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LG 트윈스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올림픽 휴식기 동안 야구팬들을 놀라게 할 만한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바로 팀의 붙박이 선발로 활약하며 전반기에만 6승을 기록한 우완 정찬헌을 내주고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KBO리그 유일의 200안타 주인공이자 2014년 정규리그 MVP에 빛나는 '서교수' 서건창을 영입한 것이다. 올 시즌 약점으로 지적되던 2루 자리를 메우기 위한 LG의 '승부수'였다.

하지만 12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서건창은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후반기 68경기에서 타율 .247 2홈런 24타점 33득점 6도루로 기대했던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서건창은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에서 8타수 2안타(타율 .250) 1타점 1득점 1도루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고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퍼즐로 생각했던 서건창 영입은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사실 LG는 FA를 앞둔 2루수를 급하게 영입해야 할 정도로 2루수가 약한 팀이 아니었다. LG는 2000년대부터 뛰어난 2루 유망주를 지명해 육성했지만 LG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가 둘이나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LG가 지명하고 육성했던 2루수 박경수와 강승호가 각각 kt 위즈와 두산의 주전 2루수로 한국시리즈에서 얄궂은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LG 떠난 후 전성기 맞은 거포 2루수의 첫 KS
 
박경수 '훈련에 집중' 창단 후 첫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t wiz 박경수가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한국시리즈를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 박경수 '훈련에 집중' 창단 후 첫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t wiz 박경수가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한국시리즈를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3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박경수는 4억 3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계약금이 말해주듯 성남고 시절부터 '천재 유격수'로 고교야구에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류지현 현 LG감독의 등번호 6번을 물려 받은 박경수의 활약과 성장속도는 LG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박경수는 3루수와 유격수를 전전하다가 2007년부터 권용관에게 유격수 자리를 내주고 2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박경수는 2008년과 2010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베이징 올림픽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노렸지만 정근우와 고영민(두산 주루코치), 조동찬(삼성 라이온즈 수비코치)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넘지 못했다. 2011 시즌이 끝난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친 박경수는 2014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박경수는 2014년 11월 4년 총액 18억 2000만 원의 조건에 신생구단 kt로 이적했다.

박경수는 LG에서 활약한 10년 동안 한 번도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린 적도 없고 .27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LG 시절 10년 동안 43홈런 246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던 박경수는 kt 이적 후 단 4년 동안 82홈런 293타점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2루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타율 .313 20홈런 80타점을 기록했던 2016 시즌에는 골든글러브 유력 후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그해 수상자는 공교롭게도 서건창이었다).

하지만 박경수가 전성기를 보낸 4년 동안 kt는 10위, 10위, 10위, 9위로 신생 구단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2018 시즌이 끝나고 다시 FA자격을 얻은 박경수는 3년 총액 26억 원에 kt와 재계약했고 kt는 작년 시즌 드디어 구단 창단 후 첫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LG시절이던 2014년 햄스트링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던 박경수는 작년 생애 첫 가을야구 무대에서 8타수 3안타 4볼넷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작년 타율 .281 13홈런 59타점으로 베테랑으로서 건재를 과시했던 박경수는 FA계약기간이 끝나는 올해 타율 .192 9홈런 33타점으로 kt 이적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동료들의 분발 덕분에 박경수는 프로 데뷔 1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LG의 천재 유격수 유망주에서 kt의 거포 2루수로 변신에 성공한 박경수가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주목된다.

두산에게 홈런쳤던 강승호, 이번엔 두산 위해 한 방?
 
강승호 '2점 쾅'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2차전. 4회말 1사 2, 3루 상황에서 두산 강승호가 2타점 2루타를 친 뒤 달리고 있다.

▲ 강승호 '2점 쾅'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2차전. 4회말 1사 2, 3루 상황에서 두산 강승호가 2타점 2루타를 친 뒤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LG는 박경수가 군복무를 하고 있던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천안북일고의 내야수 강승호를 지명했다. 이미 오지환이라는 미래가 창창한 젊은 유격수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LG는 뛰어난 센스에 장타력까지 겸비한 강승호를 오지환의 내야 파트너로 키울 계획이었다. 강승호는 루키 시즌이 끝나자마자 경찰 야구단에 입대하면서 일찌감치 병역 의무를 마쳤다.

LG는 강승호를 주전 2루수로 키우려 했고 강승호는 2017년 타율 .250 5홈런 31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강승호는 정작 주전 2루수로 낙점된 2018년 32경기에서 타율 .191 1홈런 10타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고 그해 7월말 문광은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그리고 강승호는 SK 이적 후 전혀 다른 선수로 변모하며 SK의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LG 시절 1할대 타율에 허덕이던 강승호는 SK 이적 후 37경기에서 타율 .322 2홈런 21타점이라는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도 각각 홈런 하나씩 기록하며 SK 타선의 활력소로 활약했다. 하지만 강승호는 2019년 4월 음주운전사고를 일이키며 임의탈퇴되면서 선수생활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SK는 1년이 지난 후 강승호를 복귀시켰지만 팬들의 비난 속에 결국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강승호는 작년 12월 FA로 이적한 최주환의 보상선수로 두산에 지명됐다. 두산 이적 후 25경기의 남은 징계기간을 소화하고 올 시즌 113경기에 출전한 강승호는 타율 .239 7홈런 37타점 47득점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강승호는 가을야구 7경기에서 타율 .370(27타수10안타) 7타점 5득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주전 2루수로서 하위타선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승호는 지난 2018년 11월 12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이영하로부터 투런 홈런을 때리며 두산을 울렸던 적이 있다. 강승호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땐 두산을 상대로 홈런을 쳤는데 올해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비록 LG에서 함께 활약한 적은 없지만 한때 LG의 2루 유망주였던 박경수와 강승호의 맞대결은 올해 한국시리즈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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