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로 돌아오는데 6년이 걸렸지만 조기종영에는 이틀 밖에 걸리지 않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3대 11로 완패했다.
 
2016년 한국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던 삼성은 1차전에서 4-6으로 패한 데 이어 맥없이 2연패를 당하며 예상보다 일찍 가을야구 도전을 마무리하게 됐다. 
 
반면 두산은 7년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던 두산은 10개구단 체제에서 와일드카드(WC) 시리즈부터 시작하여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최초의 팀이라는 대기록도 수립했다.
 
아쉬운 마운드 운영과 선수단의 가을야구 경험 부족이 삼성의 결정적 패인이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벼랑 끝에 몰린 2차전에서 1차전 선발이었던 데이비드 뷰캐넌과 3차전 선발로 예정된 마이크 몽고메리를 제외한 모든 투수를 대기시키는 총력전을 예고했다. 일단 좌완 백정현을 선발로 내세우고 유사시 원태인이 롱릴리프로 뒤를 지킨다는 1+1 선발 전략으로, 정규시즌 28승을 합작한 두 토종 원투펀치를 함께 활용해 2차전을 무조건 잡는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도 두산에게 고전했던 백정현(1.1이닝 5피안타 4실점)이 예상보다 일찍 무너지며 모든 구상이 꼬였다. 백정현은 1회말 1사 후 3연속 안타를 허용했고 희생플라이까지 내주며 1회에만 2실점했다.

승부가 갈린 것은 사실상 2회였다. 백정현이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추가실점을 내줬고 여기에 구자욱의 아쉬운 실책성 수비까지 겹쳤다. 허 감독은 결국 1.1이닝만에 백정현을 마운드에서 내려야했다. 두 번째 투수로 투입된 최지광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데 그치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적시타를 내주고 2실점을 더 내줬다.
 
원태인이 겨우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그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이미 점수차가 0-5까지 벌어지며 승기가 두산 쪽으로 기운 뒤였다. 분위기 싸움이 중요한 단기전에서 한 박자 늦은 투수교체는 '필승조의 존재 이유'를 사라지게 했다. 사실상 패전처리로 전락한 후속 투수들은 집중력이 무너지며 계속해서 두산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고 포스트시즌에서 보기 드문 두 자릿수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타선 역시 무기력한 모습으로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1차전에서는 5,6회 두 번의 1사 만루 찬스를 후속 타자들이 허무한 범타로 물러나는 등 무려 10개의 잔루를 남겼다. 2차전에서도 찬스는 많았지만 초반에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압박감을 느낀 삼성 타자들은 제대로 스윙을 하지 못했다.
 
2회초 2사 만루에서 김상수가 중견수 플라이로 득점에 실패했고, 3회 무사 1,2루에서 클린업 트리오가 줄줄이 범타에 그쳤다. 4회초 2사 1.3루, 7회초에도 1사 1, 2루로 주자를 득점권에 보냈으나 역시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실패했다. 9안타를 치고도 3득점에 그친 삼성은 그나마 2점이 이미 승부가 기운 8회와 9회에 나와 큰 의미가 없었다.
 
해결사가 없었던 중심타선은 베테랑 강민호가 포스트시즌에서 무안타로 침묵했고, 1차전 2안타를 쳤던 피렐라마저 2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오재일은 9회에야 뒤늦은 적시타로 체면치레를 하는 데 그쳤다.
 
삼성은 빛과 그림자가 극명하게 교차하는 2021시즌을 보냈다. 2010년대 후반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보냈던 삼성은 지난해 겨울 3년만에 외부FA로 오재일을 영입하며 약점이던 1루와 중심타선을 보강했다. 오버페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오재일은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올 시즌 타율 .285, 25홈런, 97타점을 기록하며 팀 내 홈런 2위, 타점 공동 1위에 올라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파이팅넘치는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는 29홈런 97타점을 기록하며 타선의 무게를 높였다.
 
삼성은 데이비드 뷰캐넌(16승 5패 평균자책점 3.10), 원태인(14승 7패 3.06)-백정현(14승 5패, 2.63)으로 이어지는 10승 투수 3명을 배출하며 오랜만에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노장 오승환은 불혹의 나이에도 44세이브,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하며 삼성의 뒷문을 든든하게 수호했다. '예비 FA'였던 포수 강민호(타율 .291, 18홈런, 67타점)와 중견수 박해민 등이 모두 기대이상의 성적을 올렸고 투지 넘지는 모습으로 삼성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전력분석 전문가 출신인 허삼영 감독이 주도하는 확률높은 '데이터 야구'가 자리를 잡으며 부임 2년차만에 전 시즌 8위였던 팀을 2위로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삼성도 외국인 선수의 부상과 슬럼프, 이학주와 이원석, 김상수 등의 부진으로 내야진 운용이 꼬이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그래도 시즌 마지막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1위 싸움을 해냈다.

허 감독의 경기운영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년간 팀을 똘똘 뭉치게 하며 상당한 역량을 보여줬다. 다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던 것이 뼈아팠다. 삼성은 76승 9무 59패(.563)로 최고승률을 기록했으나 KT와 1위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하며 한국시리즈 직행에 실패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4위로 올라온 두산에게 단 1승을 거두지 못하고 업셋을 당하며 시즌의 마지막 3경기를 모두 패했다. 정규시즌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거둔 팀이 시즌의 최종 성적은 3위로 마감하게 됐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오랜 가을야구 단절로 인하여 선수단이 큰 경기와 단기전에 약한 면모를 드러냈다.
 
한편으로 정규시즌부터 약점으로 지목되었던 허삼영 감독의 아쉬운 투수교체 타이밍, 유연하지 못한 데이터 야구의 한계가 드러난 대목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직 현재진행형인 야수진의 세대교체, 노쇠한 오승환을 받쳐줄 불펜진의 육성이 허 감독이 마무리해야 할 숙제다. 올시즌의 성과가 선발진과 몇몇 선수들의 커리어하이급 활약에 운이 더해진 일시적 반등이었는지, 진정한 명가 재현을 향한 과정이었는지 증명해야하는 것이 삼성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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