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10구단이 된 2015년부터 포스트 시즌에는 한 단계의 라운드가 추가됐다. 이전까지 정규 시즌 4위까지만 주어지던 포스트 시즌 티켓이 한 장 늘어나게 되면서 4위 팀과 5위 팀이 대결하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 추가된 것이다. 포스트 시즌에 참가할 수 있다는 동기가 부여되며 시즌 막판까지 중위권에도 치열한 경쟁을 유도했다.

2014년까지의 포스트 시즌에서 단일리그 정규 시즌 4위 팀이 한국 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지만, 준우승까지 차지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 도입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정규 시즌 4위 팀은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1승의 버프를 받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21년에 두산 베어스가 와일드 카드 팀의 징크스를 깨뜨렸다. 정규 시즌 4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여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최종전까지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를 스윕하면서 한국 시리즈를 앞두고 약간의 휴식까지 얻었다.

2021년은 2020 도쿄 올림픽 일정으로 인해 시즌 일정이 다소 길어진 점도 있었지만, 전반기 막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하여 전반기가 조기 종료되고 30경기가 후반기로 밀렸던 변수가 있었다. 이로 인해 포스트 시즌 일정이 더 뒤로 밀리면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일정이 각각 5전 3선승제에서 3전 2선승제로 줄어들었다.

부상으로 자리 비웠던 미란다, 극적으로 한국 시리즈 합류

약간 줄어든 포스트 시즌 일정으로 인해 와일드 카드 팀이 체력적으로 약간 이익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두산은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으로 인하여 포스트 시즌에서 지금까지 7경기를 국내 투수 자원으로만 버텼다. 경기 분위기를 주도한 타선의 힘과 투수들의 이어 던지기가 순조롭게 이어지면서 한국 시리즈까지 온 것이다.

비록 포스트 시즌 일정이 원래 계획보다는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외국인 투수 2명 없이 포스트 시즌을 치른 두산의 투수들은 지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외국인 투수들이 거의 대부분 선발투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투수 자원들의 피로는 가중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두산은 곽빈, 최원준, 김민규 등이 선발로 등판하면서 이영하와 홍건희 등이 롱 릴리프로 대기했다. 곽빈과 최원준은 나올 때마다 4이닝 이상을 던지긴 했지만 김민규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가는 모습은 선발투수보다는 오프너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나마 두산은 8일의 휴식으로 인해 경기 감각이 둔해졌던 삼성을 상대로 플레이오프를 스윕하면서 3일의 휴식을 얻게 됐다. 한국 시리즈가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덕분에 이동에 대한 부담도 덜었고, 연투에 지쳤던 투수들이 어느 정도 체력을 충전할 수 있었다.

두산에 한 가지 더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정규 시즌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쿠바 출신의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한국 시리즈 엔트리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정규 시즌 막판에 어깨 피로를 호소하면서 그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던 미란다는 한국 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故 최동원의 단일 탈삼진 기록 경신한 미란다, 2021년 최동원 상 수상

미란다는 올 시즌 28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173.2이닝을 던졌다. 14승 5패 평균 자책점 2.33을 기록했고, 특히 정규 시즌 225탈삼진을 기록하면서 평균 자책점과 탈삼진 2가지 부문 타이틀을 수상했다. 기존 단일 시즌 기록은 1984년 故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세웠던 223탈삼진이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미란다가 그 기록을 깼다.

물론 故 최동원이 활약했던 1984년 당시에는 선발투수와 구원투수의 역할 분배가 명확하지 않았고, 지금과 같은 5명의 선발 로테이션 시스템도 아니었다. 故 최동원은 1984년 정규 시즌에만 선발과 구원 등판을 합해 51경기나 등판했는데, 선발로 등판 20경기 중 14경기가 완투였다.

故 최동원은 1984년 정규 시즌 이닝만 해도 284.2이닝이나 던졌다. 구위가 위력적이었으니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탈삼진 기록도 작년까지는 불멸의 기록으로 남았다. 미란다는 173.2이닝을 던지며 225탈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의 구위를 선보였고 故 최동원의 기록을 깼다.

이러한 활약으로 미란다는 11월 12일에 발표된 제8회 최동원 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미란다는 다승 4위, 평균 자책점 1위, 탈삼진 1위, 이닝 당 출루 허용률 4위(1.14) 등으로 최상위 성적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후보들 중에서 눈에 띄는 투수는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었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마무리투수로는 최동원 상 후보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30세이브 이상 자격 부여). 그 이외의 다른 후보들로는 데이비드 뷰캐넌, 백정현(이상 삼성 라이온즈), 고영표(kt 위즈), 케이시 켈리(LG 트윈스) 그리고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가 있었다.

본래 최동원 상의 시상식은 故 최동원의 롯데 시절 등번호 11번을 기념하여 11월 11일에 부산에서 열린다. 그러나 지난 해와 올해는 KBO리그 일정이 늦어지면서 한국 시리즈 일정에 맞춰 서울에서 시상식을 진행하게 됐다.

故 최동원의 1984년 한국 시리즈

故 최동원은 1984년 정규 시즌에서만 284.2이닝을 던진 상태에서 롯데가 후반기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시리즈에 출전했다. 당시 롯데에서 다른 투수 자원들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관계로 故 최동원은 한국 시리즈에서도 중책을 맡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故 최동원은 1984년 한국 시리즈에서 가히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1차전과 3차전, 5차전, 6차전 그리고 7차전까지 5경기에 등판했는데, 선발로 나온 경기를 모두 완투하면서 도합 40이닝을 던졌다. 5경기(4선발 4완투) 4승 1패 평균 자책점 1.80에 35탈삼진을 기록하면서 소속 팀 롯데의 첫 우승을 이끈 것이다.

1984년 한국 시리즈 상세 기록을 보면 9월 30일 대구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 故 최동원이 완봉승을 거뒀다. 10월 3일 부산에서 열렸던 3차전에 또 다시 등판한 故 최동원은 이틀만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2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롯데는 故 최동원이 등판하지 않은 2차전과 4차전을 패했기 때문에 시리즈 전적 2-2가 된 상태에서 중립 경기장인 서울 잠실 야구장으로 향했다. 10월 6일 잠실에서 열렸던 5차전에서 故 최동원은 또 이틀만 쉬고 선발로 등판했으나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3실점 완투패를 당했다.

바로 다음 날인 10월 7일 6차전에서 롯데는 당시 2선발이었던 임호균이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4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전날에 완투했던 故 최동원이 5회부터 등판하여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리드를 지켰다(구원승).

원래는 바로 다음 날인 10월 8일에 7차전이 열려야 했으나, 서울에 비가 내리면서 하루 밀린 10월 9일에 7차전이 열리게 됐다. 이틀 동안 13이닝을 던졌던 故 최동원은 또 하루만 쉬고 7차전에 선발로 등판하여 4실점 완투승의 투혼으로 롯데의 우승을 이끌었다.

최동원 상을 수상한 투수들의 한국 시리즈는?

외국인 투수도 후보 자격을 얻은 2018부터 두산은 4년 연속 최동원 상 수상자를 배출했다(2018~2019 조쉬 린드블럼, 2020 라울 알칸타라, 2021 아리엘 미란다). 또한 2014년과 2017년의 양현종(현 FA)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최동원 상 수상자는 모두 두산에서 나왔다(2015 유희관, 2016 장원준).

2014년 당시 최동원 상을 수상했던 양현종의 소속 팀 KIA는 2년 연속 8위에 머물렀기 때문에 양현종이 포스트 시즌에서 공을 던질 일이 없었다. 이후 2017년 최동원 상을 다시 한 번 수상한 양현종은 정규 시즌 MVP와 함께 한국 시리즈에서 2차전 1-0 완봉승과 5차전 세이브를 포함 10이닝 무실점의 위력투로 한국 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2015년에는 유희관이 최동원 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소속 팀 두산이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여 한국 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는데, 당시 유희관은 1차전에서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5실점으로 패전을 당했다. 4일 휴식 후 등판했던 5차전에서는 6이닝 2실점 승리투수가 되며 한국 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5차전 데일리 MVP).

2016년에는 장원준이 최동원 상을 수상했다. 당시 두산이 압도적인 승률로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 시리즈만 치렀고, 유희관은 1차전에 등판했던 더스틴 니퍼트(은퇴)의 뒤를 이어 2차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유희관은 8.2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으나 아웃 카운트 한 개를 남겨두고 손가락 물집이 터지는 바람에 교체 되어 아쉽게 완투는 실패했다.

2018년과 2019년 최동원 상을 수상했던 린드블럼(현 밀워키 브루어스)은 2018년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는 6.1이닝 5실점 패전투수가 되었고, 3일 휴식 후 4차전에서는 7이닝 1실점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린드블럼은 이틀 휴식 후 6차전에서 9회초에 등판했으나 블론 세이브를 범했고 연장 13회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두산은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을 기록했다.

린드블럼은 2019년 다시 한국 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다. 1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린드블럼은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이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두산이 4차전 만에 시리즈를 스윕으로 끝내면서 린드블럼은 선수 커리어에서 첫 우승 반지를 갖게 됐다.

2020년에 최동원 상을 수상했던 알칸타라(현 한신 타이거스)는 2019년 kt에서의 KBO리그 적응기(11승 11패 ERA 4.01)를 거쳐 2020년 두산으로 이적했다. 정규 시즌 20승에 성공했던 알칸타라는 목에 경미한 담 증세를 안고 포스트 시즌에 출전했다. 그 여파로 포스트 시즌에서 알칸타라는 한국 시리즈 1차전과 6차전 패전을 포함, 4경기 3패 평균 자책점 5.64에 그쳤다.

한국 시리즈 합류한 미란다, 최동원 상 버프는?

공교롭게 최동원 상은 양현종을 제외하면 모두 두산의 투수들이 수상했다. 두산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투수들이 두산의 성적에 보탬이 되었음을 입증한 셈이다.

2020년의 알칸타라를 제외하고 최동원 상을 수상했던 나머지 두산의 투수들은 한국 시리즈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했다. 정규 시즌에서의 투구로 피로가 쌓이는 상황에서 포스트 시즌을 치르는 것을 감안하면 굳이 완투가 아니더라도 좋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알칸타라 역시 한국 시리즈에서 기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그는 정규 시즌에서 20승을 거두면서 두산이 포스트 시즌에 참가하는 데 기여했다. 최동원 상의 수상 기준이 정규 시즌인 만큼, 최동원 상의 수상이 포스트 시즌에서의 성적과 비례하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도 있다.

미란다 역시 최동원 상을 수상한 2020년의 알칸타라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정규 시즌에서 불꽃을 태워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일조한 뒤 최동원 상을 수상했다. 그 여파로 포스트 시즌에서 최상이 아닌 몸 상태로 출전하게 된 상황도 알칸타라와 비슷하다.

다만 알칸타라와 달리 미란다는 어깨 피로 증상으로 인하여 정규 시즌을 조금 일찍 마친 뒤 푹 쉬고 나온 다음 한국 시리즈에 출전하게 됐다. 이러한 점에서는 2020년 두산에서 활약했던 크리스 플렉센(현 시애틀 매리너스)이 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 플렉센은 정규 시즌에서는 타구에 맞는 부상이 겹치며 다소 아쉬웠던 모습이었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에서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데일리 MVP와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하며 두산의 한국 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 시리즈에서도 2차전과 5차전에서 각각 6이닝을 던져 1승 1패를 기록했다.

미란다는 시리즈 전체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3차전, 그리고 승자독식이 되는 최종전 7차전에 선발 등판이 예정되어 있다. 최동원 상을 수상하며 최근 7년 동안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어 왔던 다른 투수들의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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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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