고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다 태희의 제안으로 영서는 그의 관광가이드가 되기로 한다.

영화는 짧은 여행 속 우연한 만남으로부터 시작해 제주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마음이 커져가는 남녀의 모습을 담는다. 여행지에서 싹튼 마음과 그에 대한 불안, 아쉬움과 애틋함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연풍연가 스틸컷

▲ 연풍연가 스틸컷 ⓒ 시네마서비스

 
제주 다채로운 명소가 한 영화에 담겼다

제주를 다룬 몇 편의 영화가 있지만 <연풍연가> 만큼 제주의 다채로운 모습을 한 작품 안에 성실히 담은 영화는 없다. 이들의 일정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제주를 여행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까지 한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제주의 명소를 엮어 여행코스를 짜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연풍연가>는 단골 코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영서와 태희가 여행을 시작하던 산굼부리, 영서가 첫키스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아부오름, 서로에게 연인을 궁금해하던 송악산, 해안도로를 달려 찾은 종달리 바닷가와 도깨비도로, 마라도에서 바라본 일출, 신양해수욕장과 강정포구, 송당목장 숲길까지 제주의 여러 면모가 다채롭게 등장한다.

다만 실제로 이들이 다닌 여행코스를 여행객들이 따라가는 것은 쉽진 않은 일이다. 제주도는 제법 큰 섬이라 동쪽과 북쪽, 서남쪽과 최남단 섬까지를 아우르는 여행코스는 상당한 시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다녀온 관광지들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제주도의 대표 명소이자 썩 괜찮은 데이트코스다.

제주를 가장 전면적으로 다룬 멜로영화 <연풍연가>는 장동건과 고소영 부부의 실제 이야기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나고 마는 동화책을 넘어 실제 배우의 이야기로 영화가 완성되는 듯한 인상이 영화의 끝에서 남기 때문이다. 장동건과 고소영이 이루는 사랑이 곧 영화의 진짜 결말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끝났지만 계속되는 영화라, 낭만적이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