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 특히 단기전은 선발싸움이다. 강력한 선발투수가 더 많을수록 사령탑 입장에서는 가을야구에서 유리하게 운영하기 마련이지만, 올핸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보직 전환 이후 오랜 기다림 끝에 기대에 부응한 이영하, 그리고 이적 첫 시즌부터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홍건희가 그 주인공이다. 그 가운데서도 지난해 6월 초 1:1 트레이드로 두산 베어스에 합류한 홍건희는 강력한 구위를 뽐내면서 올해 팀의 '가을 영웅'으로 등극했다.

'홍건희'라는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야구팬은 그렇게 많지 않았으나 그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시즌을 꼽으라면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저 유니폼만 갈아입었을 뿐인데, 홍건희는 단기간에 완전히 다른 투수로 탈바꿈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나서 반환점을 맞이한 홍건희는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고 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나서 반환점을 맞이한 홍건희는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이적 후 입지가 넓어진 홍건희...두산서 큰 비중 차지

2011년 2라운드 9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하면서 기대를 한몸에 받은 홍건희는 프로 데뷔 첫해 1군서 5경기를 등판하는 데 그쳤다. 이듬해 역시 기회를 받지 못하자 상무 입대를 결정하면서 군 문제를 해결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5년, 홍건희는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서 30경기 넘게 등판하는 등 자신의 이름을 충분히 알렸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16년에는 50경기 90⅓이닝 4승 4패 5홀드 4세이브 ERA 4.98을 기록했다.

문제는 제구 및 멘탈적인 부분에 있어서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7시즌 이후 방황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좀처럼 본인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내야 자원 보강을 원했던 팀의 뜻에 따라서 내야수 류지혁과 유니폼을 바꿔입게 됐다.

놀랍게도, 이적 이후 자신감 회복과 함께 KIA 시절보다 훨씬 좋은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류지혁이 좀 더 아깝다는 여론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시즌 피날레를 더 화려하게 장식한 선수는 홍건희였다. 60경기 68⅔이닝 3승 4패 8홀드 1세이브 ERA 4.98로, 무난하게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승선했다.

팀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었던 올 시즌에는 65경기 74⅓이닝 6승 6패 17홀드 3세이브로, KIA 시절을 통틀어 본인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성했다. 투수조 조장을 맡았던 홍건희는 성적 이외의 측면에서도 팀에 큰 보탬이 됐다.
 
 키움, LG, 삼성과의 경기서 차례로 '도장깨기'에 성공한 두산, 그리고 홍건희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키움, LG, 삼성과의 경기서 차례로 '도장깨기'에 성공한 두산, 그리고 홍건희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 두산 베어스


긴 이닝 마다하지 않는 홍건희, 생애 첫 우승반지도 낄까

KIA 시절 선발 투수 도전을 경험하기도 했고 두산서 많은 이닝을 던진 홍건희는 올가을 김태형 감독이 자랑하는 최고의 '필승카드'로 떠올랐다. 외국인 투수 한 명 없이 엔트리를 꾸려야 했던 김 감독은 홍건희의 호투 덕분에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어낼 수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서 6회초 2사 이후 등판해 1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홍건희는 준플레이오프서 2경기 동안 3⅓이닝 5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선전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3차전에서는 6회말과 7회말을 책임지면서 LG 트윈스의 추격 의지를 꺾어놓았다.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지난 9일 삼성 라이온즈를 만났을 당시에는 5회말 1사 만루에 등판해 오재일을 병살타로 돌려세우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가 하면, 그 이후 8회말 1사까지 3이닝 역투를 펼쳤다. 3이닝을 든든하게 버텨준 홍건희가 없었다면 가장 중요했던 첫 경기를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9일 등판을 끝으로 마운드에 오를 일이 없었고, 14일에 진행되는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이전까지 4일의 휴식일을 보장 받았다. 피로 누적에 대한 걱정이 있긴 하더라도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도 어느 정도 쉴 시간을 가졌다는 점은 기대해볼 만하다.

'외국인 에이스' 미란다의 합류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두산 마운드는 선발 싸움, 체력 등 전반적으로 KT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앞선 시리즈보다 호흡이 훨씬 긴 7전 4선승제의 일정이 두산을 기다리고 있다.

이왕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김에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은 김태형 감독의 바람이 이뤄질지, 또한 팀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한 홍건희가 우승 청부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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