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입장에서 보자면 '도장깨기'이지만, 이들을 만나는 팀으로선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두산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서 삼성 라이온즈를 11-3으로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4위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래서 올라오는 팀이었고, 전력을 보더라도 결코 두산이 유리할 게 없는 시리즈였다. 홈 어드밴티지라는 이점을 안고 치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제외하면 오히려 위에 있는 팀이 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공통점이 있다면, 상대했던 팀들의 사령탑 모두 올해가 첫 가을야구였다는 점이다.
 
 김태형 감독과의 지략 싸움에서 밀리면서 결국 세 명의 감독 모두 두산에게 시리즈를 내줬다. 왼쪽부터 홍원기, 류지현, 허삼영 감독

김태형 감독과의 지략 싸움에서 밀리면서 결국 세 명의 감독 모두 두산에게 시리즈를 내줬다. 왼쪽부터 홍원기, 류지현, 허삼영 감독 ⓒ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경기 초반부터 흐름 빼앗긴 초보 감독들의 한계

지금까지의 포스트시즌을 돌아본다면, 두산에게 위협이 될 만했던 팀은 바로 키움 히어로즈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부터 안우진, 조상우 두 명의 파이어볼러를 모두 꺼내들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홍원기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경기를 잡은 덕분에 한숨을 돌렸다.

문제는 이튿날 열린 2차전이었다. 선발 정찬헌이 일찍 무너질 것 같은 기미가 보이자 곧바로 선발 자원인 한현희, 최원태를 대기시켰고 빠르게 한현희를 불펜 투수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두산의 좌타 라인의 공략을 견디지 못한 채 오히려 점수 차가 벌어졌고, 사실상 경기 초반에 승부의 추가 두산 쪽으로 기울어졌다.

준플레이오프서 두산을 상대한 LG 트윈스는 시리즈를 3차전까지 끌고 간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특히 1차전과 3차전에서 과감하면서도 노련했던 김태형 감독의 경기 운영에 말린 류지현 감독은 이기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팀에 큰 힘이 된 이민호 카드는 3경기 동안 한 번도 쓰지 못했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감하면서 나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시리즈에 임한 삼성 라이온즈는 승리 없이 이틀 만에 가을야구를 접었다. 1차전서 몽고메리, 최채흥, 오승환 등 낼 수 있는 카드를 다 냈던 허삼영 감독은 경기 후반 미숙한 마운드 운영으로 패배를 자초했다.

2차전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허삼영 감독이 경기 초반 백정현에 이어 최지광, 원태인을 차례로 호출하는 과정에서 대량실점으로 연결됐다. 올 시즌 마운드에서 에이스 노릇을 해준 원태인의 경우 정작 선발로는 활용 한 번 못하고 허무하게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 했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모두 3선승제가 아닌 2선승제로 치러지다 보니 첫 경기를 잡는 팀이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었고, 위에서 두산을 기다리던 팀들이 이 점을 간과했다. 더구나 로켓, 미란다 없이 시리즈를 소화한 두산과 달리 LG와 삼성 모두 건재한 선발진을 갖추고도 김태형 감독과의 지략 싸움서 지고 말았다. 
 
 한국시리즈서 격돌하게 된 김태형,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치른 경험이 있다.

한국시리즈서 격돌하게 된 김태형,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치른 경험이 있다. ⓒ 두산 베어스, KT 위즈

 
지난해 가을 두산에 일격 당했던 KT, 올핸 다를까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도 3차전까지 진행됐다면 모르겠지만, 두 경기만에 시리즈가 끝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두산은 11일부터 총 3일간 한국시리즈를 위한 재정비가 가능해졌고, 김태형 감독 역시 휴식과 간단한 연습으로 컨디션을 관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T 위즈는 지난 2주간 자체적으로 대비 훈련을 진행했고, 11~12일 이틀간 수원에서 한화 이글스 퓨처스팀과 두 차례 연습경기가 잡힌 상태다. 실전 감각을 조율한 이후 결전지인 고척스카이돔으로 입성해 한국시리즈에 돌입하게 된다.

이미 KT와 이강철 감독 모두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통해서 가을야구 무대를 처음으로 밟아봤다. 공교롭게도 그때 KT가 마주했던 팀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두산이다. 당시에는 L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두산이 정규시즌 2위였던 KT를 3승 1패로 꺾고 한국시리즈로 향했다.

플렉센과 김민규의 역투도 있었지만, 적재적소에 투수교체 타이밍을 가져간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였다. 특히 4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이 1회초 3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자 곧바로 김민규를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두면서 경험 면에서 한 수 위라는 것을 증명했다.

KT는 지난해에 겪었던 아픔을, 또 올가을 이미 세 명의 감독이 겪은 시련을 잊어선 안 된다. 7전 4선승제로 치러질 한국시리즈의 특성상 이전 시리즈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지만, 시리즈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상대가 '가을야구 베테랑' 김태형 감독이기에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시리즈가 될 전망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