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보고도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2021년에도 KBO리그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 두 팀 중에서 한 팀은 두산 베어스였다. 2015년부터 무려 7시즌 동안 두산은 한국 시리즈 티켓 2장 중 한 장을 놓치지 않았고, 그 중 4번이나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5년 정규 시즌 3위를 기록했던 두산 베어스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여 한국 시리즈 챔피언을 차지했다. 2016년과 2018년 그리고 2019년은 정규 시즌 챔피언 자격으로 한국 시리즈에 직행했고, 2018년을 제외한 나머지 3번은 통합 챔피언에 성공했다.

KBO리그에서 단일 리그가 시행된 시즌을 기준으로 정규 시즌 챔피언을 달성하지 못했던 팀이 한국 시리즈에서 챔피언이 된 경우는 모두 5번에 불과하다. 그러나 두산은 그 5번 중 2번(2001, 2015)을 해낸 적이 있으며, 이번에 3번째 업셋 챔피언에 도전한다.

체력적인 핸디캡 극복, 와일드 카드 최초의 한국 시리즈 진출

사실 정규 시즌 4위로 2021년 시즌을 마쳤던 두산이 한국 시리즈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극히 적었다. 2015년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 도입되면서 정규 시즌 4위 팀은 한국 시리즈에 올라가기까지 한 단계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체력에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10구단 체제에서 치른 6번의 포스트 시즌에서 와일드 카드 자격을 얻은 4위 팀과 5위 팀의 핸디캡은 상당히 컸다. 5위 팀이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1승을 거둔 적은 2016년 KIA 타이거즈와 2021년 키움 히어로즈가 있었으나, 6번 모두 1승 어드밴티지를 가진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정규 시즌 4위 팀이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여 준우승까지 성공한 사례는 모두 5번이 있었다. 1990년의 삼성 라이온즈(우승 LG 트윈스), 1996년 현대 유니콘스(우승 해태 타이거즈), 2002년 LG(우승 삼성), 2003년 SK 와이번스(우승 현대) 그리고 2013년 두산(우승 삼성)이었다. 이 중 2013년을 제외한 나머지 4번은 준플레이오프가 3전 2선승제였다.

그러나 정규 시즌 4위 팀이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한 사례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 포스트 시즌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얻지 못하는 영향도 크고, 맨 아랫층에서 윗층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규 시즌 챔피언과 리그 4위 팀의 시즌 전력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2015년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 추가된 이후 정규 시즌 4위 팀은 한국 시리즈 문턱도 바라보지 못했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1승을 먼저 갖고 시작했더라도 단판 승부의 중압감과 그 여파는 상당히 컸다. 2016년 LG와 2018년 히어로즈가 와일드 카드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은 했으나 한국 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것이 최대 한계였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두 단계를 넘어선 3번째 단계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오는 상황에서 4위 팀은 대부분 체력 문제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심지어 2021년 두산은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2경기, 준플레이오프에서 3경기를 치르며 2단계 모두 승자독식 게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체력적인 열세를 경기 감각과 투수 교체 타이밍 적중 그리고 뜨거운 팀 분위기로 극복했다. 타이 브레이커를 마친 뒤 8일의 휴식을 취했던 삼성 선수들은 체력적으로는 우세했지만 긴 휴식으로 인하여 경기 감각이 제대로 잡히지 못한 상태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부상으로 이탈했던 용병 투수, 핸디캡 극복한 두산의 불펜

사실 두산은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엄청난 핸디캡을 안고 포스트 시즌을 치렀다. 두산은 9월 초 한때 순위가 8위까지 떨어졌을 정도로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은 평균 자책점을 1.79까지 기록했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 후반기에 부진했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결국 로켓은 10월 20일 수술을 받기 위해 정규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미국으로 출국했다(21경기 124이닝 9승 9패 ERA 2.98).

또 다른 외국인 왼손 투수 아리엘 미란다도 부상에 시달렸다. 정규 시즌 28경기에 등판하여 173.2이닝 14승 5패 ERA 2.33에 225탈삼진을 기록했는데, 평균 자책점과 탈삼진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탈삼진 부문에서 1984년에 고(故)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세웠던 단일 시즌 최다 기록(223탈삼진)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미란다도 정규 시즌 막판에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정규 시즌을 일찍 마쳤다. 경기 당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어깨에 피로가 누적되었고, 이 여파로 부상이 생긴 것이었다. 일단 쉬면서 상태를 지켜보았으나 와일드 카드 결정전은 물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미란다의 이름은 없었다.

결국 두산은 국내 투수 자원으로만 포스트 시즌 경기를 치르며 올라왔다. 외국인 투수들이 던지는 만큼의 긴 이닝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핸디캡은 결국 두산의 불펜이 스스로 극복했다.

물론 두산이 포스트 시즌 매 경기마다 불펜 데이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일정의 변경도 한 요소로 작용했다. 전반기 막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반기 일정이 일찍 종료되며 30경기가 후반기로 밀렸고, 이로 인하여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일정이 각각 5전 3선승제에서 3전 2선승제 일정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정이 줄어들면서 구원투수들이 이틀을 연투하더라도 그 다음 날에 쉴 수 있기 때문에 불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 특히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모두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만 열렸던 덕분에 이동에 대한 체력적 부담도 사라졌다.

포스트 시즌을 치르는 동안 두산의 투수들 중 한 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던졌던 투수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선발투수였던 최원준 뿐이었기 때문에 선발승이 나온 경기도 1경기가 유일했다. 곽빈과 김민규, 최원준 3명이 돌아가며 선발로 등판하면서 5회를 맞이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불펜에게 역할이 넘어갔다.

불펜에서는 이영하와 홍건희 등이 조금 많은 이닝을 던졌고, 다른 투수들이 조금씩 힘을 보탰다. 특히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초반이 불안했던 김민규 대신 2회부터 등판했던 두 번째 투수 이영하가 그 날의 메인투수로 4이닝 구원승을 거뒀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두 번째 투수였던 홍건희가 3이닝 구원승을 거뒀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김민규의 역할은 선발투수라기보다는 2이닝만 던지고 내려가는 오프너였다. 두 번째 투수 최승용이 흔들리자 이번에도 또 이영하가 메인투수로 활약하며 3.2이닝 구원승을 거뒀다. 실점 없이 완벽한 계투는 아니었으나 두산의 불펜은 각자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승리를 지켰다.

상대 팀 마운드 울린 두산의 타선

두산의 타선은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좋은 감각을 유지했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두산은 5점 이상 냈던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고, 그렇지 못했던 2경기에서만 패전을 기록했다.

예외로 와일드 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키움의 선발투수 안우진의 강력한 구위에 타선이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안우진에게 9개의 삼진을 헌납하며 겨우 2득점에 그쳤던 두산의 타선은 이후 키움의 계투진을 상대로 2점을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두산의 타선은 LG의 용병 투수 케이시 켈리에게 막혔다. 켈리를 상대로 두산이 냈던 점수는 6회 LG 야수들의 실책으로 났던 1점이 전부였다. 이후 두산은 7회에 야수들의 실책이 집중되면서 5실점하며 패했고, 승자독식 경기인 3차전까지 힘든 일정을 치렀다.

그 이외의 경기에서 두산의 타선은 승리에 필요하고도 남는 득점 생산력을 보여줬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는 20안타로 무려 16점을 내면서 키움의 마운드를 무너뜨렸고,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15안타로 10득점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의 타선은 삼성의 투수들을 괴롭혔다. 특히 1차전 9회초 2사에서 등판했던 끝판대장 오승환을 상대로 선두 타자 홈런을 포함하여 4타자 연속 안타를 기록한 두산의 화력 앞에 오승환은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을 정도였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산은 초반부터 거세게 삼성의 투수들을 밀어 붙였다.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점수를 내면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고, 도합 15안타 11득점으로 삼성 마운드를 맹폭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타선을 가장 빛냈던 선수는 정수빈이었다. 중견수 수비에서도 펄펄 날았고, 1차전 결승 타점과 3차전 싹쓸이 3루타를 포함한 3안타 4타점 2득점 등의 맹활약을 펼치며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가 타선을 이끌었다.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안타왕을 차지했던 페르난데스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 2차전의 데일리 MVP 수상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2차전에서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하면서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KBO리그 역대 최초 7년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

한 팀이 7년 연속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KBO리그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 시리즈에 진출할 때마다 모두 우승하며 이 부분 최다 기록을 갖고 있는 타이거즈(11회 우승)도 중간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두산의 기록은 놀랍기만 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7시즌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우는 동안 두산의 감독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2015년 부임 첫 해에 한국 시리즈 우승의 성과를 냈고, 2016년에는 미리 재계약까지 확정한 상태에서 한국 시리즈 스윕 우승을 거뒀다.

세 번째 시즌인 2017년에는 정규 시즌 2위로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거뒀고, 네 번째 시즌인 2018년에는 정규 시즌에서는 우승했으나 SK(현 SSG 랜더스)에게 한국 시리즈 챔피언을 내줬다. 그러나 다섯 번째 시즌인 2019년에는 다시 정규 시즌과 한국 시리즈 통합 챔피언에 성공했다.

여섯 번째 시즌인 2020년은 모기업의 경영난이 겹치면서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규 시즌 3위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 kt 위즈를 꺾고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달성하면서 6시즌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에 우승 3회, 준우승 3회의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일곱 번째 시즌인 2021년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이래 가장 낮은 정규 시즌 순위였던 4위를 기록했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는 각각 승자독식 게임까지 혈투를 치르며 체력적 열세가 예상되었으나, 경기 감각이 절정에 달하면서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스윕하고 한국 시리즈까지 체력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최초의 정규 시즌 4위 챔피언 도전 vs 첫 챔피언 도전하는 막내

이제 두산은 지난 해 플레이오프에서 대결했던 KT와 한국 시리즈에서 만난다. 지난 해 첫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뤄낸 KT는 타이 브레이커에서 삼성의 추격을 저지하고 창단 이래 첫 정규 시즌 챔피언을 차지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정규 시즌 4위 팀이 한국 시리즈 챔피언까지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홈 어드밴티지의 혜택 없이 체력 소모가 큰 4위 팀에게 있어서 7전 4선승제의 한국 시리즈 일정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21년부터는 정규 시즌 챔피언 팀에게 주어지는 한국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가 4경기에서 5경기로 늘어난다(1,2,5,6,7차전). 다만 시즌 일정이 늦어져 겨울에 열리는 한국 시리즈가 2년 연속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게 되었기 때문에 홈 어드밴티지의 영향 자체는 크게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kt의 전력은 지난 해와 비교했을 때 훨씬 강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이 그랬듯이 긴 휴식으로 인하여 좋은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

물론 삼성이 6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참가하는 kt는 큰 경기에서의 감각이 삼성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선발투수 ERA 1위, 구원투수 ERA 2위를 기록하는 등 강력한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팀 타율 4위에 팀 OPS 6위로 팀 득점 5위에 그친 kt의 타선은 두산과 비교했을 때 밀린다.

관심이 가는 요소는 지난 해의 두산이 한국 시리즈 3차전까지는 타격감이 좋았는데, 4차전부터 갑자기 타선이 꽁꽁 얼어버렸다는 점이다. 결국 지난 해의 한국 시리즈는 6차전에서 NC 다이노스가 4승 2패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끝났다.

또한 두산은 외국인 투수 없이 포스트 시즌 6경기를 치르면서 국내 투수들이 상당한 체력을 소모했다. 어깨 피로에서 회복 중이었던 미란다가 한국 시리즈부터 엔트리에 들어온다는 점이 그나마 반가운 소식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미란다가 공을 다시 잡은 시점이 최근이기 때문에 한국 시리즈에서 긴 이닝을 책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대 7경기까지 치러야 하는 한국 시리즈에서 불펜의 피로 누적을 안고 시작하기 때문에 두산의 입장에서는 시리즈를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창단 첫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도전하는 KT, 그리고 역대 최초 정규 시즌 4위 챔피언에 도전하는 두산의 한국 시리즈는 14일부터 그 막을 올린다. KT와 두산 두 팀 중에서 한 팀은 KBO리그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되는 것이다. 둘 중 어떤 팀이 최후의 승자가 되어 그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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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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