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드라마스페셜 <사이렌>

KBS드라마스페셜 <사이렌> ⓒ KBS


드라마 '사이렌'이 소음공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하여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탐욕이 결국 인간에게로 다시 되돌아오는 비극을 초래할수 있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 드라마스페셜 2021-TV시네마 <사이렌>에서는 시골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소음처리 기술 회사직원의 죽음과 마을 주민들의 비극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속물 변호사의 추격극이 그려졌다.
 
노틱중공업의 법무팀 변호사 최태승(최진혁 분)은 학연도 인맥도 없어서 출세에 더 목을 매는 전형적인 속물 직장인이다. 태승은 최근 자살로 유명을 달리한 오 과장(조달환 분)의 자리에 자원하여 '노틱웨이브' 연구소 사회지원팀으로 내려온다. 노틱웨이브는 가상의 미래기술인 소음처리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하며 기업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연구소에서 발생하는 음파 피해로 인하여 회사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 태승의 목적은 국무총리까지 초청되는 노틱웨이브 창립기념식을 앞두고 마을 보상금 문제를 빨리 해결해서 승진하여 본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태승은 연구소에서 어딘가 4차원처럼 보이는 엔지니어 출신의 팀장 서혜선(박성연 분)을 만난다. 드라마 오프닝에서 노틱웨이브의 광고홍보모델로 나서기도 했던 서혜선은, 어린 학생들에게 연구소 견학을 시켜주다가 초강력 음파로 고막을 파괴하는 신무기 소닉건의 잔혹한 위력을 아무렇지 않게 해맑은 얼굴로 설명하는가 하면, 태승에게 마을 주민들과의 협상을 슬쩍 떠넘기는 등 계속해서 엉뚱한 행보로 태승을 당황하게 한다. 마을로 향하던 태승은 차가 고장이 나서 서혜선과 함께 수리하던중, 사크시(서지완 분)라는 한 마을소년이 굳은 얼굴로 장난감 총을 자신들을 향해 겨누는 모습을 보면서 심상치않은 기운을 느낀다.
 
태승은 마을 보상금 문제로 갈등을 빚던 팔성금속 공장장 김영식(류태호 분)와 축산 농장주인 박동규(구자성 분)을 만나 설득하려하지만 실패하고, 이들이 죽은 오 과장과 악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태승은 오 과장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며, 보상금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할 수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마을을 탐문하던 태승은 우연히 예전에 만난 사크시가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긴다. 사크시는 뇌전증이라는 증세를 보이고 있었고, 그의 소지품에서 뜻밖에도 오 과장의 유품이던 만년필 모양의 녹음기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녹음기는 회사 서버와 연결이 끊긴 상태였고, 내부 정보는 모두 유실되어 있었다.
 
서혜선은 태승에게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을은 멧돼지 사냥이 가능한 지역이라 밤마다 총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하며 어릴 때부터 귀가 좋지않아 보청기를 끼고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날아가는 새떼들을 바라보던 서혜선은 "새들의 마음도 모르는데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게 알겠냐"라며 선문답스러운 이야기를 꺼냈다.
 
태승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누군가 태승의 숙소에 침입하여 녹음기를 훔쳐간다. 태승은 가장 먼저 김영식을 의심하여 찾아가지만, 그는 갑작스러운 뇌졸중 증세로 사무실에 쓰러져있었다. 태승은 공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여직원을 통하여 실제로는 오 과장이 김영식을 협박하고 있었으며 경찰의 공장 불법체류자 단속 정보등을 미리 알려주는 댓가로 계속 뇌물을 요구해왔던 사실을 알게된다.
 
태승은 숙소에 돌아오려다가 마침 몰래 침입하려던 박동규와 마주친다. 태승은 차량 추격전에 이어 몸싸움을 벌인끝에 박동규를 붙잡는다. 여기서 태승은 과거 박동규의 농장직원이자 불법체류자인 라쉬(안코드 분)가 멧돼지 사냥을 하다가 실수로 오 과장에게 가스총을 쏜 사건을 계기로, 오 과장이 영상을 촬영하여 이들을 협박해왔음을 전해듣는다. 박동규와 라쉬의 수상한 행동도 단지 증거 영상을 없애려고 했던 것.
 
태승은 박동규로부터 오 과장이 서혜선도 협박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태승은 본사 법무팀 선배에게 탐문하여 서혜선에게 어두운 과거가 있음을 파악한다. 서혜선은 과거 어릴적 주한미한군 폭격장 근처에서 살다가 폭격장 소음공해로 모친은 자살하고 부친은 항의 시위를 하다가 과잉진압으로 사망했으며 본인도 귀가 망가져 보청기를 끼고 다니게 되었다는 것. 
 
결국 사건은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못하고, 예정대로 국무총리까지 참석하는 3주년 기념식이 노틱웨이브 연구소에서 열린다. 국무총리는 노틱웨이브의 극초음파 연구를 신무기 개발사업으로 이어가려는 야심을 드러낸다.
 
태승은 숙소의 낡은 냉장고에서 오 과장이 감춰둔 USB를 발견한다. 그안에는 오 과장이 라쉬의 동영상을 비롯하여 그동안 여러 사람들을 협박하기 위하여 모아둔 비밀 자료들이 있었다. 여기에는 서혜선과 관련된 파일도 있었다.
 
서혜선은 노틱웨이브에서 처리하던 극초음파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밀연구일지를 작성해놨다, 사람에게 극초음파가 노출되었을 경우 뇌전증, 뇌졸중, 알츠하이머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이는 모두 그동안 태승이 만난 마을 사람들에게 나타난 증세였다.

특히 가장 심각한 것은 극초음파에 노출된 조류에 의한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성이었다. 조류 바이러스는 인체간의 전염이 가능하며 환청을 동반한 중추신경계의 파괴로 치사율이 80퍼센트에 이르렀고 치료방법은 현재로서 없었다. 태승은 서혜선이 과거 대화 중 새에 대한 언급한 장면을 떠올리고 충격에 빠진다.
 
 KBS드라마스페셜 <사이렌>

KBS드라마스페셜 <사이렌> ⓒ KBS


그때 태승은 음파 소닉건의 직격을 받고 자리에서 쓰러진다. 범인은 바로 서혜선이었다. 그녀는 과거 국방장관 시절, 음파폭탄 개발을 위하여 폭격장 건설을 감행하던 국무총리, 자신의 부모와 청명리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온 세상에 복수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것. 서혜선은 극초음파에 유출된 새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신이 자신에게 보낸 복수의 전령'이라고 생각했으며, 비밀연구일지는 세상에 보내는 사이렌(경고)이라고 주장했다.
 
우연히 오 과장이 연구일지를 발견하면서 서혜선은 협박을 받아왔다. 서혜선은 오 과장이 자신의 복수를 망칠수 있다는 위기감에 오 과장을 불러내 음파 소닉건으로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하고 사크시가 이를 목격했던 것.
 
서혜선이 다시 훔쳐간 만년필은 사실 녹음기 아니라 폭탄을 조종할수 있는 리모컨이었다. 서혜선의 진짜 목적은 노틱웨이브 연구소에 음파폭탄을 설치하여 테러를 일으키려는 것이었다. 태승은 고작 국무총리 한 사람에게 복수하려고 죄없는 사람들까지 해치려는 거냐고 따지자, 서혜선은 과연 죄가 없냐고 분노한다. 서혜선은 음파 문제의 진실을 보고했지만 회사에서 묵살됐고, 언론은 오 과장의 죽음이 마을 사람들 때문이라는 왜곡보도를 했음을 폭로하며 "기회를 줬지만 세상은 절대 안변한다. 늘 우리만 고통받는다"고 절망한다.
 
태승은 폭탄을 터뜨리려는 서혜선을 몸을 날려 저지한다. 서혜선은 코피를 흘리며 그 역시 다른 마을주민들처럼 극초음파에 노출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여기에 어린 시절 폭격음의 환청까지 재발한 서혜선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베란다 난간을 뛰어넘어 추락사한다.
 
태승은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했지만 회사는 이미 경찰과 결탁하여 박동규에게 죄를 뒤집어씌웠고, 서혜선의 죽음은 오 과장 때처럼 마을 주민 때문에 생긴 우울증으로 몰아가며 사건을 은폐하는데만 급급했다. 회의감을 느낀 태승이 할 수 있는 일은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나는 것뿐이었다. 태승은 서혜선의 말을 떠올리며 "세상이 변하긴 하는걸까"라며 고뇌한다.
 
그리고 이어진 결말에는 하늘을 뒤덮은 철새 떼와 함께 수도권에 원인을 알수없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져 비상이 걸렸다는 뉴스가 나온다. 길가에 죽은 새의 사체를 손으로 쓰다듬은 한 소녀의 모습과 함께 진짜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TV시네마의 세 번째 작품인 <사이렌>은 소음공해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하여 현대문명과 한국사회의 모순을 짚어낸 SF 스릴러다. 하필 주인공 최진혁이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난 지난 10월 유흥주점에서 방역법 위반으로 적발되며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방송되는 데 논란이 있었던게 사실이고 홍보에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사이렌>은 단지 주연배우의 개인사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완성도가 묻혀지기는 아쉬운 작품이다. 특히 초반의 엉뚱하고 순진해보이던 연구원에서, 극 후반부 충격적인 반전과 함께 '광기의 복수귀'라는 실체를 드러내는 박성연의 빛나는 열연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살렸다.
 
인간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문명이 오히려 인간을 파괴하는 새로운 재앙을 초래한다는 설정, 기득권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인간의 존엄과 희생을 무시하는 사회 시스템의 왜곡, 인간의 탐욕으로 피해를 입은 자연이 돌고돌아 인간에게 업보로 돌아간다는 결말은, 현실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디스토피아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내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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